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건넜다. 여행지의 마지막이라고 할 수도 있는 제주도를 찾은 <알쓸신잡2>는 이제 시즌3이 된다면 해외여행이 유력해 보인다. 이주민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제주의 역사를 제대로 보여준 이번 여행은 그저 아름답기만 하던 제주 이면의 아픔까지 모두 품어냈다.

관광지 속 역사 여행;
먹고 여행하고 역사도 살피는 알쓸신잡의 세계화를 적극 지지한다

기본적으로 여행 버라이어티의 틀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알쓸신잡>이다. 물론 내용은 기존 여행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알쓸신잡>은 몇 해 전부터 유행이었던 지식 관련 프로그램과 여행 버라이어티의 결합이다. 전문가들이 닫힌 공간에서 그곳에 모인 이들에게 강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지를 찾아 자연스럽게 강의를 하는 방식이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하는 여행은 언제나 다양한 시각들이 넘쳐난다. 여행 버라이어티가 초반 게임에 집중했다면, 이게 진화해 이제는 지적 허영을 시청자들이 충분히 채울 수 있는 지식 여행으로 확장되었다. 성공 여부에 대한 반신반의도 존재했지만, 시청자들은 지식에 대한 갈증이 심했었다.

tvN 예능프로그램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2>

대한민국 곳곳을 다니던 여행은 이제 제주로 향했다. 관광 1번지가 된지 오래지만 육지를 벗어난 이들의 여행지로는 어쩌면 마지막 여행지 같은 느낌을 주었다. 물론 여전히 가보지 못한 여행지도 많지만, 시즌3이 되면 해외로 나갈 가능성이 더욱 높아져 보인다.

처음으로 공항에 모여 제주로 향한 그들은 조금 들떠있었다. 제주 여행은 그만큼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니 말이다. 호텔이 아닌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한 그들의 저녁은 유시민이 책임졌다. 방어회와 맑은 탕, 흙돼지 수육으로 만찬을 선사한 '시민세끼'는 흥미로웠다.

제주이기에 가능한 만찬과 함께 시작된 이들의 제주 여행기는 이번에도 풍성했다. 의식과 무의식으로 시작된 그들의 이야기는 제주를 다시 각인하게 해주었다. 시각장애인도 보이지 않지만 볼 수 있다는 이 기묘한 이론은 사실이었다. 눈으로 보는 것만이 아니라 감각으로 보는 것도 인간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박쥐가 귀를 통해 사물을 바라보는 것과 유사한 방식이라 할 수 있을 듯하다. 이 논리가 흥미로운 것은 기존의 가치를 즐겁게 파괴하기 때문이다. 상식을 파괴하는 이야기의 시작은 돌하르방과 모아이의 연관성으로 이어졌다. 둘이 같다는 논리는 제주와 이스트 모두 섬이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모아이는 현대인들에게는 신기한 경험이자 발견이었다. 그 먼 과거 어떻게 이렇게 거대한 석상을 세울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충분히 설명이 가능해졌다. 산 중턱에 있던 석상 재료들로 모아이를 만들어 사람들이 모여 사는 바닷가로 내려왔음이 밝혀졌다.

모아이는 이스트 섬에 사는 부자들의 경쟁 도구였다. 외부와 단절된 이스트 섬에서 자신의 부와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시작된 모아이 만들기는 결과적으로 이스트 섬을 몰락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 힘을 과시하기 위해 만든 모아이. 이를 바닷가로 옮기기 위해 엄청난 나무를 사용해야 했고, 나무가 사라지며 이스트 섬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었다.

배를 만들 수 없어 어획량은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나무가 없는 산은 비 등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이스트 섬의 문화는 모아이만 남기고 사라졌다. 탐욕의 시대는 그렇게 끔찍한 종말을 몰고 올 수밖에 없음을 과거는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린 여전히 현대판 모아이에만 집착하고 있는 중이다.

tvN 예능프로그램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2>

독립국이었던 제주는 통일신라시대부터 교섭이 있어왔고, 고려시대 처음으로 중앙정부에서 관리를 내려보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제주와 육지의 관계는 행복할 수 없었다. 조선시대까지 제주는 유배지였고, 근대에는 학살의 장소였기 때문이다.

