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6일 오후 3시 서울광장이 열렸다. 프랑크 라 뤼(Mr. Frank LA Rue)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의 한국 방문에 즈음해 오랜만에 광장이 열렸지만, 온전하게 열리지는 않았다. 문화제가 진행되는 동안, 서울광장 주변은 굵은 쇠사슬로 감싸진 채 출입이 금지됐다. 광장 주변에서는 무전기를 들은 경찰 관계자들이 여전히 서울광장의 상황을 주시했으며, 3차례에 걸친 경고 방송 및 해산 명령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프랑크 라 뤼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한국 표현의 자유 보호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4일 한국을 공식 방문했다.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의 이번 방한은 국가보안법 관련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입국했던 지난 1995년 이후 15년만으로, 표현의 자유 실태를 위해 한 나라를 두 번 이상 방문하는 것은 이란과 한국이 유일하다. 프랑크 라 뤼 특별보고관은 오늘 저녁, 총파업 중인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근행)를 방문해 언론 관련 현황을 파악한 뒤 국무총리실, 외교통상부, 문화체육관광부, 국가인권위원회, 시민사회단체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앞서 경찰은 문화연대, 참여연대 등이 속한 ‘표현의 자유 수호 문화행동 모임’과 ‘MBC 사수 시민행동’이 공동주최한 이번 문화제를 서울광장에서 하는 것을 ‘허가’했다. 다만, 문화제를 하는 전제 조건으로 △잔디를 훼손하지 말고 △구호를 외치지 말고 △손팻말을 들지 말고 △깃발을 들지 말 것 등을 제시하며, 구체적인 장소로 ‘시청역 5번 출구 앞 쪽’을 허가했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이 발언에 나섰다.
“오랜만에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하니 감회가 새롭다. 우리 모두, 잔디만도 못한 존재이다. 잔디는 파릇파릇하게 참 푸르지만, 생각을 표현할 수 없는 광장이라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유엔에서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제도가 생긴 이래, 보고관이 한 나라를 두 차례 방문한 것은 한국과 이란밖에 없다. 이는 국제사회가 한국의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김재철 사장은 쪼인트 까인 뒤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고소하겠다고 해놓고, 공정방송을 하겠다는 노조원들만 고소했다”는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문화제 참석자들을 향해 “자진 해산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문화제 허가를 내 준 장소인 시청역 5번 출구 앞 쪽에서 문화제를 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시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집회를 하고 있는데 왜 방해를 하냐” “국민을 뭘로 보는 거냐” 등, 일부 시민들은 경찰을 향해 강하게 항의했다.
“MBC노조의 파업이 오늘로 한 달 하고도 이틀이 됐다. 이근행 노조위원장은 11일째 단식하고 있다. 우리가 파업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권력, 정권의 방송장악을 막겠다는 것이다. 김재철 사장의 문제는 MBC 내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권력이 시키는 대로 하면 세상이 울어도 방송은 웃어야 하고, 세상이 통곡해도 방송은 침묵해야 한다. MBC를 지키고 싶다.”
MBC노래패 ‘노래사랑’의 공연과 문화제에 참석한 이들이 직접 참여하는 타악 연주 퍼포먼스 등 다소 신나는 공연이 준비됐지만, 산만하고 어수선한 분위기 덕분에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쇠사슬로 굳게 잠긴 서울광장, 그리고 수시로 이어지는 경찰의 경고 방송 및 해산 명령 등…. 오늘 서울광장은 열렸지만, ‘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외칠 수있는 광장은 여전히 닫혀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