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은 반복된다. 2007년 2월, 미대에 합격한 딸의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어느 학부모가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17년 8월, 생활고와 대학등록금 걱정을 이기지 못해 한 모녀가 자살을 택한 사건이 있었다.

비극의 원인은 살인적인 수준의 고등교육비에 있다. ‘2017년 OECD 교육 지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사립대의 연평균 등록금은 926만 원으로 OECD 회원국 중 4위다. 작년까진 2위로 미국 다음으로 높았다.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한 수많은 청년들이 신용불량의 늪에 빠졌고, 부담을 못 이긴 부모와 학생들은 극단적 선택을 했다. 대학교 등록금 문제는 개별 학교나 학생의 문제를 넘어선 ‘사회적 문제’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등록금 문제는 여전히 개인에게 맡겨져 있다. 등록금에 대한 정부 지원은 턱없이 적고, 가계 부담은 높다. 고등교육비에 기여하는 정부재원 비율은 OECD 평균인 70%의 절반도 안 되는 32%이고, 가계지출 비율은 OECD 평균인 21%의 두 배가 넘는 44%에 이른다. 등록금 외에도 대학을 다니기 위해 교재비, 주거비, 생활비, 교통비 등이 추가로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대학 진학에 따른 가계부담은 심각한 상황이다.

등록금 문제 해결의 주체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대학 교육은 헌법에 따라 공공성의 토대 위에 서있기 때문이다. 헌법 제3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한다. 또한, 교육기본법 제4조 제1항은 ‘교육의 기회균등’을 위해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신념, 인종,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 또는 신체적 조건 등을 이유로 교육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개인의 경제적 처지에 따라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가 달라진다는 것에는 위헌 요소가 있다는 말이다.

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장학재단 서울사무소 앞에서 열린 '3,700여 명 대학생들의 입학금 즉각 폐지 요구 및 사립대학총장협의회 규탄 긴급 서명 전달 기자회견'에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준비위원회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등록금 운동의 성과 및 한계

시민사회는 고등교육의 공공성 확대를 위해 노력해왔다. 2008년 2월 참여연대를 비롯해 청년학생, 학부모, 전국 500개 이상의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 네트워크(이하 등록금넷)’를 결성하고, 등록금에 대한 법적·제도적 해결방안을 모색해왔다. 등록금넷은 불투명한 등록금 산정, 과도한 적립금 적립, 비민주적인 등록금심의위원회 설치 등 등록금과 관련해 다양한 문제제기를 했다.

성과는 적지 않았다. 2010년에는 정부가 등록금을 빌려주고 취업 후 갚게 하는 ‘취업후학자금상환제’가 도입됐다. 2011년에는 대학의 등록금 인상률이 직전 3개년 등록금 평균의 1.5배를 넘지 못하게 하는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가 시행됐고, 2012년부터는 정부가 학생들에게 소득분위별로 장학금을 지원하는 ‘국가장학금 제도’가 제도화됐다. 반값등록금 운동은 고등교육 비용을 개인이 온전히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며, 정부가 대학의 공공적 운영을 감시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한계와 숙제도 있다.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등록금 산정과 대학의 운영에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는 부분이 많다. 반값등록금 운동이 일어난 이후로 2012년부터 등록금 동결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전에 가파르게 올랐던 등록금 수준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대학들은 등록금 동결로 인한 운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등록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8조 원이 넘는 적립금을 쌓아두고 있고 매년 7천억 원이 넘는 이월금을 남기고 있다.

당장 해결 가능한 문제, 입학금

등록금 문제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고등교육비 문제는 ‘대학 입학금’ 문제다. 대학 입학금은 대학 신입생과 학부모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적게는 한 학기 등록금의 1/5, 많게는 1/3에 달하는 금액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각 대학에서 입학금을 왜 그렇게 많이 받는지 구체적인 비용 추계자료나 산정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청년참여연대가 2016년 입학금 산정근거와 집행내역을 정보공개청구 했을 때 ‘학교 운영 전반에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입학금 지출 내역만을 따로 관리하지 않는다’고 답한 학교가 대부분이었다. 그렇다보니 각 대학들이 거둬들이는 입학금도 0원에서부터 100만 원대까지 학교별로 천차만별이다. 학교별로 제각각인 입학금 금액은 그 금액의 징수가 왜 부당한지 단적으로 드러나는 사례들이다.

