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양대 포털 네이버, 다음이 기사를 요약해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요약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러나 잘못된 요약으로 기사 자체의 내용을 왜곡해 전달하는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와 함께 언론의 포털 종속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사실상 포털이 편집 행위를 통해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양대포털 네이버, 다음 로고.

네이버는 지난 27일부터 콘텐츠제휴 기사를 요약해 보여주는 ‘요약봇’ 시스템을 상용화했다. 이에 앞서 다음은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자동요약'이라는 이름으로 같은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요약 시스템은 포털사이트의 '봇'이 콘텐츠 제휴를 맺은 언론사의 기사 내용을 추출해 요약하는 방식이다. 포털의 요약 시스템은 해당 기사를 3문장 정도로 줄여 보여주고 있는데 짧은 시간에 요약된 뉴스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분명 존재하지만, 기사 내용이 왜곡돼 전달될 수 있다는 가능성과 함께 언론의 포털 종속성을 강화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요약시스템 사용해봤더니…'왜곡' 심각한 수준

미디어스가 실제로 포털에 게재된 기사의 요약 시스템을 사용해 본 결과 상당부분의 문제점이 발견됐다. 먼저 기사 균형의 문제다. 28일 오후 2시 현재 네이버 정치 메인 뉴스에는 <예산처리 시한 D-4…여야, 강대강 대치 속 절충 모색>이란 제목의 연합뉴스 기사가 걸려있다. 이 기사의 네이버 요약봇의 요약 내용은 이렇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의 법정시한이 28일로 나흘 앞으로 다가왔으나 여야는 여전히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부분 야당에서는 공무원증원과 최저임금 지원 문제는 정말 어렵고 전액 삭감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 “현재 정부·여당이 취하는 태도를 보면 물리적으로 12월 2일 처리는 물 건너가는 것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국민의당 이용호 정책위의장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현장 공무원을 증원한다지만 상당수는 내근직으로 공공구조 개혁과 인력 재배치를 서둘러야 하며 그것이 없는 공무원증원은 중단해야 한다”면서 “일자리 안정자금도 직접 지원하는 대신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사업을 확정하면 1조 원 이상의 예산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의 요약에는 예산안의 주체인 문재인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았다. 한쪽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반영한 셈이다.

27일자 연합뉴스의 <송영무, '미니스커트' 언급 구설…“대단히 죄송” 사과> 기사의 요약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27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한 자리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송 장관은 이날 귀순현장을 둘러본 뒤 JSA 경비대대 한국 측 병영식당에서 장병들과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마이크를 잡았다”는 내용뿐이었다. 송 장관 발언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과 국방부가 공식 사과 입장을 낸 것은 찾아볼 수 없다.

▲28일자 ZDNetKorea의 <미디어 강자 타임, 왜 메레디스 품을 택했나> 기사를 네이버 요약봇이 정리한 내용. (사진=네이버 캡처)

또한 주간지나 월간지, 전문지, 인터넷신문에서 다뤄지는 심층보도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요약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IT전문지 ZDNetKorea는 27, 28일 양일에 걸쳐 <‘디지털 길 찾기’ 실패한 타임의 예견된 종말>, <미디어 강자 타임, 왜 메레디스 품을 택했나> 기사를 게재해 타임의 매각 소식을 심도 깊게 전했다.

ZDNetKorea는 두 기사에서 한 때 인쇄 잡지 혁신을 주도했던 미국 유명잡지 타임이 변화한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는 과정과 실패 원인, 메레디스에 매각된 타임이 디지털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지에 대한 전망, 인수 과정에 개입한 보수 성향 코치 형제의 논조 개입 가능성 등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뤘다.

