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웃긴다. 제목부터가 ‘가관’이다.

오늘자(12일) 8면 기사 제목이 <김혁규, 친노서 창 지지로>다. 다른 신문들이 김혁규 전 경남지사가 무소속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다는 ‘단순 사실’을 전달하거나, ‘철새 이력’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는 것과 달리 동아는 그가 ‘친노에서 창 지지’로 돌아선 배경을 짚었다.

한 마디로 ‘정치공학적 해석’인데, 좋게 말해서 그렇지 사실 김혁규 전 지사의 ‘비겁한 변명’일 뿐이다. 좋게 말해 ‘정치공학적 해석’이고 객관적으로 말해 ‘비겁한 변명’인 김 전 지사의 ‘변절’ 배경을 짚은 동아의 설명을 일단 들어보자.

친노진영과의 권력다툼에서 소외…이회창 지지로 ‘선회’

▲ 동아일보 12월12일자 8면.
“김 전 지사가 친노 진영 내에서 소외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2004년 6월 국무총리 후보로 거론되다가 친노 직계인 이해찬 의원에게 밀리면서부터다. 당시 일부 친노 의원은 김 전 지사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 씨와 가까운 점을 문제 삼기도 했다.

김 전 지사는 5월 방북해 남북 정상회담 물밑작업에 힘을 쏟은 뒤 열린우리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했지만 친노 의원들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한 데다 이해찬 한명숙 유시민 의원이 김 전 의원을 빼고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기로 한 데 충격을 받아 열린우리당을 탈당했다. 김 전 지사는 ‘여권 물’을 빼지 않고는 내년 4월 총선에서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단해 이 후보 지지를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니까 친노진영으로부터 ‘권력다툼’에서 밀렸고, 내년 총선을 위해 ‘여권 물’을 빼기 위해 창 지지를 했다는 말이다.

동아일보의 이 기사를 웃기다고 평가절하한 건 김 전지사의 ‘창 지지’를 다룬 이 기사가 여기서 끝났기 때문이다. 김 전지사의 ‘말 갈아타기’를 짚고자 했다면 동아의 이 기사는 매우 ‘하자’가 많고 ‘불량’한 상품에 해당한다. 김 전 지사의 ‘말 갈아타기’가 어디 이번 한번 뿐인가.

같은 날짜 한국일보가 8면 <배반의 대선판>에서 보도한 기사 내용을 보면 동아의 기사품질이 상당히 ‘떨어짐’을 알 수 있다. 한국일보 기사는 다음과 같다.

한국일보 “사회적 용인수준을 넘어서는 낯 뜨거운 행태”

▲ 한국일보 12월12일자 8면.
“17대 대선의 ‘배반의 정치’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선거철의 원칙 없는 이합집산과 철새 정치인 등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엔 국민 누구나 다 아는 중량급들이 눈 앞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상식과 염치, 그리고 그 동안 떠들어온 정치 노선을 한꺼번에 저버린 행동을 저지르고 있다.

현 정부에 각료로 참여하고 선거에 까지 출마한 사람이 야당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가 하면 이미 한번의 당적 바꾸기로 여론의 표적이 됐던 여당 고위직 출신 인사가 또 다른 야당 후보 캠프에 가세한 데 대해 ‘사회적 용인 수준을 벗어난 낯 뜨거운 행태’라는 비판이 무성하다.

열린우리당 최고위원을 지낸 김혁규 전 경남지사는 11일 무소속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히고 선대위에 참여했다. 김 전 지사는 한나라당 공천으로 민선 경남도지사를 세 번이나 한 인물. 그러나 2002년 한나라당이 또 다시 대선에서 패배하자 2003년 탈당, 우리당 비례대표로 17대 국회에 들어온 뒤 당의 지명직 최고위원을 지냈다. 그는 여권 내 대표적 친노 인사로 불리며 대선후보로까지 꼽혀왔고, 햇볕정책의 대표적 지지자였다.

이런 사람이 자신이 차버린 당의 대선후보를 지냈고, 대북 정책에 있어 가장 대척점에 있는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 것은 오직 자신의 정치적 장래와 이익만 생각한 몰가치적 처사라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그는 이날 ‘참여정부에서 덕 본 것이 없다’고도 했다.”

한마디로 한국일보는 김혁규 전 지사를 ‘철새 정치인’으로 규정하고 가차 없이 비판을 한 셈이다. 결국 핵심은 이것 아닌가.

그런데 동아일보는 김혁규 전 지사의 ‘배반’을 설명하면서 ‘친노’를 끌어들이더니 그들과의 갈등을 강조한 결과라며 기사를 맺었다. ‘철새’는 어디가고 ‘낯뜨거운 행태’는 어디 갔는가. 동아의 눈에는 그것이 보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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