승승장구의 롤러코스터가 극심하다. 한때나마 강심장을 누르기도 했지만 박명수 편에 이어 박중훈까지 6%의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바닥의 위기에 빠져버렸다. 승승장구로서는 꼭 한번은 부르고 싶었던 게스트였을 박중훈의 출연은 나름 의미 있었다고 볼 수 있었지만 시기 선택은 대단히 잘못되었다. 승승장구가 박중훈을 불러 실패한 박중훈 쇼의 추억에 잠길 수 있었던 여유에 우선 놀랍다.

제작진이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은 대단히 근사해 보일 수는 있지만 방송사 사장의 특별한 의지로 밀고나가는 프로그램이 아니라면 수명에 지장을 준다는 점에서 권장할 사항은 못된다. 그동안 승승장구에 대해서 모진 말을 해대고 있었지만 사실 그것은 애정의 한 표현이었다. 애정치고는 좀 과하고 거친 면이 없지 않지만 아예 언급조차 않는 강심장은 애정은 고사하고 관심조차 없기 때문이다.

승승장구는 현재 존재하는 많은 예능 중에서 무릎팍도사와 더불어 1인 게스트 중심으로 끌어가는 흔치 않은 포맷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엠씨들보다 게스트에 의해서 한 시간의 프로그램이 결정된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주 방영해야 하는 쇼를 매번 책임져줄 게스트가 그렇게 흔한 것도 아니거니와 그런 게스트라면 당연히 섭외가 여의치 않기 때문에 이래저래 제작은 쉬어갈 틈이 없다.

게다가 날짜는 다르지만 자연히 무릎팍도사와 게스트가 겹치는 일도 없어야 하는 탓에 승승장구가 가야 할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이미 박중훈 쇼의 실패를 경험한 KBS가 김승우 외에 네 명의 서브 엠씨를 포진한 것도 그런 부족감을 메우기 위한 방법이었지만 그것조차도 기본적으로 게스트가 관심과 재미를 담보하지 않는다면 공허한 말장난에 불과할 뿐이라는 점에서 한계를 가지고 있다.

또한 게스트에 따라서 있다 없다 하는 승승장구의 고정 코너 '우리 지금 만나'도 문제다. 하나의 코너가 고정되기 위해서 참 많은 노력과 정성이 필요한데, 지금까지 나름 성공적이었던 코너를 냈다 말았다 하는 것은 코너를 살리겠다는 태도로 보긴 어렵다. 게스트의 특성에 따라 여의치 않았을 경우도 있었겠지만 이미 토크쇼에 출연키로 했다면 승승장구에 필요한 과정을 따르도록 설득했어야 했다.

아무리 심야프로라는 핑계를 대고 싶어도 동시간대 강심장이 거두는 시청률 때문에 승승장구는 피할 곳이 없다. 오랜 기간 사랑받았던 상상더하기를 폐지하고 만든 것이기에 조기종영도 KBS로서는 뼈아픈 굴욕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재정비를 통한 더 치열한 시청률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어쩌면 제작진이 먼저 준비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분명 승승장구는 세트가 아니라 내실의 변화가 필요하다.

승승장구는 기본적으로 시청자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거나 혹은 그렇게 비치고자 애쓴다. 시작과 끝을 시청자(사실은 게스트의 팬)가 맡고 있으며, 태연과 우영이 배틀을 벌이는 '우리 지금 물어'도 시청자의 질문들이다. 그리고 김승우의 특별한 시선 코너도 시청자 의견을 토대로 추려낸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모든 토크쇼가 그럴 수밖에 없지만 그것을 승승장구처럼 솔직하게 밝힌 프로는 없다. 그 점은 고무적이다.

그렇게 시청자의 의견을 대폭 반영하는데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 글 하나를 쓰려고 벼르는 기자나 블로거가 아니라면 무심히 지나치고 말 정도로 시청자의 반영은 눈에 띄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시청자 본위 프로라는 생색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것은 내용을 담아낼 방법론의 문제이다.

예컨대 식상한 방법이지만 인터넷뿐만 아니라 길거리 질문판이라든지 직접 참여하는 시청자 혹은 시민들의 모습이 노출된다면 그 참여의 현실감에는 작게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구체적인 방법은 제작진이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다음은 무난하게 성공하고 있는 승승돌의 '우리 지금 물어'의 특성화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이 코너는 단지 두 아이돌의 빨리 말하기 대결에 불과했다. 누가 이기건 질문의 내용은 달라질 것이 없다는 점에서 대결의 긴장감 따위 있을 턱이 없다. 태연이 이기거나 혹은 우영이 이겼을 경우 질문의 형식과 내용이 달라지는 변화를 준다면 이 코너는 좀 더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대결이라면 예능의 기본인 벌칙도 뒤따라야 하는데, 지거나 이기거나 반대급부가 없는 대결은 김빠진 사이다 같다.

이번 주 김승우가 박중훈과의 대화중에 사이다와 물의 비유를 사용했다. 이에 김승우는 사이다도 물도 아닌 달콤한 물이라는 나름의 재치를 보였다. 그러나 그것 역시 승승장구의 해답은 아니다. 심야시간이라면 사이다도 꿀물도 아닌 약간의 알콜기가 들어간 칵테일이 더 맞을 것이다. 그 칵테일을 우리에게 주기 바란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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