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한국 문화를 전 세계에 알려온 공영방송 아리랑 국제방송(아리랑TV)이 재정난으로 현재 방송 중인 프로그램 70%를 폐지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기획재정부가 아리랑TV에 대한 방송통신발전기금 지원금을 10% 삭감하고, 아리랑TV를 운영하는 국제방송교류재단 출연금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아리랑TV의 대규모 해직 사태가 예고되는 가운데 전국언론노동조합은 "국회와 기재부는 아리랑TV의 프로그램 70% 폐지와 대규모 해고를 바라는가?"라며 국회 앞 기자회견을 열었다.

22일 전국언론노조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획재정부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아리랑TV의 안정된 예산 확보를 촉구했다.

아리랑TV사옥

문화체육관광부와 아리랑TV에 따르면 아리랑TV의 내년도 예산안은 현재 505억 원으로, 올해 예산 584억 원보다 79억 원(13.5%) 감소했다. 기재부가 아리랑TV 전체예산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방송통신발전기금 지원금 10%를 삭감했고, 매년 50억 원씩 임금으로 사용되어 온 국제방송교류재단 출연금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주무 부처인 문체부는 아리랑TV의 경영 파행을 막기 위해 108억 원의 예산을 일반회계로 신규 편성해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재부 동의와 국회 승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기재부는 문체부와 방통위가 동시에 예산 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며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노조는 기자회견에서 "한국 문화를 전 세계에 알려온 아리랑국제방송이 기재부의 형식 논리로 존폐의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기재부는 정부 방침만을 강조하며 방발기금 지원액을 10% 삭감했다"며 "문체부와 방통위의 동시 예산 지원은 안 된다며 현실을 무시한 형식 논리를 고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재부의 이런 논리에 예결위마저 동의한다면 아리랑국제방송은 존폐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리랑TV 경영진은 내년도 예산이 삭감될 경우 현재 방송중인 38개 프로그램 가운데 70%가 넘는 27개를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예상되는 해고자의 수는 총 310여명의 프리렌서 및 파견직 인력 가운데 270여명에 달한다.

언론노조는 "공공부문 일자리 안정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을 굳이 상기하지 않더라도 기재부는 무책임한 예산 정책이 대량 해고 사태의 단초를 제공했단 비난을 듣고 싶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제 그 책임은 기재부와 예결위의 결정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프로그램 폐지가 현실화되면 아리랑TV는 국가별로 요구하는 본방송 비율과 다언어 서비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게 돼 해외 현지 케이블TV방송에서 퇴출당할 가능성이 높다. 언론노조는 "아리랑국제방송은 현재 전 세계 105개 나라 1억 3800만 가구가 시청하고 있다. 기재부의 형식 논리 때문에 지난 20년간 쌓은 해외 시청자를 잃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