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네트워크 장여경 활동가. ⓒ정은경
"실명제 실시로 청소년이나 동성애자 등 사회적 소수자들은 심각하게 위축돼 있다. 차별금지법에 대해 토론하고자 하는 동성애자들에게 실명인증 시스템은 커밍아웃을 강제하고 있다."

지난 11일 대선미디어연대(공동대표 김영호·권미혁) 주최로 열린 '인터넷 실명제' 토론회에서 진보네트워크센터 장여경 활동가는 실명제의 폐단을 이렇게 지적했다.

장 활동가는 "현재 선거법상 19세 미만인 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청소년들은 대선후보의 입시정책에 대해 말하고 싶어도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하고 있다"며 "실명제로 인해 신분이 노출되는 것은 물론이고 청소년이라는 나이가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장래에 공무원이나 교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도 혹시나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까 부담을 갖고 있다"며 "이들이 아무리 우리 사회의 극히 일부라고 하더라도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효과 또한 표현의 자유 침해 범주에 들어간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실명제는 주민등록번호 내놓고 정치활동 하라는 것"

민중언론 참세상 유영주 편집국장은 이날 발제에서 "대중의 정치참여는 실종됐고 네티즌의 인터넷을 통한 정치활동도 씨가 말랐다"며 "국가의 감시와 자본의 자율적 통제의 위력이 실감나는 국면"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주민번호 내놓고 정치활동 하라는 실명제는 네티즌의 정치활동 진입 장벽으로 규정해도 무리가 없을 듯 하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이준희 회장은 "과거와 달리 자기 글에 대한 법적 책임이 강조되면서 논객이 실종됐다"고 말했다. 그는 "오마이뉴스나 프레시안 등이 실명제에 대한 진지하고 성의있는 노력을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기자협회나 언론노조 조차도 실명제에 대한 고민이 미흡했던 게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 대선미디어연대는 지난 12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선거시기 인터넷 실명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은 참세상 유영주 편집국장이 발제를 하고 있는 모습. ⓒ정은경
독립신문 신혜식 대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인터넷 실명제에는 반대한다"면서도 선거담론 실종 이유에 대해서는 진보진영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는 "아직도 범여권과 일부 진보를 자처하는 세력들은 BBK 논쟁에 매달려 있다"며 "자칭 진보진영에서 범여권과 어울려 네거티브 공세에 매달리는 바람에 담론을 형성하지 못하고 패배를 자초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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