역사상 첫 여성 CEO였던 거상 김만덕의 삶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남녀 구분이 극명했던 과거에도 천민 출신의 여성이 제주민들을 죽음에서 구했다는 사실은 지금 다시 들어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출륙 금지령'으로 통제의 대상이기만 했던 제주는 아름다울 수 없었다.

제주의 과거는 차별과 배제의 땅이었다. 과거 중국이 권력의 중심이었고, 가장 멀었던 제주는 그만큼 소외된 공간일 수밖에 없었다. 일제 강점기 해양 권력이 들어서며 제주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초반 제주민들이 일본으로 대거 건너가며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지만, 미국의 지배력이 커지며 해양 세력의 강성함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유시민 작가의 진단은 그래서 특별함으로 다가왔다.

제주 4.3 사건은 제주도민들에게는 여전히 아픈 상처다. 동족상잔의 비극은 제주도에서 시작되었다. 남조선 노동당은 남한 단독 정부 수립을 위한 5.10 선거를 앞두고 1948년 4월 3일 새벽 2시 남노당의 공격으로 4.3 사건은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 무장봉기는 학살로 이어졌다.

토벌대와 미군들은 조금이라도 의심이 되면 모두 죽이는 학살의 시대가 왔다. 30만도 안 되는 제주 인구 중 3만이 넘는 사망자가 나온 4.3 사건은 우리에게는 너무 아픈 상처다. 이후 6.25 전란이 벌어졌고, 전국 곳곳은 4.3 사건과 비슷한 전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다.

4.3 사건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극단적으로 논쟁을 이끌고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 내 혼란을 야기하는 자들에게는 '종북'이라는 단어만큼 만능은 없을 듯하다. 1978년 현기영의 소설 '순이 삼촌'이 발표되며 처음으로 '제주 4.3 사건'의 실체가 알려지게 되었다.

tvN 예능프로그램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2>

4년 전부터 제주로 내려와 감귤 농사를 지으며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루시드 폴은 '제주 4.3 사건'을 음악으로 만들기도 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아직, 있다'라는 노래를 발표하기도 했다. 여전히 아름다운 그래서 더 아픈 가사는 그렇게 노래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되고는 한다.

유배, 소외, 차단, 억압, 고립의 공간이었던 제주는 30여 년 전부터 가장 주목받는 관광지가 되었다. 지금은 살고 싶은 곳이 된 제주는 그만큼 아픈 역사를 품고 살아온 곳이었다. '돌 문화 공원', '4.3 평화 공원', '컴퓨터 박물관' 등 많은 박물관이 존재하는 제주는 유명 관광지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인 공간이다.

헤르도토스의 '역사'에서 '게임'의 유례를 찾아 이야기하는 것 역시 흥미로웠다. 게임이라는 것이 가지는 가치는 현대 사회가 되며 더욱 강렬해지고 있는 중이다. 중요한 것은 게임은 현실의 고통을 외면하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과거 배고픔을 잊게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게임은 그렇게 인간들에게 나름의 평화를 만들게 했으니 말이다.

세상은 게임이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장동선 박사의 주장은 그래서 흥미롭기는 하다. 분명한 것은 현대 사회는 과거 시대와 달리, 게임이 문화의 중심으로 올라서고 있으니 말이다. 오랜 역사를 가진 게임은 그렇게 세상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단순한 게임에서 역사와 현실, 그리고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알쓸신잡>이 가지는 재미이기도 하다. 북제주에 이어 남제주로 이어지는 제주 여행은 더 풍성한 재미로 다가올 것이다.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리셋 버튼의 철학적 고찰이 다음 여행에서는 무엇을 담을지 기대된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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