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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북한이 벌이는 핵 게임, 어디로?[고승우 칼럼] 트럼프 이후 미국의 대북 정책 수정 가능성 커
고승우 민언연 이사장 / 언론사회학 박사 | 승인 2017.12.04 16:00

한미 두 나라가 오는 4일에서 8일까지 항공기 230대와 미군 1만 2천여 명이 참가하는 ‘비질 에이스’ 한미합동 훈련을 실시한다. 이 훈련에 참가하는 B1-B 전략 폭격기는 휴전선 이남에서 목표물을 타격할수 있고 F-22는 핵심 지도자와 미사일 기지 등 핵심 목표를 즉각 파괴할 수 있는 최첨단 무기다. 

이 훈련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형’을 발사하기 이전에 계획됐다. 북한은 미국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뒤 며칠 만에 이 ICBM을 발사했었다. 한국은 ‘김정은 참수부대'를 오래 전부터 준비해 오다 예정대로 1일 창설했다. 

이상에서 보면, 한반도 위기의 주역인 미국, 북한은 어떤 면에서 서로 상대의 카드를 파악하고 있는 상태에서 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즉 상대가 무슨 짓을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 파악하면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진다. 이 게임의 주도권을 누가 쥐고 있는 것일까. 

연합뉴스 자료 사진

먼저 북한을 살피면 세계 인도지원 단체들의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의 가난한 나라다.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완성했다고 떠들썩하지만 미국은 그런 미사일 수천 개를 실전용으로 배치하고 있다. 중국은 이런 점을 지적하면서 핵미사일이 북한의 안보를 보장하지 못한다면서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지정학적인 특성 등을 최대한 이용하면서 미국을 상대로 핵과 미사일의 게임을 벌이고 있다. 북한은 핵보유국 인정이 북미대화의 선행 조건이라는 점을 앞세우면서 지금과 같은 행보를 지속할 태세다. 미국이 대북 압박과 고립 작전을 지속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북한의 해답은 명쾌하지 않다. 

미국의 경우, 중국도 두려워하는 세계 최강 군사 대국이고, 한미동맹의 한 축인 한국은 세계 12-13위의 경제력을 지녔다. 미국의 대북 정책은 트위터를 전용 홍보수단으로 삼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원맨쇼, 좌충우돌식 정치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트럼프는 세계 최강의 군사대국이라는 강점을 앞세워 북한에 대해 외교, 경제, 군사적인 압박을 강화하면서 중국을 지렛대 삼아 북한을 굴복시킨다는 방침을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는 기업가의 이윤극대화라는 세속적 틀 안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빌미로 한국, 일본 등에 무기를 많이 팔고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양보를 얻어내 미국 유권자들에게 과시하려 하고 있는 듯하다. 

그가 한반도 주변에서 지속적으로 한미군사훈련을 통해 대북 압박을 강화하는 것은 한반도를 무대로 한 비즈니스 조건을 강화시키려는 분위기 조성용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 미 대사나 국무부의 극동문제 담당 고위직의 자리를 비워놓은 데서 드러나듯 장기적인 대북 전략은 아직 없는 것 같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 정책은 트럼프 이후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트럼프도 역시 선거에 의해 당선된 대통령이다. 그는 미국 헌법 등 다양한 법적 장치 속에서 정치를 해야 한다. 트럼프가 내세우는 대북 군사적 옵션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한국과 함께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연합훈련을 실시하지만 그것이 직접적인 대북 공격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트럼프가 한반도에서 전쟁을 하기 위해서는 미국 법에 따라 합법적이어야 한다. 최근 트럼프의 대북 정책에 민감해진 미국 정부쪽의 움직임에서 확인되고 있다. 

미국 의회조사국은 얼마 전 한반도에서 군사충돌이 발생하면 핵무기가 동원되지 않아도 처음 며칠 내에 최대 30만 명이 숨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 의회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 없이는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에 나서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몇 개 발의된 상태다. 

