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비판보도 불방'과 관련해 KBS 탐사보도팀 기자들이 해당 리포트 삭제를 지시한 이화섭 KBS 보도제작국장에 대해 "보도본부 전체 구성원 앞에 사과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4일 KBS '뉴스9'의 최종 큐시트에 올라와 있던 박 수석의 논문 이중게재 관련 보도는 박 수석과 '친구'인 것으로 알려진 이 국장의 지시에 따라 불방된 바 있다. 해당 리포트는 KBS 탐사보도팀이 교수 출신 공직자의 논문을 검증한 4일 <시사기획 10> 방영분을 요약한 내용이다.

KBS 탐사보도팀 기자 일동은 7일 발표한 성명에서 "박재완 수석 관련 내용을 리포트에서 빼야할 아무런 합당한 이유도 없는데 관련 내용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받으면 그 어떤 기자가 수긍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물으며 "이 국장은 보도본부 전체 구성원 앞에 사과하고 박 수석을 비호한 이유를 솔직하게 밝혀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 5월 6일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KBS보도본부 특보 캡처.

이들은 "뉴스가 불방된 과정을 지켜보며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국장의 성의있고 믿을 수 있는 후속조치와 재발방지 약속이 없을 경우 우리는 불가피하게 국장의 거취 표명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충분한 검증을 거쳤고 반론까지 여러 경로로 확인한 상황에서, 담당기자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리포트에서 특정한 내용만을 제외하라고 하는 것은 기자의 생명인 공정성과 객관성, 형평성을 스스로 버리라고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런 상황에서 이 국장은 담당 취재기자들을 마치 정치적 편향성을 가진 사람인 것처럼 매도하고 있다"며 "'왜 그토록 처절하게 특정 청와대 인사에 매몰되려고 하는지' 이 국장이 담당 기자들에게 한 질문을 우리는 그에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화섭 "(그대로 방송됐다면) 공정성 잃을 수밖에…"

한편, 이화섭 국장은 6일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시사기획 10> '공직의 무게'와 관련해) 최종적으로 고발대상을 정하면서 '이중게재된 논문의 유사성, 금전적인 이득을 취했거나 연구실적 부풀리기에 악용된 사례를 지적 대상으로 삼는다'는 엄격한 기준의 가이드라인을 적용했다"며 "박 수석의 92년, 93년 논문은 서기관 재직 시에 작성한 논문이었고 위에 적시한 가이드라인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게 국장, 팀장, 데스크의 판단이었다"고 해명했다.

이 국장은 "제작진은 <시사기획 10> '공직의 무게'를 제작하면서 당사자(박재완 수석)의 충분하고도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가이드라인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팀장의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국장은 제작진에게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제작진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적절한 수준의 반론권을 주어 균형감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하지만) 9시 리포트는 2분 정도의 짧은 요약 리포트다. 프로그램의 형식상 검증 대상이 된 논문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할 수 없고 반론권도 충분히 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며 "사안의 경중과 가이드라인을 배제하면 보도내용은 공정성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박 수석과 '친구' 사이로 알려진 것과 관련해 "국장은 제작진에게 단 한 차례도 정책기획수석과의 관계를 언급한 적이 없다"며 "취재기자와 취재 대상자 사이에는 특수관계가 존재하지 않으며 취재 내용에 대해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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