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특수활동비의 검은 내막이 점점 드러나고 있다.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재임 7개월 동안 특수활동비 총 25억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용처를 밝히지 않는 국정원 ‘연도별 지출내역’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중 청와대에 상납한 8억원과 최경환 의원에게 준 1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16억원의 행방에 대해 검찰이 쫓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17일 JTBC <뉴스룸> 보도로 확인되었다. 이병기 전 원장의 재임기간 사라진 16억원의 경우 지금까지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하는 등 국정원 예산을 총괄하는 이헌수 전 기조실장조차도 용처를 모른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더욱 의혹이 더해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사라진 16억에 대해서 두 가지 추론이 가능하다. 이것이 이병기 전 원장이 착복한 셀프공작이냐 아니면 최경환 전 부총리에게 건넨 1억원의 경우처럼 정치권으로 흘러갔는지에 대한 수수께끼를 푸는 일이 남는다.

JTBC <뉴스룸> 보도영상 갈무리

먼저 사라진 16억원에 대한 의혹은 이병기 전 원장의 주머니로 샜을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병기 전 원장의 재임기간은 고작 7개월 남짓에 불과하다. 어마어마한 양의 정보를 다루는 국정원의 실무에 적응하는 시간으로도 빠듯하다. 그런 이병기 전 원장이 그 기간에 대테러공작과 대북공작 등의 공작비로 16억원을 썼다는 주장에 수긍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것이 아닐 경우 또 다른 의혹은 최경환 당시 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에게 건넨 1억원의 경우처럼 권력 주변으로 흘러나갔을 가능성을 따져야 한다. 유독 공직 욕심이 강했다는 평가를 듣는 이병기 전 원장이고, 국정원장 7개월 재임 후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승전한 등의 사실들이 이런 의심을 뒷받침한다. 이 경우 국정원 특수활동비 게이트는 박근혜 정부를 넘어 정치권 전역으로 사정의 칼바람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한편 국정원 특수활동비 1억원 수수의혹에 대해 최경환 의원에 대해서 전면 부인하며 “만약 사실이라면 동대구역 앞에서 할복자살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가운데 검찰은 다음 주 최 의원 소환을 검토하는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듯 밝혀지지 않은 용처를 포함해 청와대 및 정부요인 상납 등 국정원 특수활동비의 검은 내막은 적어도 그 윤곽은 거의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국정원 예산을 총괄하는 기조실장조차 알 수 없는 원장 단독의 특수활동비 사용에 대해서는 정확한 추적이 어렵다는 문제를 남기고 있다.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연합뉴스 자료사진)

특수활동비 중에서도 대테러·대북공작금이라고 주장할 경우가 그렇다. 그러나 정상적인 대테러·대북공작금이라면 통상 국정원장이 직접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기조실장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추궁할 수 있는 약간의 여지는 남아있다. 그래도 여전히 진실을 밝히기란 쉽지 않다.

이 부분이 국정원 특수활동비 게이트에서 가장 우려됐던 것 중 하나였다. 국고를 뇌물로 쓸 정도의 도덕적 해이상태라면 얼마든지 사적으로 유용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저 대테러·대북공작금이라고만 하면 수억 원 혹은 그 이상의 거액도 용도 외 사용이 가능한 구조가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다.

이병기 전 원장이 7개월 정도 재임하면서 총액 25억원을 사용했다면 그보다 오래 재임한 다른 원장들의 경우도 당연히 들여다봐야 할 것이며, 정부는 이번 기회에 국민혈세가 검은 흑막 뒤에서 부정하게 다뤄지지 않도록 엄격히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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