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다. 그 예전의, 오래 살았다고 했던 환갑잔치가 무색해진 시절이다. 그러나 오래삶이 꼭 영광만은 아닌 시절이 되었다. 철지난 시절을 부흥하려 했던 독재자의 딸과 그 세력들이 '적폐'가 되어 법의 심판을 받듯, 우리 시대 나이 듦은 철 지난 유행가처럼 현실과 조우하지 못한 채 '트렌드의 낙오자'로 '혐오'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다. 오래 살지만, 그래서 늙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하는 세상이다.

한편에서 꼰대가 되어버린 노인에 대한 '혐오'와, 또 다른 편에선 안정적인 경제력을 바탕으로 'NOT OLD'한 왕성한 활동력으로 존재감을 증명하는 '나오미족', '레옹족'의 대두라는 엇물린 이중주를 배태한다. 그런 이질적인 두 현상을 배경으로, 꼰대 노인들의 활약상을 그린 <반드시 잡는다>의 설 자리가 마련된다.

인기 웹툰 <아리동 라스트 카우보이>를 원작으로 한 <반드시 잡는다>는 TV 드라마 <시그널>, <터널>이나 영화 <살인의 추억>을 통해 이제는 범죄 수사물에서 익숙해진 소재인 장기 미제사건을 다룬다.

장기 미제사건을 해결하지 못한 형사의 30년 후

영화 <반드시 잡는다> 스틸 이미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장기 미제사건이 200건이 넘는 현실,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시대의 한계 앞에 주저앉은 형사 박두만의 회한, 그 시대적 한계와 '꼭 잡고 싶다'던 열망을 드라마 <시그널>과 <터널>은 시공간을 뛰어넘은 판타지 스릴러로 화답했다. 그 시절 열정적인 형사는 그대로 시간을 거슬러 자신이 현재로 뛰어들거나 혹은 현재의 동료와 소통하며 장기 미제사건의 그 '포한'을 풀어낸다.

그런데 <반드시 잡는다>의 시작은 보다 현실적이다. 30년 전 아리동 일대에서 연달아 벌어진 노인들의 죽음과 여성 실종사건. 당시 형사였던 박평달(성동일 분)과 최 씨는 그 사건들이 연쇄 살인임을 자각했지만, 88올림픽 등의 국가적 행사와 시대적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각자의 회한으로 남겨둔 채 세월을 보내고 이제는 월세방을 전전하며 세 독촉을 받거나 병원 신세를 지는 처지의 노인네가 되었다.

30년이 흘러 하지만 시간은 여전히 그들에게서 그 사건의 기억을 봉인해제 해주지 않는다. 월세방 처지에서도, 기억을 놓쳐가면서도 그 과거에 사로잡힌 과거 미제사건의 형사는 이제 '노인'이 되어 다시 과거의 그날에 마주한다.

꼰대의 이면

이렇게 영화는 마치 후일담처럼 그 시절 장기 미제사건의 주역들을 불러온다. 하지만, 그저 그 주역들을 다시금 사건의 현장에 서게 만들지 않는다. 외려 그 시절 주역들을 들러리로 만드는 대신, 우리 시대의 상징적인 꼰대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며 이 이야기를 '꼰대 액션 스릴러'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영화 <반드시 잡는다> 스틸 이미지

변두리 동네 아리동, 그곳에 터줏대감인 심덕수 씨(백윤식 분). 혈혈단신 월남하여 열쇠수리공으로 아리동 근처에 집을 열 채 가지고 있다고 전해지는 이 노인네의 하루 일과는 열쇠수리와 집세 독촉으로 채워진다. 이른바 '수전노'라 손가락질 받던 노인, 근데 그 노인이 월세 독촉을 하고 간 다음 날 그 최 씨가 스스로 목을 맨 채 죽자 동네 사람들은 심 씨 노인이 죽였다며 원망을 한다.

졸지에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자가 된 노인은, 그 와중에도 자신을 이해해 주는 윗방 세입자 아가씨의 동정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 안위가 걱정되어 그 집을 찾아가다 만난 의문의 청년의 뒤를 쫓다 그를 도와준 최 씨의 과거 동료 박평달 씨를 만나게 되고, 최근 아리동에서 일어난 사건이 30년 전 미제사건과 동일하다 주장하는 그와 함께 2017 아리동 연쇄살인사건 해결의 주역으로 거듭난다.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우리가 '노인네'라 하는 그 세대의 이면이다. 정신 나간 노인네 박평달은 그 정신을 놓는 와중에서도 트라우마가 된 30년 전의 미제사건에 대한 책임감을 놓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심덕수 씨 역시 돈만 아는 꼰대인 줄 알았더니, 실은 월세 독촉은 하지만 내쫓지는 않는 너그러운 집주인이라거나, 세입자의 처지를 측은지심으로 돌보는 훈훈한 이면을 가졌다는 것이다.

영화 <반드시 잡는다> 스틸 이미지

영화의 말미, 왜 그토록 자신의 행방을 애타게 찾았냐는 지은의 질문에 대한 심덕수 씨의 답, 우리 시대의 기성세대가 '후안무치'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영화는 말하고자 한다. 하지만 책임감과 연민, 뜻밖의 이타심, 이제는 '꼰대'라 치부되며 온갖 시대착오적 결점으로 도배된 세대의 이면, 심지어 여전한 로맨틱함까지 설파하고자 하는 영화는, 그 반면에 그들이 합동작전으로 추격해 낸 30년 묵은 연쇄살인범의 끊이지 않는 욕망과 그 계보에도 주목한다. 인간의 양면과도 같은 세대의 양면이다.

노인 액션 스릴러답게 영화 속 추격전은 노인의 템포에 걸맞게 다리 다친 도망자를 배치한다. 한번은 애교, 두 번에 이르면 실소가 나오지만, 사실 어쩌면 이게 현실적이란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그런데 <끝까지 간다>가 그랬듯 영화가 끝날 듯하면서 정말 끝을 보아야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그 구성 방식은 <반드시 잡는다>에서도 이어지지만, 안타깝게도 <끝까지 간다>의 조진웅과 같은 존재감의 부재가 영화의 호흡을 늘어지게 만든다. 또한 차라리 노인들을 전면에 내세웠다면 음악도 좀 어울리게, '트롯'은 아니더라도 아리동과 그 세대에 걸맞은 분위기를 내세웠다면 어땠을까 싶게, 앞서나가는 장중한 배경음악이 오히려 실버액션 스릴러의 분위기를 흐트러뜨린다. 대신 그 행간을 채우는 건 어색한 사투리에도 불구하고 묵직하게 극을 끌고 가는 심덕수 역의 백윤식과 반전 매력 박평달의 성동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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