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은 YG 팬들에게 있어 암울했다. 일단 시상식만 보면 각종 상을 놓치지 않던 빅뱅이 조용한 것은 물론이고, 타 기획사 가수들에 비해 상을 받는 YG 소속 가수가 전무하다시피 했다.

충분히 상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YG 가수에게도 시상식 가운데 하나는 불참했다는 명분으로, 또 다른 시상식은 후보에조차 올려주질 않아 온라인상에는 MAMA와 MMA의 불공정함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하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MAMA와 MMA의 불공정함에 기여한 건 바로 YG 스스로였을지도 모른다.

그룹 위너 [YG엔터테인먼트 제공=연합뉴스]

올해는 YG 소속 가수가 대중에게 강렬하게 어필할 만큼의 연예계 활동이 부족했다. 빅뱅과 위너 외에 아이콘과 블랙핑크의 왕성한 활동이 있었다면 설사 위너가 MAMA와 MMA에서 홀대를 받았다 해도 다른 YG 가수들이 수상 후보에 오르거나 수상할 가능성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 YG 가수들의 활동 부족으로 말미암아 위너 대신에 수상식에 화력을 불어넣어줄 응원군 자체가 YG에게 부족했다.

상반기에 두각을 나타낸 위너를 제외한 YG 가수들의 활동을 올해 기준으로만 살펴보자. 싸이와 아이콘은 5월에 신곡을 발표하고 에픽하이는 10월, 씨엘은 1월, 블랙핑크는 6월에 신곡을 발표한다. 그 가운데 가장 활동이 활발한 가수는 악동뮤지션으로 1월과 3월, 7월 세 번에 걸쳐 신곡을 내놓았다.

그룸 빅뱅 (사진 제공=YG엔터테인먼트)

문제는 이들 외 YG 가수들의 활동이다. 빅뱅은 솔로인 지드래곤과 태양만 솔로 신곡을 냈지 그룹으로서 앨범 활동은 전무하다. 이하이와 지누션은 아예 휴업 중이다.

올해 활동한 YG 가수들의 활동 주기도 이상하다. 타 기획사들이 3-6개월 주기로 음원과 음반을 발표하는 데 비해, 올해는 유독 YG 가수들의 공백기가 길어도 너무 길었다. 위너와 악동뮤지션을 제외하고는 올해 한 번밖에 YG 팬을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수치가 나온다.

만일 아이콘과 블랙핑크, 악동뮤지션과 빅뱅이 보다 활발한 행보를 보였다면 MAMA와 MMA에서와 같은 ‘YG 홀대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이들 시상식이 YG 홀대가 가능했던 원인은 YG의 행보 그 자체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블랙핑크 (사진 제공=YG엔터테인먼트)

그나마 다행인 건 YG 가수들의 ‘신비주의 해빙’이다. 예전부터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는 ‘신비주의 콘셉트’를 구사하기로 유명했다. 음악방송에는 SBS <인기가요>에만 얼굴을 보이고 <뮤직뱅크>와 <음악중심>에서는 출연조차 하질 않았다.

그러다가 변화의 기류가 보이기 시작했다. <인기가요> 외의 타 음악방송에도 YG 가수가 얼굴을 보이기 시작했다. TV에 얼굴을 보일 기회가 많아졌단 점은, YG의 신비주의 해체 이전에 대중에게 YG를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점은 올해 활동이 뜸했다는 YG의 아킬레스를 보강할 수 있는 보완책이기도 했다.

아이러니인 점은 YG 가수들의 행보가 뜸한 사이에 대표만 유독 바빠졌다는 점이다. <믹스나인>을 통해서 말이다. 소속 가수들의 행보가 연 1-2회인 것까지는 이해하겠다. 문제는 양 대표가 바빠진 기간 YG 가수들의 활동이 ‘잠정 휴업’을 맞이했다는 점이다. 대표가 바빠진 것과 소속 가수의 개별 활동이 ‘병행’돼도 문제없을 텐데 말이다.

JTBC 예능프로그램 <믹스나인> 양현석

YG 팬들이 원하는 건 하나다. 그건 YG 소속 가수의 ‘왕성한 활동’이다. 대표가 열일 하는 동안 가수들이 휴업인 게 아니라, 팬이 응원하는 가수들의 활발한 활동을 바라는 거다.

더군다나 YG는 ‘내수용 기획사’도 아니다. 세계 2위 음반시장인 일본을 비롯해 해외에도 YG의 팬덤은 구축되지 않았는가. YG 가수들의 활발한 활동은 ‘국위선양’에도 기여하는 것이기에, 2018년에는 올해보다 활발한 YG 가수들의 활약을 기대한다. 가수 활동이 일 년에 한 번인 ‘연중행사’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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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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