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의 기록입니다만... 올 시즌 프로야구의 평균 시간은 정말 기적처럼 대단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해 "3시간 18분"을 기록했던 경기당 평균 소요시간, 이 기록은 일본이나 미국보다도 긴 시간으로 문제가 많다는 언급이 많았죠. 하지만, 2010년. 전체 일정의 25%정도인 137경기를 치른 지금 프로야구는 "3시간 4분"의 평균 시간으로 14분이나 줄어들었다는 거!

분명 프로야구는 올 시즌 목표로 내건 "스피드업"에 어느 정도 성공한 모습입니다. 12초룰 규정이 대표적인 논란의 대상이자, 스피드업을 위한 획기적(?) 변화라 할 수 있는데, 이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거 같습니다. 12초룰의 경우, 2차 경고에 따른 볼판정은 없었고, 단지 28번의 구두경고만이 있었다고 합니다.

5회가 끝나고 있던 클리닝 타임이 사라진 건 여러 불편을 불러오고 있긴 합니다만, 최소한 시간 단축엔 큰 힘이 된 듯. 5분으로 정해졌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대략 10여분 정도가 소요되는 클리닝 타임은 지금 줄어든 14분과 큰 차이가 없죠.

그나마, 가장 느린 경기시간을 거듭하는 잠실구장, 그래도 즐겁습니다!

지금 빨라졌다는 3시간 4분은 물론 9이닝을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뭐 연장전을 모두 포함해도 3시간 8분으로 지난해보다 짧긴 하죠.

좀 더 상세한 경기시간을 알아볼까요?

구단별로 삼성과 롯데가 2시간 58분과 59분으로 3시간에 미치지 않는 빠른 경기를 보여줬고, 현재 1위 SK는 3시간 3분을 기록중입니다. 가장 느린 경기진행을 보여주고 있다는 LG와 두산의 경우도 고작 3시간 9분, 지난해보다 거의 10분 정도 빨라진 모습이죠.

프로야구의 진화처럼 여겨지는 스피드업, 그런데 말입니다. 이 스피드업이란 거, 사실 전혀 새롭지 않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역대 프로야구의 평균 경기시간을 얼추 계산해보면 지금의 3시간 4분보다 결코 길지 않습니다.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했던 그해, 프로야구의 평균시간은 "3시간 2분", 짧아졌다는 올해보다도 더 짧습니다.

프로야구의 초창기는 지금의 궁극적 목표라는 3시간 미만의 경기가 거의 당연한 것처럼 존재했습니다. 1983년부터 1988년까지 6년 동안 프로야구는 2시간 49분에서 2시간 57분 사이의 평균 경기시간을 보여주고 있죠.

1989년 잠시 3시간이 넘는 평균 경기시간을 보여줬지만, 그래봐야 "3시간 2분"입니다. 이후로 1995년까지는 쭉 평균시간이 3시간을 넘지 않았고, 심지어 1993년엔 2시간 47분의 평균 경기시간으로 기록을 남겼죠. 90년대 후반 들어 3시간 7분까지 올라간 평균시간, 1998년의 "2시간 59분"을 마지막으로 프로야구는 3시간 경기시대(?)를 열었습니다.

분명 프로야구의 중흥기였던 1980년대와 1990년대의 평균시간은 지금의 성과보다 더 낮은 평균시간을 자랑했다는 건 분명합니다. 1982년부터 1999년까지 3시간 이상의 평균 경기시간을 자랑했던 해는 프로야구 원년을 포함, 4번뿐이었습니다. (82년,89년,96년,99년)

2000년대 들어 급격히 늘어난 경기시간,

경기장 이벤트가 늘고, 선수별 등장음악도 생겼죠. 이닝 사이사이의 구단 이벤트도 많아지고, 클리닝 타임도 정착됐습니다. 경기시간도 당연하다는 듯 3시간이 넘었죠.

2001년, 최초로 3시간 10분대 벽을 넘겨, 평균 경기시간 "3시간 14분"을 기록한 프로야구, 2007년에는 역대 최고 기록, "3시간 19분"을 기록합니다.

올해와 같은 3시간 4분의 평균 시간을 기록한 2000년도의 기록이 가장 짧은 경기당 시간이었던 2000년대의 프로야구, 어찌 보면 지금의 빨라지는 프로야구에 대한 목표는 새로운 건 아닌 거 같습니다. 하지만, 그 효과에 대한 찬성의 목소리가 크고 실질적인 성과들이 보인다면, 분명 지금의 방향은 필요한 것, 맞는 노력이겠죠.

과연 그 새롭진 않은 도전, 그러나 효과적인 도전이 끝까지 이어지길 응원하고 지켜보는 그런 2010년이 될 듯하네요.

▲ [사진=LG트윈스]

야구가 짧아지면서, 이런저런 이벤트가 줄어드는 것 같아 그건 또 좀 아쉽긴 하네요^^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