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미디어스

Updated 2017.12.16 토 12:26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고&칼럼
한겨레 대표이사의 답을 요구한다[전규찬 칼럼]
전규찬 /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승인 2017.11.22 09:22

이 점부터 밝히고 시작하자. 나는 오랫동안 한겨레21의 김완 기자를 알아왔다. 나는 이젠 엄연히 아기 아빠가 된 그를 편히 ‘완아’라 부르며, 그는 나를 ‘전쌤’이라 존칭하면서도 탱자라 낄낄대며 놀리기 일쑤다. 문화연대라는 자주 좌파단체로 분류되는 운동장에서 만났다. 지금은 다른 일 하는 그의 부인 또한 거기서 함께한 내 오랜 활동가 동지다.

그들은 내가 아는 한 최고로 삐딱한 친구들이다. 한 마디로, 싸가지가 없다. 권위를 극도로 혐오하며, 선배의 말은 죽어라 안 듣는다. 조직에서 자주 분란을 일으킨다. 여간한 단체는, 평범한 운동가들은 저 이단들을 감당할 수 없다. 내가 10년 이상 주변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딱 그렇다. 나한테도 가끔은 아주 불편한, 까칠한 존재들이다. 

완이는 특히 엄두가 안 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도 내가 그와 비교적 가깝고 그를 존중하는 까닭은 간단하다. 최고이기 때문이다. 운동의 실행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상황 판단, 전략 구상에서도 탁월하다. 그가 좔좔 쏟아내듯 말하는 걸 한번 들어보라. 옳건 틀리건 딱 부러져 늘 토론을 유발하며, 그런 태도를 나는 아주 생산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

글 쓴 걸 보면 또 어떻고. 젊은 후배에게서 질린다는 느낌을 자주 가진 건, 명색이 먹물인 내가 가방 끈 아주 짧은 친구에게서 느낀 경우는, 진짜로 완이 같은 글쟁이를 만났을 때다. 꼼꼼히 파악한 사실 내용을 그럴듯한 개념적, 이론적 수사로 포장해 멋지게 내놓을 줄 아는 글쟁이. 보통의 교수, 기자, 이론가들은 솔직히 그를 대적하지 못한다.

그런 완이가 미디어스 기자를 거쳐 한겨레21 기자가 되었다. 모르지만, 대학 졸업장 없이 주류매체의 기자가 된 아주 드문, 예외적 사례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유명대학 졸업장이 한 인간의 개인적 실력은 물론이고 사회적 가치를 보증하는 게 아닌 요즘의 시대에, 그의 변신은 전혀 신화적인 게 아니다. 마땅한 직역에의 당연한 진출일 뿐이다.

실제로 그가 한겨레21에 가서 생산한 기사의 양과 내용, 의미와 효과는 그가 저널리스트로서도 충분한 능력을 갖추었음을 일찌감치 입증했다. 사실 그는 오래 전부터 이 매체에 외부 필진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한겨레라는 튼튼한 매체의 구성원이 되어, 늘어난 지면을 활용해, 자신만의 저널리즘을 실천하는 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리라.

내가 한겨레의 에이스들이라고 꼽는 선수들이 있다. 본인들이 민망해 할까봐 실명을 대지 않겠지만, 한겨레의 몇몇 기자들은 진짜로 최고다. 저널리스트로서, 글쟁이로서 그러하다. 나는 완이가 빠르게 그들 대열에 오를 것이라 기대하는 편이다. 그는 그럴 능력, 의식, 욕심을 고루 갖추고 있다. 젊은 이단의 패기까지.

한겨레21 1186호 표지

그런데 이게 무슨 낭패인가. 그가 최근 작성한 어떤 기사에 ‘저질’이라는 꼬리가 붙었단다. 기사 같지도 않은, ‘함량미달’이라는 치욕의 붉은 줄이 그어졌단다. ‘허점투성이’, ‘조악’, ‘침소봉대’. 놀라 대체 누가 그의 글에 저런 모욕의 언사를 뱉었는지 살펴본다. 충격적이다. 골통 보수, 반동 수구가 아니었구나. 한겨레 내부, 위선 경영진이다. 

편집인, 대표이사다. “분란의 비극”은 “너무 조악하고 침소봉대한 기사라는 데서 출발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단다. LG그룹이, 박근혜 정권 당시, 전경련을 통하지 않고, 직접,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이라는 보수단체에, 1억을 제공한 사실을, 영수증을 통해 확인한, 완이의 단독기사에 붙은 윗사람들의 내부 평가가 그러했단다.