그런데 포털 요약 시스템의 요약은 “인쇄 잡지 시장의 마지막 자존심이 무너졌다. 물론 타임은 디지털 세상에서 새 길을 찾는 데 실패했다. 피처폰이란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건드릴 수 없었던 노키아와 마찬가지로 타임 역시 인쇄 잡지 시장을 외면할 수 없었다”, “미국 잡지시장의 큰 손 타임이 팔렸다. '한 지둥 두 가족'이 된 메레디스와 타임은 디지털 광고 시장 전체에선 여전히 언더독에 불과하다. 구글, 페이스북 같은 디지털 강자들이 광고 시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도의 내용에 그쳤다. 기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전혀 전달하지 못한 것이다.

다음의 경우 ‘나를 위한 추천’ 메뉴에서 독자의 취향에 맞춰 개인 맞춤형 뉴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핵심 문장을 담은 뉴스카드만을 보여주고 있다. 원문을 보려면 우측 하단에 작게 표시된 ‘원문’ 아이콘을 클릭해야만 가능하다. 단편적인 팩트를 주로 제공하는 뉴스통신사나 일간지의 기사라면 어느 정도는 유효할 수 있으나, 심층보도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는 구조다.

포털의 요약 시스템에 대해 정치부 기자 A씨는 “독자들 입장에서 봤을 때 짧은 요약본으로 기사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요약 내용이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종종 보이고, 아직 심층보도 기사에 대해서는 시스템이 제대로 적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요약 시스템에 기사의 실제 내용과 다를 수 있다는 취지의 경고문 정도는 넣어주는 것이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라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했다.

“포털이 편집권 행사해 언론 역할하는 것”

언론의 포털 종속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편리함에 익숙해지면 결국 기사 내용보다는 편하게 볼 수 있는 것만 찾게 된다”고 우려하면서 “가뜩이나 신문이나 언론 매체의 홈페이지를 가기 보다는 포털로 간단하게 뉴스를 소비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런 시스템이 익숙해지는 상황이 오면 포털의 뉴스 소비가 더욱 강화되는 결과를 낳게 될 수 있다. 이런 것을 포털이 주도해 나가는 게 문제”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가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진봉 교수는 포털이 요약 시스템으로 사실상 편집권을 행사하면서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털은 자신들은 편집하지 않고 배열만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출석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의도적인 뉴스 편집이 없도록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겠다”면서 “네이버는 뉴스를 직접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전통적인 기존 언론사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러나 최진봉 교수는 요약 시스템 자체가 편집행위라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면서 “오히려 기사 원본을 변형시키고, 자신들 뜻대로 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 자체가 편집행위”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네이버, 다음이 플랫폼 사업자의 역할을 뛰어넘어 언론사의 역할을 하겠다는 얘기”라면서 “다른 신문의 기사를 베끼는 어뷰징 행위와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최진봉 교수는 포털 요약 시스템이 기사의 원래 취지를 훼손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최 교수는 “기사의 본질을 왜곡할 위험성이 높다”면서 “글은 문맥 전체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건데 기계가 추출한 몇 문장만 읽으면 전체 기사의 맥락을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잘못된 정보가 사실로 인식되는 부작용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최진봉 교수는 “(언론사의 역할도 하겠다면) 포털도 다른 언론사와 같이 제재와 검증을 받아야 한다”면서 “요약 시스템이 기사의 형태로 소비되는 거라고 봤을 때 정부기관이 감시, 견제하는 구조 안에 들어와야 언론사들과의 형평성이 맞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객관성과 공정성이 언론이 지켜야할 절대 선이고 독자들은 기사를 사실이라고 믿고 보는 건데, 요약이라는 편집 과정을 통해 기사가 변형, 왜곡되기 때문에 누군가는 그걸 감시해야 한다”면서 “포털이 이런 시스템을 사용하려면 언론으로서 방송법과 신문법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요약봇은) 자동 기술을 기반으로 기사 내용을 쉽고 빠르게 소비할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해 주는 차원으로 도입된 서비스”라면서 “이용자들의 다양한 기사 소비 방식을 제공하기 위한 베타 서비스 단계로 AI의 특성상 점점 품질이 고도화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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