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지난 5월 25일 제20기 제7차 이사회를 열고 지난 시즌까지 외국인 선수 2명 보유, 1명 출전 방식에서 한 쿼터에 한해 2명을 동시 출전하는 방안을 논의해 기술위원회를 통해 3쿼터에 외국인 선수 2명이 같이 뛰는 방식을 채택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WKBL 관계자는 여자 프로농구가 외국인 선수를 한 쿼터에 2명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결정에 대해 “종전 2명 보유, 1명 출전 방식에서 3쿼터에 한해 2명을 동시에 출전시키게 되면 팀 전술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고 이는 경기 흐름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30일 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부천 KEB하나은행 여자농구단과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 농구단의 경기3쿼터 KEB하나은행 이사벨 해리슨(왼쪽)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 여자 프로농구가 이번 시즌부터 3쿼터에서 외국인 선수 2명을 함께 뛰게 한 것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를 통해 팀 간 전력 평준화를 도모했지만 최근 몇 시즌 동안 팀 간 전력 불균형이 해소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외국인 선수 2명을 함께 뛰게 하면 팀 간 전력 불균형을 조금 더 보완할 수 있고, 국내 선수들의 기량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팀들의 입장에서는 외국인 선수 선발에 성공할 경우 하위팀이라도 플레이오프 진출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새로운 제도를 시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명의 외국인 선수가 함께 뛰는 3쿼터는 이번 시즌 최악의 함정이 되고 말았다. 그 최대 피해자는 우승후보 용인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은 최근 3연패를 당하고 있다. ‘메인’ 외국인 선수 엘리사 토마스가 고관절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가운데 3쿼터에도 케일라 알렉산더 한 명만 뛴 결과다.

지난 16일 아산 우리은행에 13점 차 패배를 당한 삼성생명은 18일 청주 KB스타즈전에서 10점 차 패배를 당했다. 그리고 23일에는 부천 KEB하나은행에 무려 26점 차 패배를 당했다.

삼성생명은 최근 3연패를 당하기 전까지 3승 2패를 기록, 단독 2위로 정규시즌 1라운드를 마감했었다.

2라운드 들어 3연패를 당하는 동안 삼성생명은 전반 1,2쿼터에 접전을 펼친 이후 3쿼터에서 크게 리드를 허용하고 4쿼터에 추격하다 실패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6일 오후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2017-2018 여자프로농구 KB 스타즈와 삼성생명 블루밍스의 경기에서 KB의 커리가 슛하고 있다. Ⓒ연합뉴스

토마스가 코트로 돌아오려면 아직 2주가량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생명은 3라운드 중반이 되어서야 완전체를 회복할 수 있다. 이때까지는 지금까지 이어온 악순환을 반복하는 것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시즌 같았으면 어차피 한 명의 외국인 선수만이 뛸 수 있기 때문에 한 명의 외국인 선수가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이탈해도 다른 외국인 선수로 어느 정도 버텨낼 수 있는 여지가 있었지만 이번 시즌에는 아예 대응이 불가능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팀 간 전력불균형 해소를 통해 경기의 흥미를 배가시킬 목적으로 시행한 3쿼터 외국인 선수 2명 출전 제도가 오히려 전력 불균형을 가중시키고 있는 셈이다.

물론 삼성생명의 경우 토마스의 자리를 대신할 단기 대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과 같은 경우 토마스의 부상 공백 기간이 3주로 다소 어정쩡하고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다른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다가는 팀워크를 해치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냥 현재의 상황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다소 특이하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몇 시즌 동안 외국인 선수들의 모습을 살펴보면 상당한 경우 외국인 선수 개인 사정으로 팀에서 이탈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기량과 몸 상태 역시 구단들이 기대했던 바와 차이가 있었던 경우가 상당수였다. 그만큼 외국인 선수에는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현재는 삼성생명이지만 앞으로 다른 팀들도 3쿼터에서 극단적인 핸디캡을 안고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말이다.

시즌이 끝나봐야 이번 시즌 ‘문제적 3쿼터’가 리그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그런 영향력이 전체적으로 리그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는지에 대해 토론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 드러난 문제점이 너무나 확연하기 때문에 일단 존치보다는 기존 방식으로의 회귀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까 한다.

팀 별로 두 명의 외국인 선수 중에 ‘메인’과 ‘서브’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기는 하나 어쨌든 같은 수의 외국인 선수가 뛰도록 하는 형평성이 팀 간 전력 불균형을 완화하는 데 있어 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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