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BBK 의혹과 이명박 후보는 무관하다는 발표를 하자마자 언론보도가 춤을 추고 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이명박 후보의 순결을 기정사실화하여 홍보하고 있다. 과거 이명박 후보를 향해 순결하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했던 세력에 맞서 대리전을 치르는 듯하다. 신념을 굽히지 않아 핍박받았던 순결한 어린 양이 이제야 누명을 벗고 평온을 찾게 되었다며 이명박 후보의 홍위병을 자처하고 있다. 후보와 정책검증은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이명박 후보 대통령 만들기에 전념하고 있다. 대선 후 논공행상에서 후한 점수를 받고 싶어 안달하는 것 같아 측은하기까지 하다.

언론! 권력에 맞서 권력의 철옹성을 무너뜨리는 첨병이어야 할 언론이 권력의 끄나풀과 함께 철옹성을 쌓겠다고 동분서주하다. 지난 2000년 10월 14일자 중앙일보는 ‘이명박 후보가 LK 이뱅크와 BBK에 대주주로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이틀 뒤, 이명박 후보의 “K 이뱅크와 BBK를 창업했다”발언을 인용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또 어떤가? 중앙에 뒤질세라 이명박 후보가 김경준의 어깨를 토닥이며 경영수완을 칭찬했다고 묘사했다. 중앙이코노미스트 2000년 10월 31일자도 LK이뱅크와 BBK, EBK가 이명박 후보의 포부를 달성하는 산실이라고 인용 보도했다. 월간 중앙 2000년 3월호 역시 이명박 후보가 BBK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고 이 후보 말을 빌어 기사화했다. MBC 역시 2000년 11월 이명박 후보를 BBK 회장실에서 인터뷰했고, 머니투데이 역시 2001년 11월 6일자 보도에서 BBK 측이 이명박 후보와 김경준 대표를 회장과 사장으로 명기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언론은 이명박 후보가 금융계에서 새로운 신화를 만들 것이라며 그의 귀환을 상세히 소개했다. 당시 보도를 보면 이명박 후보는 언론에 기대 자신의 주가를 올리는데 열을 올렸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찰은 수년이 지난 뒤 이들 기사가 완전히 날조된 것이라고 “밝혀”냈다. 한 군데 언론사가 오보를 할 수는 있지만 같은 사안을 두고 서로 다른 언론사가 시차를 두고 취재한 내용이 동일한 오류를 반복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도곡동 땅 소유와 관련해서도 세계일보 ‘93년 3월 27일자와 한국일보 ’93년 9월 17일자, 국민일보 ‘93년 3얼 24일자는 이명박 후보가 처남 명의로 150억원 상당의 강남구 도곡동 땅을 은닉했고, 이후보가 소유재산을 62억원에서 274억원으로 늘려 신고했을 뿐만 아니라 소유 부동산이 강남구 서초동의 금싸라기 땅이라서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검찰이 도곡동 땅의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이들 언론은 과연 무엇을 했는가? 자신들이 추적 보도한 내용이 역시 날조된 것이라고 검찰이 판정했을 때 침묵으로 일관했다.

중앙일보, 동아일보, 중앙 이코노미스트, 머니투데이, 문화방송, 세계일보, 한국일보, 국민일보는 자신들의 과거 보도가 날조한 거짓이었는지 아니면 타협할 수 없는 진실인지 밝혀야 한다. 기사가 잘못됐다면 이것은 오보 수준이 아니라 새빨간 거짓말을 기사화한 것에 해당한다. 이명박 후보를 직접 인터뷰한 것처럼 꾸미고 있지도 않은 사실을 직접 확인해 밝혀낸 것처럼 보도했기 때문이다. 이정도 거짓을 기사화한 것은 언론이기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언론사 문을 닫는 게 당연하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석고대죄하고 해당 기자를 엄하게 문책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 보도들이 사실이라면 당당히 진실을 밝혀야 한다. 만약 해당 언론사들이 이 사안에 대해 침묵한다면 진실을 은폐하고 정치권력과 야합하고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해당 언론사들은 대부분 “잃어버린 10년”동안 사사건건 현직 대통령과 정부에 날선 비판을 서슴지 않던 드물게 “용기”있는 언론이지 않았던가?

2007년 12월 11일
전국언론노조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