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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FC 떠나는 ‘사나이’ 정문홍 대표, 그가 남긴 ‘위대한 유산’[블로그와] 임재훈의 스포토픽
스포토픽 | 승인 2017.11.30 12:29

국내 최대의 종합격투기 단체 로드FC의 정문홍 대표가 전격적인 사임을 발표했다.

정 대표는 29일 자신의 SNS를 통해 “저는 오늘 로드FC를 떠납니다.”라고 밝혀 대표직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래는 정문홍 대표의 입장 전문

저는 오늘 로드FC를 떠납니다. 제 인생에서 정신과 육체가 가장 맑고 건강했을 때 저의 젊음을 온전히 로드에 바쳤기 때문에 후회도 없고 미련도 없습니다.
제가 로드를 시작할 때 소원은 제 제자들과 후배들이 영원히 뛸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주는 것이었습니다.
외부환경의 영향으로 무너질 수 있는 단체가 아닌 자생력 있는 단체를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과거처럼 격투기가 또 한 번 암흑기로 돌아가면 제자들과 동생들이 갈 곳이 없어지니까요. 이제 로드는 절대 무너지지 않는 글로벌 구조를 완성했고, 더욱 더 발전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후배님들께 부탁 하나만 드리겠습니다.
본인보다 약한 사람을 보호해주세요.
본인보다 강한 사람에게 도전하십시오.
격투기의 가치와 명예를 지켜주십시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지난 2010년 직접 로드FC를 설립한 이후 7년간 로드FC의 수장으로서 활약해 온 정문홍 대표는 이렇게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ROAD FC 정문홍 전 대표 SNS 갈무리

로드FC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정 대표의 사임은 이미 로드FC 내부에서는 어느 정도 예정된 일이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오는 12월 23일 서울시 홍은동 그랜드 힐튼 서울에서 개최되는 ‘샤오미 로드FC 045 더블엑스(XIAOMI ROAD FC 045 XX)’ 대회가 끝난 이후 정 대표가 사임을 발표할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정 대표가 이날 갑작스럽게 사임을 발표했다는 것.

ROAD FC는 30일, 후임 대표로 최근 UFC 해설자에서 물러난 김대환 스포티비 해설위원이 로드FC 대표로 취임한다고 발표했다.  

다소 갑작스럽기는 했으나 정문홍 대표의 사임 발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정문홍 대표가 ‘사임의 변’에서도 언급했듯 자신의 젊음을 온전히 바쳐 세계에서 손꼽히는 격투 스포츠 단체로 성장시켰고, 앞으로도 전도유망한 격투 스포츠 단체로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로드FC의 수장 자리를 내놓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역할이 끝났다고 스스로 판단한 순간 미련도 후회도 없이 일선에서 물러서겠다는 결정을 내린 정 대표의 태도는 그 자체로 박수를 받을 만하다.

로드FC 라이트급 챔피언으로서 현재 진행 중인 ‘벡만 달러 토너먼트’의 주인공이기도 한 권아솔은 이날 자신의 SNS에 이런 메시지를 적어 놓았다.

격투기에도 암흑기가 있었습니다. 해외무대에 나가 항상 엑스트라로 조연으로 활동하고, 떡밥 취급 당하며 시합 한번이라도 뛰기 위해 그렇게 우리는 매달리고 달렸습니다. 이제 선수생활을 시작하고 이제 종합격투기를 알게 된 분들은 알 수 없는 그런 시기였습니다. 비행기표와 글러브 하나로 만화 속에나 나오는 떠돌이처럼 우리는 그렇게 싸워왔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막이 열려있습니다. 선수들이 꿈에 그리던 무대가 있고, 챔피언이 있습니다. 누구나가 챔피언이 될 수 있고, 주인공이며, 주연인 삶입니다. 이제는 해외선수들이 백만 불을 향해 지구 반대편에서 예전 저와 같은 마음으로, 코리안 드림을 외치며 시합을 뛰기 위해 한국을 찾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한 단계 한 단계 발전해 왔습니다.

정문홍 대표가 로드FC를 설립해 이뤄놓은 업적에 대해 표현한 글이다. 그렇다 정문홍 대표의 가장 큰 업적은 대한민국의 격투기 선수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는 리그를 만들었고, 그 리그를 통해 선수들이 직업 선수로서 생활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터전을 만들어냈다는 데 있다.

로드FC 떠나는 정문홍 대표 (연합뉴스 자료사진)

케이지 위에서 죽도록 치고받고 구르고 하면서 경기를 펼치고도 제대로 된 파이트 머니 한 푼 받기 어려웠던 선수들에게 열심히 노력하면 파이터로서 제대로 된 대우를 받을 수 있고, 더 나아가 챔피언 벨트를 갖게 되면 억대의 파이트 머니를 만질 수 있도록 해 줌으로써 진정한 프로 선수로서의 자부심과 책임의식을 갖게 만든 것은 한국 격투 스포츠 역사를 이야기할 때 정문홍 대표를 평가하는 데 있어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정문홍 대표의 또 하나의 업적은 로드FC에게 자타가 공인하는 글로벌 격투 스포츠 단체로서의 위상을 만들어 줬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2015년 로드FC의 글로벌 진출을 선언한 이후 샤오미와 같은 굴지의 중국 기업들을 파트너로 끌어들이는 한편, 일본과 중국은 물론 세계 각국의 격투 스포츠 단체들과 교류를 추진하면서 백만 달러라는 상금이 걸린 토너먼트를 통해 세계적인 강자들을 한국으로 불러들임으로써 로드FC를 명실상부한 국제적인 단체로 성장시켰다.

특히 중요한 점은 정 대표가 로드FC의 대표로서 로드FC를 몇몇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돌아가는 단체가 아닌 하나의 시스템을 통해 체계적으로 돌아가는 조직으로 키워냈다는 점이다.

물론 정문홍 대표의 이와 같은 업적 이면에는 분명한 한계도 존재했다. 로드FC의 브랜딩을 위해 미디어적으로 화제와 이슈를 만들기 위해 격투 스포츠의 본질적인 부분 보다 오락적이고 쇼적인 요소가 많은 경기들을 만들고 그런 경기들을 대회의 전면에 내세우면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다양한 시도를 다방면으로 펼치다 보니 정작 로드FC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스타 선수를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로드FC는 16개국에 생중계 되는 스케일의 단체임에도 정작 국내 격투 스포츠 팬들에게 원챔피언십이나 UFC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는 단체에 머물러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정문홍 대표가 극복하지 못한 한계는 후임 대표가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게 됐다.

앞으로 정문홍 대표의 행보가 어떻게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그동안 정 대표에 대해 좋은 평가와 함께 나쁜 평가도 거침없이 써 내려갔던 기자도 지금은 정 대표에게 다소 미안한 감정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로드FC를 위한 정 대표의 노력과 노고는 아무리 칭찬을 받아도 부족한 초인적인 것이었다. 특히 떠날 때를 스스로 결정하고 미련 없이 떠나는 정 대표의 모습은 책임질 줄 모르는 사람들로 가득한 요즘 귀감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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