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명칭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대공수사에도 손을 뗀다는 정부방침에 대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야권은 이를 두고 안보포기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이번 국정원 개혁안에 거론되지도 않은 국가보안법을 걸고넘어졌다.

자유한국당은 국정원 개정 추진을 국가보안법 무력화라고 반대하고 나섰다. 이와 같은 행동의 이유는 여전히 보수층 결집과 색깔론 재가동으로 해석된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하나같이 국정원 개정으로 대공수사를 폐지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지만 한번 따져보자. 국정원이 간첩수사를 하긴 했을까?

연합뉴스 자료사진

JTBC <뉴스룸> 팩트체크가 또 나섰다. 지난 10년을 기준으로 데이터를 정리했다고 한다.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현황을 보니 경찰이 71%, 국정원이 고작 25%였다. 사실 이 데이터는 일반에게도 의외였는데, 역시나 국정원 하면 간첩으로 이어지는 의식이 뿌리 깊은 탓이라 할 것이다.

국정원이 200%쯤 했을 것 같은 국가보안법 수사의 결과는 초라했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2013년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씨 간첩조작 사건처럼 간첩을 잡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내는’ 것이다. 사실 최근에야 특활비가 이슈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국정원의 가장 큰 문제는 간첩조작이다. 또 국내정치 개입이다.

간첩조작의 배경에는 국내정치 개입의 큰 그림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정원의 간첩수사가 적절치 못하며 믿기도 힘든 것이다. 유우성 간첩조작사건의 두 가지 핵심은 증거조작과 거짓자백이다. 이는 대공수사권을 어디에 두건 끊임없이 경계해야 할 수사의 함정이다. 경찰로 대공수사 전부가 옮겨간다고 그런 우려가 사라진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당연히 경찰의 대공수사 전담으로 인한 부작용과 위험요소를 예측하고,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만 할 것이다.

JTBC 뉴스룸 [팩트체크] 대공수사권 이관하면 '간첩수사'에 공백?

자유한국당이 이런 문제점을 모른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다만 알고도 말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설득력을 잃은 주장만 내세우게 된다. 자유한국당이 그나마 보수층 결집도 해내지 못하는 것은 비판의 내용을 갖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정원 개정안 어디에도 대공수사를 포기한다는 말은 없다. 현실적으로도 국정원이 아닌 경찰이 대부분의 간첩수사를 해왔다. 그럼에도 국정원의 대공수사 포기가 근본적인 대공수사 포기로 호도하는 것은 누가 봐도 억지에 불과하다.

억지로 지지를 얻겠다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다. 군우에서 집단지성으로 변화된 대중의 높아진 정치의식으로는 단 1%의 가능성도 없는 것이다. 다른 때였다면 조중동과 보수당들의 일치단결로 얼마든지 흔들렸을 여론이 아직 요지부동인 것을 보고도 생각을 바꾸지 못하는 것은 보수의 적응력 문제일 따름이다.

지금까지 국정원은 자주 개혁을 거론했다. 살도 뼈도 깎겠다고 다짐을 해왔다. 그것도 모자라 명칭도 여러 차례 바뀌었다. 그러나 모두 말뿐이었다. 그 결과 대선개입, 특활비 스캔들 등 국정원의 현실은 초라하고 비참하게 전락했다. 국정원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를 통해 “서훈 원장을 비롯해 국정원 1,2,3차장이 모두 국정원 출신이고, 평생을 근무해온 사람들”이라며 “그들이 대공수사권을 옮겨도 된다고 판단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국정원 개정안의 이유를 에둘러 강조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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