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 태연이 5월 7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뮤지컬 태양의 노래 첫 무대를 가졌다. 태양의 노래는 일본 드라마, 영화로 이미 익숙한 내용이지만 뮤지컬로서는 새롭게 창작된 초연작이라는 점이 큰 의미를 갖는다. 이번 뮤지컬은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뮤지컬단에서 제작한 것으로 일반 상업적 뮤지컬들과는 조금 다른 출발점을 갖는다. 이제 첫 무대를 가졌을 뿐이고 앞으로 볼 사람이 많은 탓에 자세한 내용은 참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되지만 흥미로운 몇 가지에 대해서는 궁금증을 풀 수 있다.

우선 소녀시대 팬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인 키스신. 분명 키스신은 있지만 키스는 없다. 언제가 두 배우의 감정이 고조되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리허설 상황에서 본 그 장면에서 직접적인 키스는 없었고, 오페라의 유령처럼 딥 키스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되지도 않는다. 주인공들이 17살 소년소녀들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가벼운 이미지만 가져가는 것이 더 맞는 연출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다음은 연기력이다. 이 점은 비단 소시 팬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는 사람에게도 관심이 높은 편인데, 주관적인 잣대지만 그 정도면 무난하다고 할 수 있다. 무대 연기가 처음이고 연습기간도 길지 않았다는 점에서 리허설에서 보여진 것보다 가능성이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연기를 아주 잘했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논란이라고 할 정도의 문제는 없었다. 연기력이 문제가 되는 역할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적어도 태연은 아니었다. 그가 누가인지는 무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낯선 무대의 적응을 통해 차차 연기호흡이 안정될 것이고 아마도 후반부로 가게 된다면 더 좋아질 것이다. 모든 무대 예술이 다 그렇다. 때문에 가장 정확한 리뷰는 후반부에 쓰는 것이 공정할 수 있기도 하다. 리허설에서 100%의 기량을 보이는 배우, 무용수를 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장기 공연되는 무대작품은 공연 중에도 계속 진화한다. 편집을 끝내고 방영하면 수정이 안되는 영상예술과의 다른 점이다.

이번 태연의 뮤지컬 도전은 소녀시대 팬이 보기에는 불리한 점과 유리한 점이 있다. 무대 위의 주인공이 카오루라는 극중 인물이 되어야 하는데 팬심 때문에 그런 냉정한 거리를 두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구별이 잘되면 사실 팬이라고 하기도 좀 그렇다. 하지만 확실하게 유리한 점도 있다. 이번 뮤지컬을 보면 일밤 공포영화제작소나 이제는 하차한 라디오를 진행할 때의 추억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한편 흠(?)을 좀 잡을 부분도 있었다. 태연은 연기하는 동안 두 번 정도 이유없이 윙크를 했다. 보통 무대에서 원샷이 들어올 때 소시 멤버들은 팬서비스 차원에서 윙크를 한다. 이 무대에서 윙크가 나온 것은 분명 아이돌로서의 태연의 습관에서 나온 무의식적인 반응이었다. 이것도 아이돌 직업병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지는 알 수 없지만 심각한 장면도 아닌 때여서 귀엽게 볼 수 있었다.

다시 뮤지컬에 대해서 좀 더 말하자면 이번 작품은 창작 초연이다. 브로드웨이에서 갈고 닦은 뮤지컬이 아니다. 또한 제작자가 공공단체인 서울시뮤지컬단이다. 중요한 부분은 여기에 있다. 뮤지컬이 유일하게 흥행되는 무대예술이지만 지금까지 창작뮤지컬은 그런 대열에 끼지 못했다. 간혹 창작뮤지컬에 연예인들이 출연하면서 일시적인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지속적으로 공연되는 레파토리화에는 아직도 많은 숙제를 남기고 있다.

현재 태연의 인기는 매우 높다. 때문에 어떤 뮤지컬이건 막강한 티켓파워를 발휘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태연이 선택한 것은 브로드웨이 레파토리가 아니라 제작 환경이 열악한 창작뮤지컬이라는 점에서 칭찬할 수 있다. 검증되지 않은 창작 뮤지컬에 도전하는 것은 분명 모험이다. SM이라는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선택인데 서울시뮤지컬단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태연 본인의 의지가 강했다고 한다.

보통 아이돌의 뮤지컬 출연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10년 20년 뮤지컬 외길을 걸어온 전문배우들은 때때로 불편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렇지만 갈수록 높아지는 경쟁 속에서 제작자 입장에서는 티켓 판매에 대해서 걱정을 덜 수 있기 때문에 아이돌 멤버들을 지속적으로 뮤지컬 무대로 불러들이고 있다. 태연은 적어도 그런 경우는 아니다.

어차피 아이돌에게 뮤지컬 도전은 수입보다는 다른 의미가 더 크다. 그러나 기왕이면 수입도 챙기는 태도가 지배적이었지만 이번을 계기로 아이돌이 창작 뮤지컬에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된다면 비약을 꿈꾸는 한국 토종 뮤지컬에도 활기와 희망을 주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태연의 뮤지컬 무대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 창작 뮤지컬의 발전과 정착을 위해서 더 많은 시도와 외부 동력과의 결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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