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성 강화'를 내건 KBS의 봄 개편이 오는 10일부터 시행된다.

KBS는 단막극 부활 등 '공영성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히고 있으나 <해피버스데이> <쾌적한국 미수다> <병영체험 진짜 사나이> 등 일부 프로그램들은 "방송을 통해 국정철학을 구현하려는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KBS는 6일 오후, 봄개편 설명회를 개최하고 "선정성 배제, 공영성 강화로 2TV를 수준높은 문화오락채널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이번 봄 개편을 통해 신설 프로그램의 MC를 맡게 된 전현무 아나운서, 이지애 아나운서, 개그맨 서경석, 개그맨 이윤석 등. ⓒKBS
이번 개편에서 KBS가 가장 공을 들인 프로그램은 바로 <생생정보통>(2TV 월~금 저녁 7시10분~8시35분). 사회, 문화, 경제 등 각 분야의 현장을 심층 취재하고 분석하는 정보성 프로그램으로서 MB특보 출신 김인규 KBS 사장이 적극적으로 추진 의사를 밝히고 있는 '기자, PD 협업' 프로그램이다. <생생정보통> 신설로 <무한지대 큐>와 <8 뉴스타임>은 폐지됐다.

KBS는 "선정성을 배제하고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할 공익적 오락프로그램"이라며 2TV에 <해피버스데이>(월 밤 11시5분~12시15분) <상상대결>(목 저녁 8시50분~9시50분) <밤샘버라이어티 야행성>(일 밤 11시 15분~12시25분) 등의 프로그램을 포진시켰다.

<해피버스데이>와 <상상대결>은 각각 '출산장려 버라이어티' '과학 버라이어티'이며, <밤샘버라이어티 야행성>은 "뜨겁고 활기차게 돌아가는 대한민국의 밤 속으로 들어가 시민들의 건강한 삶을 들여다 보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2년 전 폐지됐던 단막극은 <KBS 드라마스페셜>이라는 이름으로 2TV에서 토요일 밤 11시 15분부터 1시간 10분 가량 방송된다. KBS는 <KBS 드라마스페셜>에 대해 "가족극, 시대극, 추리극 등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 콘텐츠 제작을 통해 한류 생산 기지로 발전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밖에 문화 프로그램인 <라이브 음악창고>(2TV, 수 밤 12시25분~1시25분) <TV 미술관>(2TV, 목 밤 12시35분~1시25분) 등이 신설됐으며, 교사·학부모·학생 등 교육 주체들이 모여 교육 전반의 이슈에 대해 논의하는 <행복한 교실>(수 오전 11시~11시 55분)도 첫 선을 보인다.

"세계 일류로 발전하기 위해 한국사회가 개선해야 할 점들을 국내 체류 외국인들의 시각으로 풀어보는 오락 토크쇼"를 표방하고 있는 <쾌적한국 미녀들의 수다>는 토요일 1TV에서 저녁 7시 10분부터 8시까지 방송된다.

KBS는 신설된 <병영체험 진짜 사나이>(토 오전 10시30분~11시)에 대해서는 "유명연예인 또는 명사가 1박 2일간 부대를 방문, 병사들과 함께 훈련하며 진한 땀방울을 흘리는 병영체험 프로그램"이라며 "이를 통해 진짜 사나이의 의미를 되새기고, 국내외 6·25 참전용사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전후 세대의 국민 공감대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KBS는 2TV 오전 11시 20분부터 50분까지를 '희망 릴레이 존'으로 설정했다. KBS는 '희망 릴레이 존'을 통해 다문화가정 성공기를 다룬 <우리는 한가족>, 해외 봉사활동을 소개하는 <사랑싣고 세계로>, 중소기업인의 인생 성공기를 조명한 <챔피언> 등을 요일별로 내보낼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해피버스데이> <쾌적한국 미수다> <병영체험 진짜 사나이> 등의 프로그램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철학 구현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연우 민언련 공동대표는 2008년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이 신동아 인터뷰에서 "정부산하기관인 KBS의 사장은 새 정부의 통치철학과 기조를 적극 구현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을 상기시키며 이들 프로그램에 대해 "박 수석의 말마따나 KBS의 성격을 '정권과 함께 가는 방송'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규찬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소장 역시 "보수적 편성기획"이라며 "발상 자체에 국정철학을 구현하겠다는 의도가 뚜렷하게 담겨있어 시청자들이 불편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KBS는 프로그램 봄 개편과 함께 메인뉴스인 '뉴스9' 개편도 단행했다.

기존의 1분 20초 길이의 리포트에서 벗어나 2~3분 길이의 심층·분석 뉴스 비중을 점차 확대함으로써 하루 평균 27개의 리포트 개수를 23개 안팎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KBS는 "심도있는 분석과 함께 폭넓고 균형잡힌 시각의 뉴스를 서비스하기 위해 심층·분석 뉴스는 취재·제작 역량이 검증된 5년차 이상의 중견기자들이 담당하게 될 것"이라며 "1단계 개선을 거쳐 조직 개편 후에는 2단계 개선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김인규 KBS 사장은 '뉴스9'에 대해 NHK의 사례를 들며 "1분20초짜리 뉴스를 25~26개 내보내는데 이를 8개 정도로 줄여 심층성을 높이고 앵커가 나머지 기사를 읽는 형식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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