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김장겸 전 사장을 비롯한 MBC경영진이 고용노동부, 검찰의 소환조사를 앞두고 스마트폰 분쇄를 부하직원에게 지시한 정황이 드러났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김장겸 전 사장, 백종문 전 부사장, 최기화 본부장 등 전체임원 11명 중 7명이 고용노동부와 검찰의 소환 조사를 앞두고 부하직원에게 스마트폰 분쇄를 지시한 증거와 진술을 입수해 폭로했다.

2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기자회견을 열어 "김장겸 일당이 조직적 증거를 인멸했다"며 "업무용 스마트폰을 통째로 연쇄 분쇄했다"고 밝혔다.

2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기자회견을 열어 "김장겸 일당이 조직적 증거를 인멸했다"며 "업무용 스마트폰을 통째로 연쇄 파쇄했다"고 밝혔다. 장준성 MBC본부 교섭쟁의국장이 8월 14일 스마트폰을 분쇄·교체한 김장겸 전 사장, 오정환 보도본부장, 최기화 당시 기획본부장의 카카오톡 아이디가 같은 날 갱신된 것을 설명하고 있다. (미디어스)

MBC본부에 따르면 김장겸 전 사장을 비롯한 MBC임원들은 고용노동부의 소환조사를 앞둔 8월 중순경부터 스마트폰을 집중적으로 분쇄·교체했다. 당시는 고용노동부가 MBC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현장조사를 마치고 MBC 임원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앞둔 시기였다. 김장겸 전 사장은 8월 14일 자산관리국을 통해 스마트폰 분쇄를 지시했다. 같은 날 오정환 보도본부장도 같은 방법으로 스마트폰을 분쇄했고 최기화 당시 기획본부장도 스마트폰을 교체했다.

이후 17일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 22일 백종문 전 부사장, 23일 김성근 방송인프라본부장, 29일 윤동렬 미디어사업 본부장 등이 차례로 스마트폰을 교체하고 분쇄했다.

특히 김장겸 전 사장과 백종문 전 부사장은 두 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스마트폰을 분쇄·교체했다. 김장겸 전 사장은 8월 14일 자신의 스마트폰을 분쇄·교체한 이후 10월 13일 다시 스마트폰을 교체했다. 백종문 전 부사장은 6월 5일 스마트폰을 분쇄·교체한 후 8월 22일 같은 모델, 같은 색상의 기기로 다시 스마트폰을 교체했다.

이에 대해 언론노조 MBC본부는 "김장겸 전 사장의 두 번째 인멸은 전영배 전 보도본부장이 소환되고 사흘 뒤인 10월 13일에 이뤄졌다"며 "김장겸은 전영배의 소환조사로 위협을 느꼈을 것이고, 두 달 만에 다시 휴대전화를 교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뭔가 없애야할 것이 있지 않는 한,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6월 5일 백종문 전 부사장의 스마트폰이 분쇄되는 장면(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이들은 하드디스크 전용 파쇄기를 동원해 휴대폰을 '분쇄'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6월 5일 백종문 전 부사장의 스마트폰이 분쇄되는 영상을 입수해 공개했다. 백 전 부사장의 스마트폰은 파쇄기에 들어간지 10초 만에 작은 조각들로 분쇄됐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증거인멸이 확인된 김장겸 전 사장을 비롯한 MBC전·현직 임원 7명을 구속 수사할 것을 검찰에 촉구했다.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멀쩡한 스마트폰을 분쇄기에 넣어 갈아버리는 방법으로 증거인멸을 한 사실까지 드러났다"며 "검찰은 더이상의 증거인멸을 막기 위해서라도 지체없이 김장겸과 백종문 등을 구속수사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장준성 MBC본부 교섭쟁의국장은 이들의 행위가 "조직적인 증거인멸 교사"라며 "증거인멸을 다른 사람에게 시켰을 경우 형법 155조 1항에 의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고 설명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 주 MBC의 부당노동행위를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관련증거와 진술 일체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MBC본부는 오늘 중으로 '국정원 공영방송장악'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도 관련 자료를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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