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결정에 따라서 저는 오늘 자로 물러납니다. 지난 일 년여, 제가 지닌 원칙은 자유, 민주, 힘에 대한 견제, 약자 배려, 그리고 안전이었습니다. 하지만 힘은 언론의 비판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서 답답하고 암울했습니다. … 할 말은 많아도 제 클로징 멘트를 여기서 클로징하겠습니다”<2009년 4월 13일자 ‘뉴스데스크’ 클로징 코멘트>

2009년 4월 13일 “할 말은 많아도…”라는 클로징 코멘트를 끝으로 더 이상 MBC <뉴스데스크>에서 볼 수 없게 된 사람. 신경민 앵커가 그다. 그가 한 달을 넘게 파업을 하고 있는 후배들을 위해 입을 열었다.

6일 MBC 여의도 사옥 남문광장 오후 7시 30분 MBC 파업 5주차 ‘촛불문화제’에서는 좀처럼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는 신경민 앵커의 인터뷰 동영상이 공개됐다.

▲ 이날 촛불문화제에서는 신경민 앵커 인터뷰가 공개됐다. 이 동영상에서 신경민 앵커는 'KBS 제야의 종소리'에 대한 클로징코멘트가 교체의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권순택
2009년 1월 1일 <뉴스데스크>에서 KBS의 제야의 종소리를 비판하며 “화면의 사실이 현장의 진실과 다를 수 있다”라고 전했던 신경민 앵커는, 6일 공개된 인터뷰에서 “그 클로징멘트가 교체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나중에 제 멘트가 옳았다는 것이 증명이 됐다”면서 “2009년 12월 31일 제야의 종소리 중계가 불발됐다. 제 멘트가 아팠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김재철 사장이 노조에 ‘뭔가 보여주겠다’고 말했었는데 진짜로 보여줬다”며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희한한 인사를 했다”고 말했다. 또 “김재철 사장의 ‘한강에 빠뜨려라’라는 등의 다른 이야기는 모르겠지만 ‘MBC 구성원 1%도 제가 사장이 될 것이라 예상한 사람이 없고 나도 그랬다’는 말은 진실이 담긴 것 같다”고 말해 촛불문화제 참석자들이 큰 웃음을 보냈다.

또한 인터뷰 말미에는 “MBC와 KBS를 결정적으로 다르게 만든 차이는 바로 MBC는 신입아나운서도 자신이 주인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이날 촛불문화제 사회를 본 허일후·서인 아나운서는 “김재철 사장(?). 아니 이제 ‘전’ 사장이 될테니”라며 “김재철 전 사장은 MBC를 자기의 것이라고만 생각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MBC는 우리들의 것이기도 하지만 여러분의 것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드디어 공개된 ‘파업’ 뉴스데스크…“김재철은 비구름”

조회수 20만을 기록한 <파업 뉴스데스크>의 2탄이 드디어 이날 촛불문화제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 이날 촛불문화제에서 '파업 뉴스데스크'는 생방송으로 진행됐다ⓒ권순택
▲ '파업 뉴스데스크' 2탄 동영상의 모습ⓒ권순택
이날 앵커로 나선 이지선 기자는 “30년을 MBC에서 보냈다는 김재철 사장. 그런데 후배들은 왜 그의 퇴진을 외치는 걸까요?”라고 물었다.

이에 강나림 기자는 “최소한 모진 선배는 아니었다는 김재철 사장. 그런데 정치부 기자 시절 인연을 맺은 이명박 씨가 대권에 도전하면서 그의 모습도 바뀌었습니다”라고 전했다.

▲ '파업 뉴스데스크' 2탄에서 처음 김재철 사장이 선임됐을 때 한 논설위원은 ''고마운 고참 선배였다''라고 말했다. 과거형으로 말이다ⓒ권순택
“당시 김재철 사장은 이명박 후보를 잘 봐달라며 어린 후배들에게까지 고개를 숙이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MBC 사장 자리는 정권의 전리품이 될 것이고, 김재철 씨가 사장자리에 오른 것은 준비된 시나리오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다”<강나림 기자의 리포트>

이어 강나림 기자는 “때문에 자신의 말대로 30년 청춘을 MBC에 바친 사장이 ‘제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사원이 한강에 메달아라’라고 한 말은 후배들에게 속물로 보일 뿐이었습니다”라고 비판했다. 또 “김재철 사장은 노조를 상대로 고소해 후배들의 생계를 볼모로 하는 등 수장으로서는 물론 언론인 선배로서의 자격도 모두 포기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리포트를 마쳤다.

이어진 뉴스에서는 베이징올림픽 기간 KBS에 대한 정권의 장악과 밴쿠버동계올림픽 기간 MBC에 대한 정권의 장악이 이뤄지는 과정을 대비했다.

“재작년 여름 올림픽 열기 최고조로 달할 때, 정연주 전 사장은 사장직에서 물러나야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의 몸짓 하나하나에 시선이 쏠릴 때, 김재철 사장이 전격 선임됐습니다다. 김재철 사장으로 선임되고 한 달 뒤 온 나라가 천안함 사태로 침통해 할 때 노조와의 약속을 깨고 황희만 논설위원을 부사장으로 임명합니다. 그리고 오는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년이 되는 날 A매치 경기가 수요일과 목요일에 열리는 것과 다르게 이례적으로 월요일에 축구대표팀 경기가 열기로 합니다”<유충환 기자의 리포트>

이어 유충환 기자는 “현재 MBC는 기가 막힌 정치적 타이밍에 놓여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지난 <파업 뉴스데스크> 1탄에서 김을 먹는 장면을 연출해 큰 인기를 모은 이용주 기자가 이번에는 파업날씨를 전했다. 이 파업날씨에서 김재철 사장은 ‘비구름’으로 비유돼 참가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이용주 기자는 “경남 사천에서 온 비구름이 쪼인트에 까여 북상하면서 지난달 5일부터 여의도 일대(MBC)에는 비가 내리고 있다”며 비유했다.

