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이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이사 해임 절차를 밟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자유한국당은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 대한 이사 해임 절차 등의 방송정상화 조치를 '불법'이라고 주장했지만,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불법이 아니며, 절차를 잘 지키고 있다"고 반박했다.

▲지난 9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오른쪽)과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이 설전을 벌이는 모습. (연합뉴스)

30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유한국당 간사 박대출 의원은 "방통위가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의 이사 해임 절차를 꿋꿋이 밟고 있다"면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방송법 개정안이 법안소위에서 심사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방송법 개정 뒤로 미루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번 정기국회에서 방송법 개정이 성사될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대출 의원은 "다음달 15일까지 방통위에서 (방송법 개정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기로 했다"면서 "소위 차원에서 전문가 의견을 듣는 공청회도 열기로 했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지배구조 개선을 골자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이 본격적인 법안 심사 과정에 들어갔다. 이 방송법이 통과되면 방송사의 공영방송 이사, 사장, 임원을 포함한 임원진까지 새로 구성을 해야 한다"면서 "새로 뽑히게 되면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과정을 밟고 있어도 (방송정상화 작업을) 보류해야 하는데 불법적 과정을 밟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대출 의원은 "지난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이효성 위원장이 재량으로 어떤 결론도 내리지 않고 행정절차를 모두 밟고 그 때 가서 결론을 내리겠다고 해놓고, 해임 처분이란 걸 명문화 해서 모든 절차를 밟고 있다"면서 "해임을 전제로 하고 있는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공문을 보낼 때 해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것으로 보내야지, 결론을 다 내놓고 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이효성 위원장은 "절차상 해임 관련 심의·의결을 위해 소명을 듣고 행정 절차를 거쳐서 전달한 것 뿐"이라면서 "해명을 듣기 위해 청문 절차도 가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현재 절차 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면서 "불법이 아니며, 절차를 잘 지키고 있다"고 항변했다.

이효성 위원장의 반박에 박대출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이 문제뿐만 아니라 불법이 한두 개가 아니다"면서 "대한민국 전체를 불법적, 월권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소리쳤다. 이 위원장이 "법과 절차에 따라 차질 없이 할 것"이라고 말하자, 자유한국당 소속 신상진 위원장이 나서 "법과 원칙에 따라서 하시겠다는 말씀을 늘 하시는데, 적폐가 쌓이지 않게 해달라"고 말했다.

박대출 의원은 이날 회의가 끝나기 직전 또 다시 방송정상화 조치를 문제 삼고 나섰다. 박 의원은 "방통위원장께서 끝까지 행정절차를 하겠다고 고집하니, 지적을 해드리겠다"면서 "27일자 조선일보 사설 일부를 읽어드리겠다"고 말했다. 당시 조선일보는 <감사원의 KBS 이사 감사, '정권 흥신소'로 나섰다> 제목의 사설을 게재하고 방송정상화를 문재인 정부의 방송장악 의도라는 식으로 매도 한 바 있다.

박대출 의원은 조선일보 사설을 인용해 "역대 정권 모두가 방송을 손 아래 두려고 했지만 이처럼 노골적이진 않았다. 감사원도 문제가 많지만 이렇게 유치한 일을 하지는 않았다. 지금 적폐라고 수사 받는 일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5년 뒤 수사하면 위법·범법이 모두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방송 장악하겠다고 동원된 게 청와대, 민주당, 감사원, 노동부, 검찰, 법원, 방통위, 언론노조"라고 비난했다.

▲왼쪽부터 원세훈 전 국정원장,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한편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 등 MB정부 '방송장악 3인방'과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 등 국정감사 미출석자에 대한 고발조치도 이뤄졌다. 이들은 지난달 국정감사에 증인 출석을 요구 받았지만 출석에 응하지 않았다. 원 전 원장은 진행 중인 국정원 정치개입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 최 전 위원장은 건강 상 이유, 이 전 수석과 김 의장은 해외 출장을 이유로 당시 국정감사에 불출석했다.

특히 이동관 전 수석의 경우 '지방여행'을 핑계로 출석요구서 수령을 피해 다니기도 했다.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에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용했던 수법과 동일하다. 최시중 전 위원장은 국정감사 직전인 지난달 10일만 해도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나러 가는 등 건강한 모습을 보였으나, 12~14일까지 입원해야 한다는 황당한 핑계를 댔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