저들이 검사한 원래 기사가 어떠했는지 나로서는 정확히 알 길이 없다. 부족했을 수 있다. 불만스러울 수도 있겠다. 그게 완이 것이건 상관없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데스크의 입장에서 다시 써오라며 획 날려 버릴 수도 있다. 한겨레21의 길윤형 편집장이라면 그럴 자격과 인품이 충분히 있다. 나는 그를 선수 중 한 명으로 뽑으니까.

그런데 그가 아닌 한겨레 대표이사와 편집인이 저런 언설을 뱉었다? 완전히 다른 문제다.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 엄연한 간섭이고 부당한 통제며 잘못된 검열이다. 그것도 LG 사람들과 접촉한 후 “표지교체” 결론을 내고 압박을 시작했다면, 이건 정말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한겨레21은 물론이고 한겨레 기자 모두가 들고 일어날 일이다. 

독자로서, 시민으로서, 학자로서도 분개할 일이다. 저런 부정이 진보언론매체인 한겨레에서 벌어진 걸 어찌 용납할 수 있겠는가. 당사자가 집에 돌아가 엉엉 울음 터뜨렸다고 들었다. 수치와 고통이 오죽했으랴. 이런 일을 겪으면 나 또한 도저히 모욕을 참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건 그러고 말 개인의 문제가 결코 아니지 않은가?

최종 기사를 구해 꼼꼼히 읽어봤다. 독자로서, 비평가로서, 학자로서 그리고 아마추어 저널스트로서 어떤 하자, 아무런 문제도 발견하지 못한다. 잘 작성된, ‘조악’과 거리 먼, ‘침소봉대’는커녕 중요한 사실을 다룬 진실의 기사다. 제대로 된 저널리즘이다. LG측의 입장을 너무 봐주는 듯 쓴 게 오히려 맘에 들지 않을 정도로 평이하게 작성된 글이다.

대체 뭐가 문제였나? 어떻게 “함량미달”이며 ‘조악’ 그 자체였던가? 왜 경영진은 화들짝 놀라 미리 끼어들었는가? 기사의 어떤 “침소봉대”한 내용을 바꾸거나 줄이고 싶었는가? 막고 싶었던가? 대체 완이 기사가 표지에 실리면 안 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이었나? 왜 대표이사가 데스킹 이미 끝난 기사를 프린트까지 해 꼼꼼히 밑줄까지 그으며 읽어봤어야 했나? 

“한겨레의 고귀한 자산”인 게 맞는 편집권의 독립이 치욕적으로 짓밟혔다. 진짜로 광고주 LG의 로비가 있었는가? 그들의 불편을 배려한 광고 경영적 차원의 조치인가? 아니면,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가 또 있기라도 한가? 대체 무슨 이유로 양상우 대표이사는 김완 기자의 자질을 모욕하는 차원을 넘어 한겨레21의 신성한 편집권까지 침해해버렸는가?

한겨레21 기자들이 성명서를 내놓았다. 마땅한 일이다. 차라리 나는 “외부로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처음에는 “이번 사태를 공론화시키지 않겠다고” 했다는 대목에서 경악한다. 그럴 일이 결코 아니지 않은가? “경영진의 공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으로서도 해결될 일도 아니다. 설혹 완이를 포함해 한겨레21 기자들은 그 수준에서 만족해도 나는 이제 그럴 수 없다.

나는 한겨레 경영진, 편집인, 대표이사의 정확한 사태 해명을 먼저 요구한다. 대체 무슨 일이 었는지를 투명하게, 소상하게 밝혀 달라. 자초지종을 자신들이 잘하는 진실의 저널리즘에 기초해 공개적으로 설명해 달라. 그러고 나서 사과를 하고 약속을 해도 안 늦다. 무슨 일인지 진상을 알아야 해답이 뭔지 제대로 찾을 수 있는 법이 아닌가?

한겨레 측이 이 상식의 요구에 상식에 입각해 답해주길 요구한다. 문제를 제대로 풀자는 제안으로 받아주길. 그래야 신뢰가 다시 간다. 마지막으로, 나는 이 글을 결코 김완 기자를 위해 쓰지 않았다. 이 글은 그런 ‘조악’한 차원에서 작성된 게 아니다. 나의 요구도 결코 ‘함량미달’이 아니며, 나의 문제제기는 ‘침소봉대’에 해당되지도 않는다. 그러니 서둘러 진상규명 응답의 책임을 져주시오.    

 

전규찬 /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webmaster@mediaus.co.kr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72길 22 가든빌딩 608호 (우) 07238  |  대표전화 : 02-734-9500  |  팩스 : 02-734-2299
등록번호 : 서울 아 00441  |  등록일 : 2007년 10월 1일  |  발행인 : 안현우  |  편집인 : 안현우  |  개인정보책임자 : 윤희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희상 팀장
Copyright © 2011-2017 미디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mediaus.co.kr

ND소프트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