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당 11-12경기씩 치른 쏘나타 K-리그 2010이 9일 12라운드 경기를 끝으로 전반기를 마쳤습니다. 컵대회, AFC 챔피언스리그 등을 제외하고 월드컵 본선이 끝나는 7월까지 긴 휴식기에 들어가는 K-리그는 전반기 성과와 과제를 돌아본 뒤, 후반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그 어느 해보다도 알차고 재미있는 일들이 많았던 전반기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부진했던 몇몇 팀들에게는 혹독한 전반기였을 수도 있겠지만요. 전체적으로 흥미로운 승부도 많았고, 그 덕에 당초 예상을 빗나가는 순위 경쟁이 벌어지면서 어느 해보다도 크게 요동친 전반기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이번 전반기에 K-리그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돌아보기 위해 6가지 키워드로 한 번 정리해 봤습니다.

평준화

일단 전력 평준화가 눈에 띄었습니다. 지난해 챔피언십(6강)에 오르지 못했던 울산 현대, 경남 FC, 제주 유나이티드, 부산 아이파크가 6위 내에 포진해 선전을 펼쳤습니다. 반면, 지난해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포항 스틸러스와 FA컵 우승팀 수원 삼성은 하위권으로 쳐져 대조를 이뤘습니다. 1위부터 8위까지 승점차가 단 8점에 불과할 만큼 매 라운드마다 순위가 뒤집어져 이것이 후반기에도 계속 해서 이어질 것인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가장 두드러진 전력 향상을 보인 팀은 경남과 제주였습니다. 당초, 중위권 수준의 성적을 예상했던 두 팀은 감독의 탁월한 리더십과 선수들의 단합을 앞세워 누구도 예상치 못한 성적을 내며 전반기 내내 주목받았습니다.
조광래 감독의 경남은 루시오라는 확실한 외국인 골잡이와 김동찬, 전준형, 이용기, 이용래, 서상민 등 대부분의 주전급 선수들이 경기마다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좋은 경기력을 보였습니다. 특히, 올해 '최대 신인'으로 평가받는 윤빛가람의 중원 플레이가 팀 전력에 큰 보탬이 되며 한때 1위까지 치고 올라가는 이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박경훈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제주도 대단했습니다. 시즌 초반부터 무패를 달리며 상승세를 탔던 제주는 '미친 왼발' 이상협, '골잡이' 김은중, 배기종 등 이적생들과 구자철, 조용형 등 기존 선수들의 조화가 잘 이뤄져 막판 4연승에 성공, 2위까지 올라가는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전력이 탄탄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후반기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 기대되고 있습니다.

울산, 서울 등 전통의 명가들도 올 시즌 달라진 모습으로 상위권에 랭크됐습니다. 김호곤 감독의 울산은 김동진, 김치곤, 유경렬, 오범석 등으로 이어지는 국가대표급 수비 라인이 전력에 큰 힘이 됐고, 오르티코사, 까르멜로, 에스티벤 등 외국인 공격수들의 활약을 앞세워 지난해 챔피언십 탈락의 아픔을 씻고 1위까지 올라섰습니다. 또한, 올해 귀네슈 감독의 후임으로 새롭게 선보인 넬로 빙가다 감독의 서울 역시 데얀, 아디, 에스테베즈 등 외국인 선수들과 최효진, 현영민, 하대성, 방승환 등 이적생들의 활약을 앞세워 '화끈한 공격 축구'로 자리 잡는데 성공, 후반기를 기대하게 했습니다.

