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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처리 이후, 여의도 정치는 어디로자유한국당 반발·보수언론 '밀실합의' 프레임 제기…제도 개선 논의 쉽지 않을듯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7.12.06 09:12

우여곡절 끝에 2018년도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모양새는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공조를 이루며 상황을 이끌었지만 정세균 국회의장은 자유한국당이 반발하는 속에서 의사봉을 잡아야 했다. 예산 부수법안으로 지정된 법인세법은 100표 차이로 가결됐다. 자유한국당이 제대로 참석한 가운데 표결이 진행됐다면 부결될 가능성이 컸던 것이다.

정세균 의장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참석만으로 예산안 처리를 강행한 것은 자유한국당의 본회의 참석 의사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5일 오전부터 의원총회를 열어 정우택 원내대표의 예산안 합의를 두고 성토대회를 방불케 하는 시위를 지속했다. 정세균 의장은 자유한국당 의원총회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 보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이들의 의원총회가 끝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한밤이 다 돼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의 결론이 ‘본회의 보이콧’으로 가닥이 잡히자 더 이상 시간낭비를 할 이유가 없었던 정세균 의장이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이 결단이 내려지자마자 보이콧을 거론하던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몰려와 “날치기 독재”, “밀실합의 원천무효”, “정세균은 사퇴하라”는 등의 과격한 구호를 외쳤다.

다소 소란스러웠지만 여야 합의 내용대로 예산안과 부수법안이 처리되는 결말은 바뀌지 않았다. 결국 자유한국당은 예산안과 부수법안의 처리 자체를 막을 의사는 없었던 셈이다. 오직 문재인 정권과 국민의당 덕분에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국회의 소수파를 자처하는 ‘액션’만을 취했다. 이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명확하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6일 국회 2층 계단에서 한국당을 제외한 다른 당이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한 것에 대해 반대하는 시위를 준비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당장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선거 구도를 보면 어떤 상황인지 이해가 쉽게 된다. 원내대표 후보를 자처하는 인사들은 모두 ‘강력한 대여투쟁’이 필요하고 그 일의 적임자가 자신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강력한 대여투쟁은 제1야당의 숙명이고 특히 탄핵으로 정권을 빼앗겼다고 믿는 지지자들을 배경에 두고 있는 정치세력의 입장에선 피할 수 없는 길이다. 그런 처지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예산안 처리에 합의하는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여줄 순 없는 것이다. 법인세 인상과 같은 중요 쟁점에 개입하기보다는 탄압받는 소수파의 모습을 연출하는 게 더 중요했다. 어떻게 보면 ‘할리우드 액션’이다.

6일 보수언론이 일제히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간 ‘카톡 합의’ 사진을 중요하게 보도한 것은 이후 자유한국당의 이런 태도에 불을 붙이는 연료 역할을 할 것이다. 양당의 원내수석부대표 간 교환된 것으로 보이는 이 메시지 내용은 개헌, 선거구제 개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지자체장의 체육단체장 겸임 금지 등의 쟁점에서 양당의 합의 내용을 드러내고 있다. 보수언론의 프레임은 이 문자가 ‘이면합의’라는 것인데, 자유한국당을 배제하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예산안 처리에 합의한 이유가 따로 있다는 식의 정치공세로 발전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 프레임 자체는 당연히 반정치적이다. 예산안이든 뭐든 국회에서 민감한 쟁점을 처리한 이후 국면을 각 당 원내지도부 입장에선 준비하고 대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일상적 차원의 활동을 두고 마치 국민의당이 겉으로는 문재인 정권의 예산안 처리에 반대하는 것처럼 액션을 취해놓고 뒤에서는 호남예산과 자당에 유리한 제도개선 등을 고리로 한 ‘밀실협상’을 진행했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현대정치에 대한 부정에 가깝다. 그런 의미에서 이러한 프레임은 ‘자유한국당 지지자용’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런 문제를 떠나서 이런 식의 논리가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 등을 다뤄야 할 이후 국면에 실질적으로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를 생각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어쨌든 자유한국당의 반발 속에서 예산안이 처리된 핵심 이유가 국민의당이 ‘사적 이득’을 추구한 결과라고 한다면, 이후 국면에서 자유한국당은 국민의당과도 선을 긋는 극단적 포지션에 설 수밖에 없다. 그러면 애초의 입장인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 시행 반대와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소극적 입장 등은 바뀔 여지가 사실상 없어진다. 자유한국당이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은 불가능이다.

국민의당 내부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문제다. 법인세법 개정안 처리 등을 두고 입장 차를 내보이긴 했으나 어쨌든 국민의당 입장에서 예산안 처리 과정에 더불어민주당과 공조하는 모양새가 됐다는 것은 이후 국면에선 다소 거리를 둬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는 의미가 된다. 이는 제3당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안철수 대표가 추진하는 바른정당과의 연대 문제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왼쪽)와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가 6일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킨 뒤 본회의장을 나서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정책연대협의체를 구성해 공동대응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과 공조하면서 바른정당은 자연스럽게 소외됐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원내교섭단체 3당의 예산안 합의가 이뤄진 이후 국민의당이 잘못된 합의안에 서명했다며 반발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바른정당에 간접적으로 사과 의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사람 사이의 일이라면 이해하고 넘어갈만한 일이겠지만 정치세력 간의 문제로 보면 이후 예정된 길은 그야말로 쉽지 않다. 일단 바른정당은 예산안 처리에 대한 불만을 분명히 드러내면서도 정책연대 합의 파기로 논란이 번지는 것은 피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당 내 바른정당 통합파 입장에선 이후 과정에서 정부 여당에 각을 세우고 다소 보수적인 행보를 지속하며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등을 고리로 바른정당과 정책연대를 지속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의 반대를 극복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바른정당 내의 자유한국당 복당파와 국민의당 내의 바른정당 통합 반대파가 각자의 원심력에 끌려갈 가능성이 커진다. 만일 이런 현상이 이른바 ‘제3지대’ 자체가 축소되는 상황까지 나아간다면 특히 선거제도 개편이란 문제를 여의도 정치가 진지하게 논할 이유가 사라진다.

여기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은 다수 국민들의 시각에서 볼 때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이라는 중대사가 ‘정치권의 밥그릇 챙기기’에 불과하다는 현실이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적 여론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중요한 쟁점이 정치권의 일희일비에 표류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만에 하나 천신만고 끝에 제도 개선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제도의 형태를 두고 각자의 이익에 따라 동상이몽 하는 상황에선 배가 산으로 가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보수언론의 비뚤어진 프레임에 의한 공세 자체도 문제지만 정치권 스스로가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대의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이 무언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데 현행의 제도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이 국민적 차원에서 공유돼야 한다. 과연 그런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 내고 있는가,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는 정당들에게 그것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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