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결정에 따라서 저는 오늘 자로 물러납니다. 지난 일 년여, 제가 지닌 원칙은 자유, 민주, 힘에 대한 견제, 약자 배려, 그리고 안전이었습니다. 하지만 힘은 언론의 비판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서 답답하고 암울했습니다. … 할 말은 많아도 제 클로징 멘트를 여기서 클로징하겠습니다”<2009년 4월 13일자 ‘뉴스데스크’ 클로징 코멘트>
2009년 4월 13일 “할 말은 많아도…”라는 클로징 코멘트를 끝으로 더 이상 MBC <뉴스데스크>에서 볼 수 없게 된 사람. 신경민 앵커가 그다. 그가 한 달을 넘게 파업을 하고 있는 후배들을 위해 입을 열었다.
6일 MBC 여의도 사옥 남문광장 오후 7시 30분 MBC 파업 5주차 ‘촛불문화제’에서는 좀처럼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는 신경민 앵커의 인터뷰 동영상이 공개됐다.
그는 “김재철 사장이 노조에 ‘뭔가 보여주겠다’고 말했었는데 진짜로 보여줬다”며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희한한 인사를 했다”고 말했다. 또 “김재철 사장의 ‘한강에 빠뜨려라’라는 등의 다른 이야기는 모르겠지만 ‘MBC 구성원 1%도 제가 사장이 될 것이라 예상한 사람이 없고 나도 그랬다’는 말은 진실이 담긴 것 같다”고 말해 촛불문화제 참석자들이 큰 웃음을 보냈다.
또한 인터뷰 말미에는 “MBC와 KBS를 결정적으로 다르게 만든 차이는 바로 MBC는 신입아나운서도 자신이 주인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이날 촛불문화제 사회를 본 허일후·서인 아나운서는 “김재철 사장(?). 아니 이제 ‘전’ 사장이 될테니”라며 “김재철 전 사장은 MBC를 자기의 것이라고만 생각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MBC는 우리들의 것이기도 하지만 여러분의 것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드디어 공개된 ‘파업’ 뉴스데스크…“김재철은 비구름”
조회수 20만을 기록한 <파업 뉴스데스크>의 2탄이 드디어 이날 촛불문화제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이에 강나림 기자는 “최소한 모진 선배는 아니었다는 김재철 사장. 그런데 정치부 기자 시절 인연을 맺은 이명박 씨가 대권에 도전하면서 그의 모습도 바뀌었습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강나림 기자는 “때문에 자신의 말대로 30년 청춘을 MBC에 바친 사장이 ‘제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사원이 한강에 메달아라’라고 한 말은 후배들에게 속물로 보일 뿐이었습니다”라고 비판했다. 또 “김재철 사장은 노조를 상대로 고소해 후배들의 생계를 볼모로 하는 등 수장으로서는 물론 언론인 선배로서의 자격도 모두 포기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리포트를 마쳤다.
이어진 뉴스에서는 베이징올림픽 기간 KBS에 대한 정권의 장악과 밴쿠버동계올림픽 기간 MBC에 대한 정권의 장악이 이뤄지는 과정을 대비했다.
“재작년 여름 올림픽 열기 최고조로 달할 때, 정연주 전 사장은 사장직에서 물러나야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의 몸짓 하나하나에 시선이 쏠릴 때, 김재철 사장이 전격 선임됐습니다다. 김재철 사장으로 선임되고 한 달 뒤 온 나라가 천안함 사태로 침통해 할 때 노조와의 약속을 깨고 황희만 논설위원을 부사장으로 임명합니다. 그리고 오는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년이 되는 날 A매치 경기가 수요일과 목요일에 열리는 것과 다르게 이례적으로 월요일에 축구대표팀 경기가 열기로 합니다”<유충환 기자의 리포트>
이어 유충환 기자는 “현재 MBC는 기가 막힌 정치적 타이밍에 놓여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지난 <파업 뉴스데스크> 1탄에서 김을 먹는 장면을 연출해 큰 인기를 모은 이용주 기자가 이번에는 파업날씨를 전했다. 이 파업날씨에서 김재철 사장은 ‘비구름’으로 비유돼 참가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이용주 기자는 “경남 사천에서 온 비구름이 쪼인트에 까여 북상하면서 지난달 5일부터 여의도 일대(MBC)에는 비가 내리고 있다”며 비유했다.
<PD수첩> 20주년…권영국, “MBC, 우리는 변론하겠다”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이 함께했다.
그 가운데 민변 노동위원장 권영국 변호사가 마이크를 잡아 MBC 조합원들을 향해 “김재철 사장과의 협상은 안된다”며 전공법으로 가라고 당부했다.
“MBC 조합원들, 여러분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누가요? 김재철 사장을 낙하산으로 내려 보낸 청와대와 국민여러분입니다. 청와대 눈치를 보는 김재철 씨는 MBC 사장의 경력을 이용해 국회의원이 되려고 합니다. 변절한 사람과의 타협이 가능한 것입니까? MBC 노조에서 그를 선배로 알고 절충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오류였습니다. 이미 변절하고 노조원과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친 자와 더 이상 협상은 없습니다.”
권영국 변호사는 “기자는 권력을 감시하고 약자의 편에 서서 이 사회에 어두운 곳을 밝히는 촛불과 같은 존재”라며 “더 이상 김재철 사장과 협상을 시도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또한 “전공법으로 언론의 자유를 지켜달라”며 “여러분들이 싸운다면 우리 민변이 달려올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형사처벌을 받는다면 우리는 여러분들을 위해 변론하고 또 변론할 것입니다”라고 말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 밖에도 윈디시티는 “이명박 대통령을 보면서 ‘그 자신이 바르지 않으면 아무도 설득할 수 없고 아무도 가르칠 수 없구나’라는 것을 배웠다”면서 “MBC가 이 시기를 성장통으로 알고 잘 견뎌냈으면 좋겠다”라고 응원을 보냈다.
한편, 이날 촛불문화제 무대에는 <PD수첩> 20주년 생일을 맞아 생일축하 노래가 울려 퍼졌고 팬 카페로부터 축하 떡 케이크를 받기도 했다.
이렇게 화기애애하던 촛불문화제였지만 이근행 위원장이 무대에 서자 숙연함이 몰려왔다.
MBC 노조의 파업은 벌써 32일째를 지나고 있고 이근행 노조위원장은 11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들을 응원하는 시민들의 수는 그 수를 점차 늘어갈 뿐 줄어들 줄을 몰랐다. 그렇게 MBC는 파업 33일째를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