▲ '파업 뉴스데스크' 2탄 'MBC 파업 날씨' 동영상ⓒ권순택
▲ '파업 뉴스데스크' 2탄에서 MBC 파업 날씨 경남 사천에서 올라온 비구름이라고 김재철 사장을 소개하고 있다ⓒ권순택
▲ '파업 뉴스데스크' 2탄에서 MBC 파업 날씨로 단식을 진행하고 있는 이근행 위원장 및 동조단식 조합원들을 위해 삼겹살을 피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이용주 기자 ⓒ 권순택
이어 “여의도에 비가 그치면 또 다른 비가 올 수도 있겠지만 조합원들의 투쟁 및 연대의 강도에 따라 안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또한 “집회 시작시간 잘 지키셔야겠습니다. 비구름 김재철 사장의 출몰시간은 7시 30분으로 내일 당번 조합은 펼침막을 필히 지참하셔야겠습니다”라며 MBC 파업 날씨를 마무리했다.

<PD수첩> 20주년…권영국, “MBC, 우리는 변론하겠다”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이 함께했다.

그 가운데 민변 노동위원장 권영국 변호사가 마이크를 잡아 MBC 조합원들을 향해 “김재철 사장과의 협상은 안된다”며 전공법으로 가라고 당부했다.

▲ 권영국 변호사가 "김재철 사장과 절대 협상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있다ⓒ권순택
“MBC 조합원들, 여러분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누가요? 김재철 사장을 낙하산으로 내려 보낸 청와대와 국민여러분입니다. 청와대 눈치를 보는 김재철 씨는 MBC 사장의 경력을 이용해 국회의원이 되려고 합니다. 변절한 사람과의 타협이 가능한 것입니까? MBC 노조에서 그를 선배로 알고 절충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오류였습니다. 이미 변절하고 노조원과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친 자와 더 이상 협상은 없습니다.”

권영국 변호사는 “기자는 권력을 감시하고 약자의 편에 서서 이 사회에 어두운 곳을 밝히는 촛불과 같은 존재”라며 “더 이상 김재철 사장과 협상을 시도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또한 “전공법으로 언론의 자유를 지켜달라”며 “여러분들이 싸운다면 우리 민변이 달려올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형사처벌을 받는다면 우리는 여러분들을 위해 변론하고 또 변론할 것입니다”라고 말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 밖에도 윈디시티는 “이명박 대통령을 보면서 ‘그 자신이 바르지 않으면 아무도 설득할 수 없고 아무도 가르칠 수 없구나’라는 것을 배웠다”면서 “MBC가 이 시기를 성장통으로 알고 잘 견뎌냈으면 좋겠다”라고 응원을 보냈다.

한편, 이날 촛불문화제 무대에는 <PD수첩> 20주년 생일을 맞아 생일축하 노래가 울려 퍼졌고 팬 카페로부터 축하 떡 케이크를 받기도 했다.

▲ 첫 방송 이후 20주년을 맞이한 'PD수첩' 담당 PD와 아나운서가 무대에 올랐다ⓒ권순택
▲ 'PD수첩' 20주년을 맞아 팬카페로부터 받은 떡 케이크를 자르는 모습ⓒ권순택
<PD수첩>의 사회를 보고 있는 문지애 아나운서는 “1년 6개월 동안 진행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이 안부를 묻는 것이 아니라 ‘<PD수첩>은 괜찮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그만큼 <PD수첩>이 한국사회 큰 화두였다”고 말해 녹록치 않았던 <PD수첩> 20년을 연상케 했다.

이렇게 화기애애하던 촛불문화제였지만 이근행 위원장이 무대에 서자 숙연함이 몰려왔다.

▲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이 "MBC를 믿느냐"며 "열심히 투쟁하겠다"고 말하고 있다ⓒ권순택
한결 수축해진 모습으로 무대에 오른 이근행 위원장은 “MBC를 믿으십니까? <PD수첩>을 믿으십니까?”라며 “저희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말해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MBC 노조의 파업은 벌써 32일째를 지나고 있고 이근행 노조위원장은 11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들을 응원하는 시민들의 수는 그 수를 점차 늘어갈 뿐 줄어들 줄을 몰랐다. 그렇게 MBC는 파업 33일째를 맞이하고 있다.

▲ 6일 MBC 파업 5주차에 진행된 촛불문화제의 모습ⓒ권순택

▲ 6일 MBC 파업 5주차에 진행된 촛불문화제 참석자들의 모습ⓒ권순택
▲ 두달 째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 진주MBC의 노래패 '노래힘' 공연모습. 김진철 조합원은 내일이 함들어 온다며 결혼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권순택
▲ 윈디시티의 공연모습. 이들은 MBC조합원들에게 "성장통을 겪는 것이라 생각하라"고 주문했다ⓒ권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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