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방송통신위원회의 과징금을 부담하고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단독 중계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 단독 중계와 관련된 언론 보도나 필자와 같은 블로거들의 포스트들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찬성론과 반대론으로 극명하게 나뉘는 것을 볼 수 있다.

과거 지상파 방송 3사의 월드컵 중계에 길들여진 축구팬들이라면 SBS의 단독중계 방침에 반발하며 각자 취향에 맞는 캐스터와 해설자를 선택할 수 있었던 과거의 방식을 선호하는 반면 이들 방송 3사가 똑같은 시간에 같은 축구경기를 방영하는데 대해 '전파 낭비'라는 시각을 가지고 있던 네티즌들은 SBS의 단독중계 강행 방침에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일각에서 그동안 비인기종목이나 K리그 중계에 있어서 인색했던 KBS나 MBC가 월드컵이나 올림픽과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 대해서는 눈에 불을 켜고 중계권에 목숨을 거는 태도에 대해 지적하는 대목은 분명 KBS, MBC가 뼈저리게 반성하고 곱씹어볼 만한 부분이다.

따라서 SBS가 월드컵 중계권 획득 과정에서 공정한 방법으로 중계권을 획득했다면 국부 유출 논란이니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 침해니 등등의 논란이 불거질 수는 있을지 몰라도 이를 두고 법적으로 책임을 묻는다든지 하는 문제는 발생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SBS가 중계권을 획득하는 과정이 과연 정당했고, 이른바 상도(商道)를 지켰는가 하는 문제와 방송법에서 규정하는 '국민관심행사의 보편적 접근권'을 실질적으로 충족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다.

이 부분에서 많은 네티즌들, 특히 SBS의 단독중계를 찬성하는 네티즌들은 오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SBS가 SBS인터내셔널이라는 법인을 통해 월드컵과 올림픽의 방송 중계권료를 확보하는 과정을 살펴보자.

물론 KBS나 MBC 측의 주장에 근거한 얘기지만 이를 근거로 사기 등 민형사상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상 상당한 내용의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추측이 가능하다. 그 전제 하에 SBS의 중계권 획득과정을 살펴 보면

SBS는 일단 '코리아풀'이라는 지상파 3사의 중계권 계약 콘소시움에 참여해 공동으로 중계권 계약을 추진했고, 이와 관련한 협약서에 회사 대표들이 사인까지 했다. 그리고 일정기간 같이 활동하면서 '코리아풀'이 FIFA나 IOC에 얼마를 제시할 것인지 입찰액수에 대한 내용을 확보한 뒤 코리아풀에서 빠져나와 SBS인터내셔널이라는 별도의 법인을 통해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해 계약을 성사시켰다.

더 놀라운 사실은 SBS가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코리아풀 합의 이전에 이미 계획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내용이 정말 사실이라면 KBS와 MBC가 중계권 계약에 있어 뒷짐을 지고 있었다는 얘기는 적합하지 않은 얘기가 될 것이고, SBS가 정당한 방법으로 중계권을 획득한 것으로도 보여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심하게 말하자면 작정을 하고 KBS와 MBC의 뒷통수를 친 셈이다. 이와 같은 문제가 일반 기업 사이에 벌어졌다면 명백한 입찰 사기다.

그 다음 문제로 SBS의 단독 중계가 방송법에서 규정하는 '국민관심행사의 보편적 접근권'을 수치상이 아닌 실질적으로 충족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다.

지상파 방송이 보편적 접근권을 충족한다는 의미는 국내 전체 가구의 90% 이상을 별도의 비용 없이 관심행사를 TV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서 케이블이나 위성 등 별도의 시청료 내지 설비비 부담 없이 지상파 안테나만을 가지고 동일한 질의 방송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볼 사례가 있다.

얼마전 한 언론사 보도에 따르면 울릉도에서는 SBS의 지상파 방송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월드컵 중계도 케이블이나 위성을 설치하지 않고서는 볼 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

물론 울릉도에 있는 가구들을 대한민국 전체 가구수에 집어넣어 국내 전체 가구수 대비 SBS 방송 시청이 가능한 지역을 %로 표시하면 90%를 충족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의 기계적 수치에 근거한 요건의 충족은 분명 방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보편적 접근권이 보호하려고 하는 국민의 권익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이제 상황은 되돌릴 수 없는 곳까지 깊숙이 오고야 만 것 같다. SBS는 35억원이라는 '껌값'을 방통위에 던져주고 단독중계를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SBS의 행태를 두고 기업의 정당한 이윤추구 활동이자 재산권 행사로서 이에 대해 왈가왈부 할 필요도 없고 그럴 권리도 없다고 말한다. 자본주의가 원래 생겨 먹은 것이 그렇다는 말이다.

그렇게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선결 조건이 있다.

자본주의에서 재산권 행사와 기업의 이윤추구 활동이 정당성을 부여받기 위해서는 그 과정 역시 투명하고 정정당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SBS가 월드컵과 올림픽 중계권을 따내는 과정에 대해 이 부분에서 과연 자신 있게 떳떳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과거에 우리도 MBC와 KBS에게 비슷하게 당했는데 우리만 비난받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말하는 것은 그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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