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스케일은 업(UP), 초심은 그대로! <김생민의 영수증> (11월 26일 방송)

KBS2 <김생민의 영수증>

정규 편성을 자축하려는 것이었는지 굉장히 센 의뢰인이었다. 지난 26일, 15분에서 1시간으로 확대 편성된 KBS2 <김생민의 영수증>의 의뢰인은 각종 저축은행 및 제3금융권 대출에 개인회생 절차까지 밟은 화려한 스펙을 보유한 4200만 원의 빚쟁이 직장인이었다. 한 달 수입 190만 원, 매달 내야 하는 대출금도 190만 원. 그 와중에도 끊임없이 제3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거나 친척 명의 카드로 대출을 받으며 카드 돌려막기를 넘어선 대출 돌려막기를 선보였다.

최악의 재정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밤새 술을 마시며 다음 날 아침에 입을 원피스 충동구매, 필라테스 양말 다량 구매, 강아지 산책을 위해 택시 타기 등 상상을 초월하는 과소비 패턴을 보였다. 김생민 이마에 내 천(川)자가 또렷하게 새겨질 정도로 깊은 고뇌가 느껴졌다. “정신차려 스튜핏”, “너나 잘해 스튜핏” 같은 강한 표현들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김숙, 송은이, 김지민이 차례로 손이 떨리고 녹화장을 뛰쳐나가고 싶은 답답한 순간이 여러 번 찾아왔음에도 김생민은 이마의 주름조차 펼 새 없이 고민에 고민을 하는 모습이었다.

KBS2 <김생민의 영수증>

15분짜리 방송에서 했던 ‘베스트 스튜핏, 베스트 바이’ 같은 코멘트조차 하지 않았다. 예능의 재미까지 포기한 것이다. 김생민이 “이건 방법과 엄벌로 가야될 것 같다”면서 제시한 솔루션은 매월 90만 원 이상의 부가수입을 창출하되 반드시 불로소득이 아닌 노동을 통한 수입이어야 한다는 것, 지인들과 <김생민의 영수증> 방송을 함께 보고 “저게 나야”라면서 본인의 재정 상태를 고백하라는 것이었다. 방송인 김생민이 아니라 동네 형의 마음으로, 의뢰인에게 한 마디 한 마디 힘주어 말했다.

<김생민의 영수증>은 게스트의 절실함을 자극적으로 소비하지 않았다. ‘우리 방송의 존재감이 이렇게 강해!’라는 과시적 의미의 게스트 섭외가 아니었다. 새 출발이 절실한 의뢰인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절실했다. ‘재정상태 커밍아웃’이라는 냉철한 처방도 그런 진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KBS2 <김생민의 영수증>

분명 방송 스케일은 커졌다. 오프닝에서 합창단 어린이들과 함께 정규 편성 자축송을 불렀다.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김생민의 어록이 얼마나 파급력 있었는지 시청자들의 인증사진을 보여줬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 김생민의 영수증 분석 타임이 시작되자,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처음에 왜 이 방송을 기획하고 편성했는지 그 초심은 화려해진 스케일에 전혀 묻히지 않았다. 변하지 않은 초심, 슈퍼 그뤠잇.

이 주의 Worst: 이재진의 이기적인 마이웨이 <전지적 참견 시점> (11월 30일 방송)

“방송 다 설정이지”라는 이재진의 말처럼, 차라리 모든 게 설정이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MBC <나혼자 산다> 섭외를 받은 이재진은 젝스키스 멤버들에게 “한 달 간 집을 대여하면 되지 않나”라는 생각을 말했고, “그러면 설정 아니냐”는 멤버들의 핀잔에 “다 설정이지”라고 넘겨짚었다. 그의 말처럼, <전지적 참견시점>에 나온 이재진의 모습도 차라리 설정이었으면 좋겠다.

MBC <전지적 참견 시점>

은지원, 장수원 등 다른 멤버들에 비해 예능 출연이 잦지 않았던 이재진은 그만큼 베일에 싸여 있었다. 매니저의 입, 관찰 카메라를 통해 드러난 그의 민낯은 눈치 없는 독불장군이었다.

하루 전날 매니저를 불러서 부산 당일치기 여행을 제안한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냥 라면”을 먹으러 부산에 갔다가 서울 올라오는 길에 전주에 들러 볶음 족발을 먹는 코스가 무리수처럼 보였지만, 짧은 여행에서 이재진의 리얼한 일상을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그런데, 리얼해도 너무 리얼했다.

새벽 5시에 출발해 도착한 식당의 라면 맛이 별로였던 것, 자신 있게 찾아간 감천 문화마을 전망대가 나무에 가려져 정작 감천 문화마을은 보이지 않았다는 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건 이재진의 잘못이 아니다.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후속 대처였다. 라면을 먹은 뒤 감천 문화마을을 보여주겠다는 이재진은 자신이 운전을 하고, 조수석에는 친구를 태웠다. 매니저에게는 편한 뒷좌석을 양보했다. 그리고는 감천 문화마을 전망대를 찾기 위해 계속해서 “문일이 집이 어느 쪽이냐”를 외치며 친구와 옥신각신했다. 심지어 길이 막힌 곳에 다다르면서 친구와의 갈등이 증폭됐다. 그 사이에서 매니저는 좌불안석이었다.

MBC <전지적 참견 시점>

라면 가게, 감천 문화마을, 송도 해수욕장 그리고 커피숍까지 이어진 코스에서 매니저는 서울에 빨리 가고 싶다는 마음을 은연중에 계속 내비쳤다. 그러나 이재진은 소득 없는 부산 여행임을 자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즉흥적으로 1박 2일 부산 여행을 제안했다. 결국 숙소를 구하지 못하고 전주행을 택했지만, 전주로 가는 차 안에서도 부산 숙소 검색을 멈추지 않았다. 기어이 캠핑카를 구했고, 부산으로 차를 돌렸다.

매니저는 전주에 들렀다가 서울에 가고 싶어 했고 친구는 전주에 가면 회사 휴가를 내야만 하는 곤란한 상황이었지만, 곤란함은 오로지 두 사람의 몫이었다. 이재진은 두 사람의 난처함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1박 2일 부산 여행에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부산 1박이 결정된 직후 “안주는 매니저가 먹고 싶은 걸로 먹자”던 이재진의 배려 아닌 배려, “고민을 많이 했더니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는 이재진만의 자화자찬.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

이재진의 말대로 이게 ‘방송상 설정’이 아니었다면, <전지적 참견 시점>은 이재진의 이상한 마이웨이를 발견한 방송이었다. 부산 여행 영상을 본 양세형은 “매니저가 큰 잘못을 해서 벌을 주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벌을 받는 건 비단 매니저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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