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현, 김제동 퇴출'에 이어 방송인 김미화씨까지 '부적절한 내레이터'로 문제삼아 "KBS에는 연예인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느냐"는 빈축을 샀던 KBS가 이번에는 'MC선정위원회'를 통해 한나라당측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위원이었던 이병혜 명지대 교수를 새로운 MC로 선정해 논란이 되고 있다.

KBS에서 'MC선정위원회'가 공식적으로 처음 거론된 시점은 3월 말. 제작 실무자와 책임자(사측)의 공식 대화창구인 TV위원회에서 길환영 KBS TV제작본부장은 "임원회의에서 'MC선정위원회'를 구성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 왼쪽부터 윤도현, 김제동, 김미화씨.
기존에 KBS에서는 일선 제작진들의 의견을 반영해 MC를 선정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TV제작본부, 편성본부, 아나운서실의 국장급 이상 간부 등으로 구성된 MC선정위가 만들어짐으로써 '제작진 의견 수렴' 단계가 없어지게 된 것이다.

이병혜 명지대 교수는 이같은 'MC선정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5월 봄개편 부터 KBS <한국 한국인>(일 오전 6시10분~40분)의 새로운 MC을 맡게 됐다.

하지만 이 교수는 미디어법 사회적 논의기구였던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의 한나라당측 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정파성이 뚜렷하게 드러난 인물이기 때문에 공영방송 프로그램의 MC로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엄경철)는 6일 성명에서 이 교수에 대해 "'조중동방송' '재벌방송'을 만들려는 한나라당의 주장을 앞장서 대변해왔던 인물이 공정성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KBS프로그램의 진행자를 맡는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정상적이라면 결코 KBS 프로그램의 진행자를 맡지 못할 인물이 MC선정위라는 듣도 보도 못한 기구를 통해서 KBS에 들어오게 된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KBS본부는 "이씨는 미발위 위원을 맡으면서 당시 진행중이던 K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방송 하루 전에야 이 사실을 통보해 다른 진행자로 대체하지 못하고 자신이 계속 방송을 진행하는 등 이미 공정성과 관련해 물의를 빚은 전력까지 있다"고 주장했다.

MC선정위의 의사결정에 KBS본부 소속이 대다수인 일선 PD들이 철저히 배제되고 있어, 'MC선정의 객관성과 공정성 담보'라는 명목과 달리 특정인들을 KBS MC에서 배제시키기 위함이 진짜 목적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KBS본부는 "MC선정위가 부적격자들의 통로 역할을 하는 것뿐 아니라 MC교체의 모든 과정이 비밀리에 밀실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통상적으로 MC를 교체할 때에는 프로그램 제작을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일선 제작자들이 치열한 숙고를 거쳐 간부진·관련부서와 협의를 해 결정을 하게 된다"며 "그런데 이번 개편때 MC가 교체된 프로그램의 제작자들은 'MC선정위의 결정이다'라는 통보를 일방적으로 하달받고서야 어떤 진행자가 올지 알게 됐다"고 밝혔다.

"새 노조 소속 조합원, 진보적 색채의 연예인이 피해볼 것"

KBS본부는 "이것이 정상적인 의사결정과정이며, 제작자율성이 보장된다고 할 수 있는가"라고 물으며 MC선정위에 대해 "MB정권과 김인규 특보사장의 코드에 맞는 인물을 프로그램의 전면에 내세우고 대신 그 반대의 사람들을 철저히 솎아내기 위한 살생부 작성기구"라고 표현했다.

KBS본부는 "실제로 새 노조 소속 아나운서들이 1차 배제대상이라는 얘기가 사내에 파다하다"며 "사측은 지금이라도 MC선정위의 실체를 공개해야 한다. 위원들과 그 구성방식, 선정기준과 근거 등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기호 언론노조 KBS본부 기획제작·교양제작국 중앙위원은 "기존에는 프로그램의 MC를 새로 선정하거나 교체할 경우 일선 제작진들이 의견을 개진하고 이를 취합해 반영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이병순 사장 시절부터 이런 관례가 무시되고 위에서 일방적으로 (MC를) 내리꽂는 일이 많아졌다"며 "윤도현, 정관용, 김제동 등이 대표적 피해자이고, 사내에서도 경영진과 대립적 입장을 가진 아나운서들이 피해봤다"고 말했다.

홍 위원은 "MC선정위로 인해 제작진 의견 수렴이 철저히 제한되는 구조가 됐다"며 "새 노조 소속 아나운서 조합원이나 진보적 색채의 연예인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것은 지금까지 사측의 행태를 볼때 불보듯 뻔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KBS "내레이터 선정위, 준비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강선규 KBS 홍보팀장은 MC선정위와 관련해 "제작본부, 편성본부, 아나운서실의 국장급 이상이 모여서 (MC교체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다. 선정 기준은 전문성, 경력, 프로그램 성격, 경쟁력 등이다"며 "어떻게 모든 일선 제작진들이 모여서 논의할 수 있겠느냐. 관련 부서의 대표들이 모여서 논의한 것이기 때문에 (일선 제작진들의 의견이) 다 반영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강 팀장은 KBS임원회의가 방송인 김미화씨를 '부적절한 내레이터'로 지목하며 대응책으로 거론한 '내레이터 선정위원회'에 대해서는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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