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아공월드컵 공인구인 자블라니(왼쪽)와 마스코트 자쿠미 (사진-김지한)

남아공월드컵 본선이 이제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리는 최초의 월드컵인 만큼 많은 기대를 갖고 있는 팬들도 있겠지만 그보다 치안, 환경, 보건 문제 등의 면에서 제대로 된 월드컵을 1달동안 무사히 치러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을 더 많이 갖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지리적인 위치 때문에 외국인들이 예상보다 많이 찾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고, 그 때문에 국제축구연맹(FIFA)과 월드컵조직위원회가 당초 목표보다 30-40% 가량 대폭 낮춰서 예상 외국인 방문객 숫자를 잡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는 월드컵 티켓 판매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블로거가 월드컵 홈페이지에 있는 티켓 판매 현황(https://lmsfwctickets.fifa.com/LMS/MatchAvailability.aspx)을 통해 살펴본 결과, 총 64경기 가운데 31경기가 여전히 표를 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전체의 약 48%에 해당하는 것으로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입니다. 개막전과 결승전은 이미 거의 다 팔렸지만 16강전 4경기, 8강전 1경기, 3-4위전 등 꽤 볼 만 한 경기들이 여전히 표가 남아 있어 과연 본선 전까지 모든 표들이 다 팔릴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서고 있습니다.

예선을 살펴보면 48경기 가운데 25경기가 여전히 표가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미 몇몇 매체에서 보도가 나갔지만 한국의 경우, 그리스와의 경기에 표가 '아주 넉넉하게' 남은 것으로 나타나 텅 빈 경기장에서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것 아닐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전은 월드컵 주경기장인 사커 시티에서 열리는데다 아르헨티나에대한 인지도 때문에 표가 거의 다 팔렸지만 나이지리아전은 1구역 표를 여전히 구매할 수 있어 전반적으로 '썰렁한' 분위기 속에 경기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 남아공월드컵 조별 예선 1차전 티켓 판매 현황 표. 녹색은 표가 아주 많이 남아있다는 표시며, 노란색 역시 표 구매가 가능하다는 표시다. 주황색은 표가 다 팔렸다는 표시다. 16경기 가운데 7경기 티켓 구매가 가능한 상황이다. 여기에는 한국-그리스(4번 경기)도 포함돼 있다. (FIFA 캡쳐)

전체적으로 인기 있는 팀들에 대한 편중 현상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특히 세계랭킹 1,2위를 달리고 있는 브라질, 스페인 경기는 모든 경기가 매진을 기록해 높은 인기를 실감했습니다. 또 마라도나 감독이 이끌고 한국과 한 조에 속한 아르헨티나 역시 모든 경기 매진을 기록해 흥행팀임을 입증했습니다. 반면 '축구 종가' 잉글랜드는 슬로베니아전에서, '전차군단' 독일은 세르비아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는 파라과이, 뉴질랜드전 등 '무려' 2경기나 여전히 표가 남아있어 대조를 이뤘습니다. 그밖에 일본, 뉴질랜드가 갖는 전 경기는 모두 표 여유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표 판매에 따라 월드컵에서 인기 있는 팀을 가릴 수 있을 정도였는데요. 몇몇 강팀들조차 매진이 쉽지 않은 것을 보면 남아공월드컵에 대한 인기가 내외적으로 여전히 두드러지지 않아 과연 '몇 경기나 관중들이 꽉 찰 수 있을까'는 걱정부터 앞설 정도입니다.

그나마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남아공 사람들에게만 파는 '4구역' 티켓 판매가 호조를 이룬 것이 FIFA나 조직위 입장에서는 위안거리로 삼고 있을 정도입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티켓 할인은 없다'고 못박았던 FIFA와 조직위는 남아공 사람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이 가는 티켓을 할인하고, 심지어 슈퍼마켓에까지 파는 고육책까지 써가면서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그 덕에 국내 판매는 호조를 보이며, 4구역만 4경기를 제외하고 전 경기가 매진되는 기록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해외 판매가 저조해 2,3구역도 4구역의 수준의 가격에 할인해 서서히 판매를 확대하고 있고, 결승전 역시 최근 월드컵 가운데 가장 싼 140달러(약 16만원) 수준에 판매돼 내부적인 판매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입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자 FIFA 역시 자신감을 되찾으며 '이번 월드컵 흥행의 성공을 믿는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전세계의 축구 축제인 월드컵에 관중이 없다면 그만 한 굴욕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티켓 판매 대행사인 바이롬 파문으로 개막식에 3-4천 석이 텅 비는 등 환상적인 식전 행사와 역사에 남을 이변에도 시큰둥했던 아픈 기억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아프리카 최초의 월드컵이라는 상징적인 대회에 이런저런 우려로 인해 사람이 찾지 않는다면 월드컵을 준비한 남아공은 물론이고, FIFA는 역사상 최악의 시련을 맞이할 가능성도 각오해야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일단 남아공은 럭비월드컵,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 등을 통해 성공 개최에 대한 자신감을 여전히 나타내고 있습니다. 정말 납득할 만 한 환경을 갖춰놓고, 제대로 된 분위기를 내면서 월드컵을 치러내는데 성공할 수 있을지, 꽉 찬 경기장에서 월드컵다운 장면이 잘 나타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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