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전 국가대표 골키퍼 김병지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런데 일부 언론들이 사고 소식과 관련 없는 '어뷰징'을 일삼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29일 복수의 언론은 김병지의 SNS에서 오간 글을 관심있게 다뤘다. 지난 27일 김병지가 SNS를 통해 "교통사고로 입원해 허리디스크 파열로 수술하게 됐다"는 소식이었다. 김병지는 지난 19일 교통사고로 28일 수술을 받고 입원 치료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현역 선수생활을 은퇴하고 지도자의 길을 걷던 김병지는 "다리에 마비가 왔는데 감각이 돌아오지 않는다"면서 "킥이 돼야 아이들을 가르치는데..."라고 적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29일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김병지에 대한 어뷰징 행태. (사진=네이버 홈페이지 캡처)

그런데 이 와중에 일부 언론은 김병지가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자, 어뷰징을 일삼고 있어 비판이 제기된다. 김병지의 부상과 관계 없는 과거 연예 프로그램에서 나왔던 동료 선수의 발언 등을 다루며 자극적인 보도를 이어갔다.

데일리안은 "한국 축구의 레전드 안정환이 김병지에게 날린 19금 멘트가 새삼 화제"라며 자극적인 어뷰징을 했다. 데일리안은 과거 KBS2에서 방영했던 '우리동네 예체능'에 출연했던 김병지에 관련한 대화 등에 대해 다뤘다. 화이트페이퍼, KNS뉴스통신, 시민일보 등이 이 같은 보도를 하고 있었다.

또한 복수의 언론은 과거 헤딩슛 영상까지 들먹이며 어뷰징 행각을 벌였다. 헤럴드경제는 <골 넣는 골키퍼 김병지, 상대팀 당혹시킨 헤딩슛 역사 보니> 제목의 기사에서 "전 축구 국가대표 골키퍼 김병지가 교통사고로 큰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의 패기 넘쳤던 과거 일화가 눈길을 끈다"면서 "지난 1998년 한국프로축구 역사상 16년 만에 골키퍼가 상대 골지역으로 뛰어들어 헤딩슛을 넣는 기막힌 장면이 연출됐는데 그 주인공이 바로 김병지"라고 했다. 매일신문, 뉴스투데이, 시선뉴스 등이 같은 어뷰징 기사를 내놨다.

부산일보와 한국스포츠경제는 과거 김병지가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드리블을 해 히딩크의 눈 밖에 났다고 보도했고, 브릿지경제, 문화뉴스, 뉴스웍스 등은 김병지가 학창시절 마산상고와 마산공고의 패싸움 때 강호동을 본 것 같다고 말했었다는 소식을 내놨다.

전자신문, RPM9은 김병지가 남다른 가족 사랑을 하는 인물이라고 보도했고, 한국경제TV, 뉴스컬쳐, 비즈트리뷴은 김병지의 아내 사랑에 대해 기사를 내놨다. 중도일보, 한강타임즈는 연예인 송중기와 김병지가 함께 찍은 사진을 기사의 주제로 삼기도 했다.

언론사들의 이러한 행태는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른 인물에 대해 발생한 이슈와 관계 없이 단순히 검색어를 넣어 '뜬금없는' 기사를 작성하는 전형적인 어뷰징 행태다. 실시간 검색어 시스템을 악용해 클릭수를 늘려 광고비를 올려보겠다는 심산으로 풀이된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과거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뷰징 기사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독자는 필요 없는 정보를 봐야 하는 상황이 되고, 필요한 정보를 찾아가는데 불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낭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면서 "독자들이 알고 싶은 정보, 필요한 정보를 찾아가는 것을 막는 행위다. 독자를 돈 벌이 수단으로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치명적으로 저널리즘의 가치를 손상시키고 파괴하는 행위"라고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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