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의해 2018 평창동계올림픽 출전 기회를 박탈당할 위기에 놓였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8일(한국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두 명의 러시아 바이애슬론 선수와 두 명의 봅슬레이 선수, 한 명의 스켈레톤 선수의 소치올림픽 성적을 취소하고 향후 올림픽 출전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 중 올가 비룩히나와 야나 로마노바는 각각 소치동계올림픽 여자 바이애슬론 스프린트와 계주에서, 은메달을 따낸 선수들이다.

아울러 알렉세이 네고다이로와 드미트리 트루넨코프는 이미 금메달을 박탈당한 4인승 봅슬레이 금메달리스트들이다. IOC는 이미 지난 25일 봅슬레이 2인승과 4인승에서 2관왕을 달성한 알렉산드르 주프코프의 메달을 박탈했다. 이로써 소치동계올림픽 4인승 봅슬레이 1위에 오른 선수 4명 중 3명이 도핑에 적발됐다. 적발되지 않은 선수는 알렉세이 보에보다 한 명뿐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소치동계올림픽에서 획득한 메달 가운데 도핑 적발로 박탈당한 메달은 금메달 4개를 포함해 총 11개가 됐다.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가 획득한 전체 메달수(금메달 13개 포함 33개)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다.

야나 로마노바(왼쪽 2번째), 올가 비룩히나(왼쪽 4번째)의 도핑 적발로 은메달을 박탈당한 러시아 여자 바이애슬론 계주팀. [EPA=연합뉴스]

IOC는 이날 러시아 선수들에 대한 올림픽 퇴출 결정을 발표하면서 데니스 오스왈드 위원이 이끄는 징계위원회의 보고서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5월 러시아의 내부고발자 그리고리 로드첸코프의 폭로가 모두 사실이며,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리처드 맥라렌 교수의 조사가 도핑 샘플 조작을 입증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에는 IOC가 법적 소송에 대비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보고서에 나타난 러시아의 도핑 행태는 그야말로 ‘기상천외’라는 단어가 적절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선수들과 코치들은 물론 러시아 정부와 정보기관까지 나서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전 방위적인 도핑 지원 행위를 자행했다.

사실 러시아는 소치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환경 파괴, 성적소수자 탄압, 이주노동자 인권 탄압 등 갖가지 논란을 끊임없이 일으켰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소치에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고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400억 달러(우리 돈 약 55조 원)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들였고, 소치는 평창과의 동계올림픽 유치 경쟁에서 승리를 거두기는 했으나 지금은 동계올림픽이 가져다 준 재앙에 시달리고 있다.

소치동계올림픽 이후 도심을 오가는 열차 운행 회수가 10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었고, 공항과 연결되는 노선은 아예 폐지됐다. 폐업하는 숙박업소와 식당도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물론 소치동계올림픽 경기장 시설은 흉물스럽게 방치됐다. 한마디로 소치는 동계올림픽 직후 유령도시로 변하고 말았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입장하는 러시아 선수단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역시 동계올림픽 유치라는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올림픽 이후에 벌어질 수 있는 부작용에 대비하지 않은 결과 러시아가 겪게 된 승자의 저주였다.

러시아 정부가 조직적으로 개입된 도핑 스캔들과 동계올림픽을 전후해서 소치가 겪은 어려움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올림픽이라는 영광스러운 지구상 최대의 이벤트를 유치하고 치러냈지만 지금 러시아에 남은 것은 올림픽 퇴출 위기와 유령도시 비슷하게 변한 소치뿐이다.

IOC는 현재 러시아 선수단 전체가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를 취할 것인지를 두고 논의 중이며 내달 5일 열리는 IOC 집행위원회에서 러시의 평창행 여부가 결정된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에서는 일부 종목에서 러시아 선수들의 출전이 금지됐고, 러시아 선수들 가운데 개인 자격으로 출전한 선수들은 러시아 국기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예 선수단 전체가 평창 땅을 밟지 못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전통적인 동계스포츠 강국으로서 역사상 최초로 안방에서 개최한 동계올림픽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두겠다는 의욕이 비뚤어진 승리 지상주의를 정당화시키는 결과를 낳은 셈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러시아가 소치동계올림픽을 유치하고 대회에서 33개의 메달을 따낸 성과는 돈과 도핑이 결합된 부정한 힘으로 얻어낸 부정한 ‘장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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