▲ 전반기에 엇갈린 차범근 수원 감독, 조광래 경남 감독 (사진-엑스포츠뉴스)
두 전통 명가의 부진

반면 또 다른 전통의 두 명가는 부진한 모습으로 팬들의 아쉬움을 샀습니다. 특히 차범근 감독의 수원 삼성은 최근 1무 7패의 참담한 성적을 내며 최하위로 처지는 굴욕을 맛보며 '쇄신론'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한 포항 역시 2무 6패로 부진하며 파리아스 감독 이후 야심차게 데려온 레모스 감독을 중도 하차시키는 초강수를 뒀습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외국인 선수들과 공격진의 부진, 그리고 허술해진 수비 조직력과 감독의 잘못된 용병술이 복합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며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그야말로 휴식기동안 분위기 쇄신이 절실한 가운데서 과연 얼마나 달라진 모습으로 7월 팬들에게 선을 보일 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외국인 선수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에 따라 그야말로 희비가 엇갈린 전반기였습니다. 외국인 선수가 맹활약한 팀은 그만큼 전력에 큰 보탬이 되며, 상승세를 탄 반면에 그렇지 못한 팀은 죽을 쒔습니다.

가장 단적인 예는 바로 경남이었습니다. 경남은 단 한 명의 외국인 공격수, 루시오가 9골로 득점 1위에 오르며, 경남 상승세의 주역으로 떠올랐습니다. 또한 서울도 '몬테네그로 특급' 데얀, 새로운 용병 에스테베즈, 변함없는 활약의 아디가 골고루 조화를 이뤘고, 울산, 성남 역시 남미 출신 선수들의 맹활약으로 상위권에 랭크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수원은 호세 모따, 주닝요 등이 그런데로 분전하고는 있지만 지난해까지 활약한 에두 이상의 활약은 보여주지 못하고 기복이 심한 플레이를 보였고, 인천은 막판에 유병수의 활약으로 어느 정도 분위기 전환에는 성공했지만 공격수 챠디가 전혀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며 한동안 연패의 늪에 빠진 힘든 시기를 겪었습니다.

공격에 나름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외국인 선수의 활약에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은 후반기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여 앞으로도 꾸준히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AFC 챔스 선전

지난해 포항의 우승에 자극받아서인지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K-리그 4팀이 선전한 것도 의미 있는 전반기였습니다. '디펜딩 챔피언' 포항과 K-리그 챔피언 전북을 비롯해 성남, 수원은 각 조에서 모두 조 2위 안에 들어 참가국 가운데 유일하게 4팀이 16강에 오르는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후 받는 엄청난 수익, 대외 이미지 효과 등을 보고 AFC 챔피언스리그에 대한 각 팀들의 전반적인 인식 변화가 이 같은 결과를 낳은 것으로 해석되고 있는데요. 4팀 모두 16강에서도 서로 만나지 않는 대진표로 짜여 경우에 따라서는 8강 전원 진출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K-리그 팀들의 선전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6만 관중

올 시즌 많은 관중을 끌어 모으기 위한 K-리그 각 구단의 노력이 어느 정도는 결실을 맺었던 전반기였습니다. 특히 서울은 어린이, 가족 팬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마케팅으로 성공을 거두며 지난 어린이날, K-리그 최다 관중인 6만 747명을 모으는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꾸준함이 아직은 부족해보이기는 하지만 K-리그도 충분히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는 면에서 그 어떤 것보다도 의미 있는 '6만 관중 입장'이었습니다.

심판 판정

그런 반면, K-리그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심판 문제는 이번 전반기 내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K-리그의 흥행을 망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5분 더 캠페인'의 일환으로 반칙, 경기 고의 지연 등에 대해 엄격한 판정을 내리겠다고 공언한 심판진은 그러나 '절대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융통성 없는 판정이 가끔 발생하는 등 여전히 문제점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매끄럽게 진행해 제대로 된 승부를 즐기고 싶어 하는 선수, 팬들의 마음을 잘 몰라주는 것 아니냐는 심판에 대한 지적이 '자질 문제'로도 이어지기도 했는데요. 이를 충분히 검토, 재점검하고, 후반기에는 어떤 달라진 모습으로 매끄러운 경기 운영을 펼치는 K-리그 심판진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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