존 하이튼 미 전략 사령관은 최근 한 국제안보포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 공격을 지시하더라도 “위법적”이라 판단되면 거부할 것이라며 “불법적 명령을 실행하면 감옥에 보내질 수 있다. 어쩌면 평생을 감옥에서 살아야 할지 모른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는 북한이 확실한 군사적 도발을 하기 전에 북한에 대한 합법적 선제공격을 하기는 어렵다. 이런 점을 고려한 탓인지 북한은 미국이 선제공격할 구실을 갖지 못하도록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 북한이 수개월 전 괌도 부근에 미사일을 발사하겠다고 공언했을 때도 그 탄착점이 공해상이었고 이번 ‘화성-15형’의 잔해가 낙하한 지점은 동해 부근 북태평양이었다. 이는 미국에게 결정적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것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트럼프가 취임 이후 강행하고 있는 현재의 대북 정책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속단하기 어렵지만 그의 국내 정치 입지가 흔들리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 그의 대선 당선과 관련된 러시아 스캔들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고 공화당 중진들도 그의 정치 스타일에 반기를 들고 있는 점 등은 주목해야 할 현상이다. 트럼프가 약화된 국내 입지를 만회하기 위해 대북 초강수를 둘 수 있을지 몰라도 그것이 한반도 전면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북한은 ‘화성-15형’ 발사에 성공했다면서 김정은이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포했고 이에 따라 미국 전역이 북한 미사일의 사정권권 안에 들어간다는 전 세계 언론의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차기 미 대선에서 트럼프의 대북 정책을 전면 수정하는 정치 슬로건이 등장해 유권자들의 호응을 받을 가능성을 크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유권자들이 외국의 핵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의 개선을 바랄 것이고 개선 방향의 선택 폭은 그리 크지 않다.

미국은 이라크, 리비아에서 보듯 맘에 들지 않으면 무력으로 제압하는 전략을 동원한다. 그러나 한반도는 중동이나 아프리카와 지정학적 특성이 현저하게 다르다. 미국은 한반도 전면전을 고려할 경우 한반도 및 미국 본토 등에서의 막대한 인명 피해와 중국, 러시아 등을 고려치 않을 수 없다. 이는 미국 정치권에 대북 정책이 탈 트럼프 쪽으로 갈 가능성을 크게 한다. 정책 변화의 내용은 북한이 파키스탄이나 인도와 같은 실질적 핵보유국으로 인정되는 식이 아닐까 추정된다. 

북한이 최근 핵과 미사일을 대미 공격용으로 개발한 것은 미국이 취해온 지난 수십 년 간의 대북 정책이 실패한 것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미국 정부 내의 자성이나 수정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미국은 여전히, 오늘날과 같은 사태를 유발한 한반도 정책, 즉 대북 군사적 압박과 경제, 외교적 봉쇄 등을 강행하고 있을 뿐이다. 문재인 정부도 압박과 대화라는 대북 정책을 강조하지만 박근혜 정권 당시와 크게 다를 바 없이 군사적 측면에서의 한미 공조를 강화한다는 움직임을 주로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 사드와 관련해서 중국의 압박을 받고 있는데 이는 미국이 슈퍼 갑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필리핀이나 일본식으로 수정치 않는 한 탈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에 따르면 미국은 한반도 방위를 위한 군사력 배치의 권리를 수용하고 한국은 그것을 수용할 수 있을 뿐이다. 

한국은 군의 전시작전지휘권이 미군의 손에 있는 등 군사적으로 미국에 예속된 상태라는 평가를 벗어나기 어렵고 실제 한반도 정세에서 주도적인 역할에 심각한 제약을 받고 있다. 한국은 이런 구조적 제약에서 벗어나 자율성을 발휘할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렇지 않고는 미국의 종속변수를 벗어나기 어렵다. 

한국은 동시에 미국의 대북 압박 강화가 우발적인 전쟁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 등을 고려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시 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특히 수년 뒤 북한이 실질적 핵보유국으로 인정되는 상황 등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국가보안법과 같은 심각한 걸림돌은 폐지해야 할 것이다. 

특히 오늘날과 같은 국제 정세 속에서 국보법의 틀에 갇힌 사고 영역으로는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의 평화와 안전을 정착시키는데 기여할 수 없다. 수구적 정치인들이 새 정부에 대해 좌파, 종북 정권이라고 합창하는 것은 북한 핵보유국 비공식 인정 이후를 대비한 정치적 포석이기도 하다. 냉전시대의 단세포적 사고방식에서 탈피해 입체적으로 동북아 정세에 접근하지 않으면 생산적인 정치나 평화통일의 길에서 멀어진다. 

고승우 민언연 이사장 / 언론사회학 박사  konews8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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