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표현의 자유 현황을 조사하기 위해 한국을 공식 방문한 프랑크 라 뤼(Mr. Frank LA Rue)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MBC <PD수첩>에 대한 검찰 수사, YTN기자 해직, KBS 정연주 사장 해임 등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발생한 언론 관련 현안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프랑크 라 뤼 특별보고관은 6일 오후 7시30분 서울 여의도 MBC본사 지하식당에서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이근행 MBC본부 본부장, <PD수첩> 광우병 편을 담당했던 송일준·이춘근PD, 우장균 한국기자협회장과 비공개로 면담을 진행했다. 프랑크 특별보고관은 언론 관계자들에게 <PD수첩>을 비롯한 한국의 언론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표현의 자유 현황에 대한 첫 공식 조사를 시작했다.

▲ 프랑크 라 뤼 특별보고관(오른쪽)이 언론 관계자들에게 명함을 건네고 있다. ⓒ송선영
“이명박 대통령 만나고 싶은데 연락 없어”

프랑크 특별보고관은 비공개 면담에 앞서 기자들을 향해 “이 자리 만들어주셔서 감사한다”며 “오늘 오전 외교통상부를 방문했다. 방한 기간 중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보고 싶다고 이야기 했는데 아직 연락이 없다. (이 대통령을 만나면) 표현의 자유, 인권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어떤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언론 자유, 표현의 자유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언론의 다양성”이라며 “국민 개개인이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크 특별보고관은 한국 방문에 앞서, <PD수첩>에 대한 검찰 조사, YTN기자 해직, KBS 정연주 전 사장 해임, 언론관련법(미디어법) 등에 대한 언론 관련 현안을 언론단체 관계자로부터 보고 받았다.

비공개 면담 자리에 참석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프랑크 특별보고관은 “(유엔 본부가 있는) 제네바에서 한국의 언론, 표현의 자유가 후퇴하는 느낌이 강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그는 언론관련법과 관련해 “보수언론의 민영화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며 “이를 통해 언론의 다양성이 파괴되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 아무리 민영화가 된다 하더라도 언론의 공공성은 강화되어야 하며,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는 공영방송이라 하더라도 정치, 자본 권력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PD수첩> 방송 등에 대한 검찰의 기소와 관련해서도 “국가 권력이 검찰을 이용해 (언론 등에) 기소를 하는 것 자체가 (언론에) 위협이 되는 것이다.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 또는 공무원이 언론 보도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국가, 공무원이 언론, 시민의 비판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언론, 시민의 비판은)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며, 이에 대해 자유로워야 한다”고 말했다.

▲ 프랑크 특별보고관(왼쪽에서 두번째)이 언론 관계자들과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송선영
프랑크 특별보고관의 공식적인 한국 방문은 국가보안법 관련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입국했던 지난 1995년 이후 15년만으로, 표현의 자유 실태를 위해 한 나라를 두 번 이상 방문하는 것은 이란과 한국이 유일하다. 특별보고관은 문화체육관광부,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한 정부 기관과 민주노총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등을 만날 예정이다.

프랑크 특별보고관은 오는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의 표현의 자유 실태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특별보고관은 한국 표현의 자유 실태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고서로 작성, 2011년 유엔 인권이사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