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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빠진 검찰의 적폐청산검찰과 법원의 힘겨루기…여당 전폭적 지원 기대하기 어려워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7.11.28 08:36

이른바 ‘적폐청산’ 수사를 해오던 검찰은 그야말로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22일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구속적부심을 거쳐 석방된 것에 이어 24일에는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 역시 풀려난 것이다. 검찰은 김관진 전 장관 석방 때는 크게 격앙된 반응을 보였지만 임관진 전 실장의 석방에 이르러서는 다소 메시지의 수위 조절을 하는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구속적부심을 통한 석방 결정은 최근 들어서는 흔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법원이 이러한 결정을 내린 맥락을 두고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다. 보수언론은 법원이 “일부 혐의에 관해 다툴 여지가 있다”고 한 것을 들어 검찰이 정권의 하명수사를 무리하게 밀어 붙여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예를 들면 조선일보는 27일 <정치 수사 검찰의 막무가내 구속영장, 法治 위협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국방장관과 안보실장처럼 안보의 상징과 같은 사람을 죄가 되는지 안 되는지도 모를 혐의로 포승에 묶어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망신을 주면 군의 사기 저하는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정치 수사 태풍 속에서 법치 자체가 위기다”라고 했다.

보수언론에 따르면 법조계 일부에선 검찰의 논리에 약점이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고 한다. 검찰이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혐의를 두고 군 형법 조항을 적용한 게 대표적이다. 국방부 장관이 민간인임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군 형법 상의 정치관여 금지 조항을 적용한 것은 군인과 공범관계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관진 전 장관이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개입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부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는 상황에선 군 형법 적용 부분이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는 게 이런 지적의 내용이다.

구속이나 석방 결정에 대해 법원이 판단 근거를 자세히 밝히지는 않기 때문에 법리에 대해 논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역시 누가 이런 상황을 가능케 했는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김관진 전 장관과 임관빈 전 실장의 구속적부심은 서울중앙지법 신광렬 판사가 담당했다.

신광렬 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을 맡고 있는데, 이 자리는 대법원장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요직 중의 요직이라는 게 일부의 지적이다. 결국 양승태 전 대법원장으로 상징되는 법원 내 보수파들과 보수정치 세력의 결탁이 이런 상황의 원인 아니냐는 거다. 여당 소속 의원들이 신광렬 판사를 겨냥해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보수언론이 이를 두고 “마녀사냥”이라며 반발하는 상황은 이런 맥락을 고려하지 않으면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25일 오전 서울 중앙지검 입구. (연합뉴스)

이렇게 보면 이제 ‘적폐청산’의 문제는 검찰과 법원 간의 힘겨루기 국면으로 넘어간 듯 보인다. 그런데 그저 그렇다고 보기도 쉽지 않다. 왜냐하면 법원과 마찬가지로 검찰도 단일한 입장을 갖고 있는 건 아닌 듯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검찰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휴대전화와 차량을 기습적으로 압수수색한 것은 검찰의 이런 상황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한겨레는 27일 검찰이 이런 방식의 압수수색을 택한 이유에 대해 현직 검찰 간부가 우병우 전 수석의 증거인멸 시도에 협조한 정황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우병우 전 수석과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이 구속기소 돼있는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 등과 간접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이 검찰 간부에 대해 감찰에 착수했다는데, 과연 일부 검사의 ‘일탈행위’의 결과인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왜냐하면 이전 정권에서 정치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을 속이기 위해 만들어진 국정원의 ‘현안TF’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수사를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변창훈 검사 사건 이후로 검찰 내외에서 정권의 ‘하명수사’를 규탄하는 이상한 움직임이 수면 위로 부상한 정황 역시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혐의를 캐비닛에서 꺼내 다시 쟁점화한 게 이 시기였으므로 이것 역시 어떤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전 정권 주요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하다 ‘역풍’을 맞게 되었으니 청와대 핵심을 수사하는 시늉을 해 본류인 ‘적폐청산’ 수사를 방어하려는 것 아니냐는 거였다. 반대로 이를 청와대를 향한 어떤 ‘시위’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었다. 더 이상 검찰을 압박하면 버틸 수 없게 된다는 것 아니냐는 거다.

전병헌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은 25일 기각됐다. 검찰은 법원의 영장 기각 사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보강수사를 해서 재청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병헌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가 곧바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왜냐하면 전병헌 전 수석 영장 기각을 놓고도 “검찰이 ‘모종의 이유’ 때문에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구속영장 청구를 강행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여기서 ‘모종의 이유’란 앞서 언급한 정치적 해석과 사실상 동일한 것이다.

여기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검찰의 수사가 난항에 빠지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에 대한 논의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이 상황을 ‘검찰의 무리한 수사’라는 관점으로 보고 “충견에 더해 맹견까지 풀어놓을 수는 없다”는 이유를 들어 공수처 도입 논의에 힘을 뺄 것이다. 반대로 여당은 공수처가 있어야 이번 사례처럼 ‘적폐’가 검찰 수사를 무력화시키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어떤 경우가 됐든 검찰의 수사가 어려움에 부딪친 상황 자체가 서로의 논리에 근거가 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등검찰청ㆍ서울중앙지방검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직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렇게 보면 검찰 내에서 ‘적폐청산’ 수사를 직접 주도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사람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청와대의 전폭적 신임을 받고 있는 걸로 알려진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등이 사면초가에 빠져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법원은 잡아 온 사람을 풀어주고, 검찰 내부에서도 비토 움직임이 분명해지고 있으며, 심지어 여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보수언론은 윤석열 지검장의 오른팔 쯤으로 여겨지는 윤대진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를 ‘종북’으로 몰고 있다. (관련 기사)  2012년 12월 대선 직전 국정원 댓글 의혹에 대한 경찰의 수사를 무력화 하는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김병찬 서울용산경찰서장이 지난 25일 검찰에 출석하지 않은 것도 이런 상황의 한 단면으로 볼 수 있다. 경향신문은 27일 지면에 “김 서장의 소환 거부는 경찰 수뇌부의 재가 없이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검경 갈등으로 비화할 소지가 있다”고 썼다.

검찰의 ‘적폐청산’ 수사가 무력화되면 개혁을 원했던 사람들의 열망은 냉소에 빠져들 가능성이 커진다. 정치적 공방이 장기화되면 당장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판짜기’는 수월해질 수 있겠으나 정치 전체가 냉소주의의 반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정치권이 각자의 입장에 따라 짧은 공학적 판단을 내세울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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