청년단체들이 입학금 문제를 공론화하자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입학금을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교육부 주도로 ‘사립대 입학금 제도 개선 협의회’가 열렸다. 교육부와 사립대총장협의회(이하 사총협)로 구성된 해당 협의회에서 입학금의 단계적 폐지가 합의됐지만, 사총협이 입학금 폐지의 전제로 등록금 인상을 요구하며 합의는 결렬됐다. 다행히 현재 대학-학생-정부로 구성된 3자간 입학금제도 개선 협의체가 열려 입학금 폐지를 논의 중이다.

고등교육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들

2017년 현재 한국사회에서는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경제적 지위 능력’에 따라 차등적으로 주어지고 있다. 세계 최악의 수준 초고액 등록금은 대학 교육을 공정하고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빼앗고 있다. 청년들이 자력으로 등록금을 마련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최저임금 6,470원(2017도 기준)으로 사립대 연평균 등록금인 925만 원을 벌려면 하루 8시간씩 휴일 없이 일해도 6개월 넘는 기간 동안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학비를 벌기 위해 공부할 시간을 쪼개서 알바를 하고, 그러다 보면 학업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지고 장학금 혜택에서도 멀어진다. 악순환인 것이다.

교육의 공공성 회복을 위해 고등교육비 부담 완화가 시급하다. 입학금은 당장 폐지되어야 하고, 등록금은 동결·인하되어야 한다. 부당하게 징수되어 온 입학금을 즉각 폐지하는 일은 당장이라도 가능하다. 교육부는 언론을 통해 밝혔듯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입학금 산정 기준과 절차, 사용처 공개를 의무화하는 조항을 명시’하는 계획을 즉각 추진해야 한다. 나아가 법령 개정을 통해 입학금 강제 폐지를 추진해야 한다. 입학금 폐지에 동참하지 않는 사립대에 재정지원 차등을 두는 강도 높은 조치도 고려해볼 수 있다. 입학금 폐지 법안을 상정조차 하지 않는 국회 또한, 더 이상 수수방관하지 말고 입학금 폐지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등록금 인하를 위한 활동은 다각도로 진행돼야 한다. 국가장학금 예산은 대폭 확대해야 하며,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걸림돌이 되고 있는 성적제한은 없애야 한다. 학자금대출의 금리를 0%로 하거나 물가 상승률분만 받는 등 최소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학자금대출 연체로 인해 청년들이 신용불량자로 출발하는 일이 없도록 적극적인 채무 조정도 시급하다. 무엇보다 박근혜 전 정부처럼 말로만 반값등록금 완성을 외치는 게 아니라 실질적 반값등록금 정책을 하루 빨리 완성해야 한다. 고지서상 명목 등록금을 절반으로 낮춰서 서울시립대형 반값등록금을 완성해야 하고, 나아가 유럽식 무상 대학교육 제도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학자금 대출자 169만 명. 대출금 잔액 12조. 최악의 청년 실업.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청년들이 과도한 등록금을 채우기 위해 대학 등록을 연기하거나 포기한 채 열악한 청년노동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얼마 전, 공공기관의 대규모 부정청탁 사건이 터져서 안 그래도 힘든 청년들에게 분노와 좌절감을 안겨준 일도 있었다. 시민을 양성하는 학문의 전당이어야 할 대학이 적립금으로 그 부를 축적해 가는 동안, 그 안에 속한 학생들은 가난과 죽음으로 내몰리는 비극은 수없이 반복되어 왔다. 그 고리를 끊어야 한다. 사회의 부조리에, 우리 청년들은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청년참여연대를 비롯한 청년단체들은 등록금 실태를 고발하고 해결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행동할 것이다.

정치개혁 청년행동

청년이 주체가 된 정치제도 개혁 운동이 필요하다는 데에 뜻을 모은 청년 단체들이 <정치개혁 청년행동>을 발족했습니다. (대학YMCA, 민달팽이유니온, 비례민주주의연대 청년위원회,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청년광장, 청년유니온, 청년참여연대, 촛불청소년인권법재정연대, 우리미래, 2017년 11월 15일 기준 8개 단체(가나다 순), 1개 정당) 국정농단의 주체들을 재판장에 세우는 데 청년들도 촛불을 들고 함께했습니다. 하지만, 청년들에게 삶의 무게는 여전히 고달픕니다. 청년을 대변할 정치인 또한 부재하며 유권자의 표심을 왜곡하는 선거제도, 높은 선거권·피선거권 연령, 거대정당을 통하지 않으면 당선이 어려운 선거제도가 청년들의 정치참여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이에 <정치개혁 청년행동>은 그동안 배제됐던 청년들의 목소리를 정치에 반영하기 위한 정치개혁 운동을 전개하며 ‘△연동형비례대표제 △18세 선거권 피선거권 청소년정치활동보장 △국회 청년할당제 도입’을 3대 개혁과제로 선정하여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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