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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섹션, 포털 퇴출 조건 다 갖췄다17일 3개 섹션, 광고 기사 차고 넘쳐...포털에 버젓이 전송까지
도형래 기자 | 승인 2017.11.17 13:38

[미디어스=도형래 기자] 정규 신문지면에 딸려오는 섹션지면에는 광고와 구별되지 않는 기사가 많다. 이런 기사를 언론계 은어로 ‘쪼찡’이라고 한다. 

쪼찡에 대해 문정우 전 시사인 편집국장은 “‘쪼찡’은 일본말 초우친(提燈)에서 온 말”이라며 “남의 앞잡이가 되어 그 사람을 칭찬하거나 선전하는 기사를 쓴다는 뜻”이라고 정의했다. ‘제등행렬’을 할 때 쓰는 제등(들고 다닐 수 있는 등)의 일본어 발음이 '초우친'이다. 

쪼찡은 가장 어려운 글쓰기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문정우 전 편집국장은 “‘쪼찡’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며 “최고의 기자나 PD만이 제대로 할 줄 안다”고 밝혔다. 문정우 전 편집국장은 “‘쪼찡’이 효과를 보려면 기사에 품격이 있어야 한다”며 “어휘를 고르고 골라 독자에게 그 기사를 쓰는 숨은 뜻을 들키지 않아야 한다. 어설프게 썼다가는 그 기사로 띄워주려는 측에 도리어 누가 되기 십상”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잘 쓰여진 ‘쪼징’은 쉽게 찾아내기도, 비평하기도 어렵다. 개중에는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글도 있다. 

문제는 격있는 쪼찡이 아니라, 지면을 팔아먹는 저급한 조찡이다. 사실 섹션 지면은 지면을 늘려 더 많은 정보를 구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정규 지면에서 소화 못하는 광고를 싣고 부담없이 지면 팔아먹기 위한 용도로 도입됐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2017년 11월 17일자 조선일보 섹션지면

16일자 조선일보는 3개의 섹션 지면을 발행했다. 하나는 경제 섹션이고, 다른 하나는 어떤 의미로 묶었는지 짐작하기 어려운 기획섹션이다. 나머지 하나는 부티크 섹션으로 패션, 잡화 등을 소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부티크 섹션은 광고와 기사의 구별이 없는 여성지와 같다. 가슴 따뜻한 일상을 전하는 여성지를 낮춰 보고자 하는 말이 아니다. 광고와 기사를 마구잡이로 섞어 구별이 되지 않는 편집에 대한 얘기다. 여성지는 그래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광고와 기사를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다. 기사 바이라인이 있고, 기자가 쓰면 기사인 것이고, 없으면 ‘기사형 광고’라고 보면 된다. 

조선일보 브티크 섹션은 여성지의 편집을 따르고 있다. 1면에 의류브렌드의 전면 광고가 실렸고, 2면에는 지면의 차례를 소개하는데 가방, 시계, 신발, 화장품이 이어서 등장한다. 전면광고가 실린 첫면과 마지막 면을 제외하면 10면에 불과한 섹션지면에 차례가 필요한지 의문이다. 아마 차례와 함께 게재된 가방, 시계, 신발 등을 강조하고, 차례에 실린 샴페인 광고를 게재하기 위한 지면으로 보인다. 

2017년 11월 17일자 'THE BOUTIQUE' 섹션 2면

부티크 섹션지면의 콘텐츠가 시작되는 3면에는 ‘커버스토리’라는 이름으로 다이아몬드가 들어간 목걸이, 반지, 시계 등 장신구가 나오며 해당 브랜드 상품 컬렉션 이름이 나열돼 있다. 언듯 보면 전형적인 광고로 보이지만, 전 모 ‘더 부티크’ 객원기자라는 바이라인이 달렸다. 기명 기사이지만, 상품 문의 전화까지 명기돼 있다. 

이어진 4면에는 모 구두 브랜드를 PR하는 이미지 광고성 기사가 실렸다. 마찬가지로 전 모 ‘더 부티크’ 객원기자의 바이라인이 달렸다. 바이라인이 없는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모 구두 브랜드의 가을 정기세일과 사은품을 홍보했다. 전 모 객원기자는 5면에서도 등장해 스위스 시계브랜드를 소개했다. 마찬가지로 문의 전화번호까지 게재했다. 

문제는 7면과 8면이다. 조선일보는 7·8면 통면으로 “혁신적인 디자인을 통해 전 세계 시계 애호가를 매혹해 온 스위스 시계 브랜드”라며 모 시계 브랜드 홍보 기사를 게재했다. 이 모 더 부티크 기자라는 바이라인이 달렸다. 이 시계 브랜드는 이날 경제섹션 1면 하단에 광고를 게재했다. 

2017년 11월 17일자 'THE BOUTIQUE' 섹션 7~8면. 두면에 걸처 한 시계브랜드 홍보 기사를 게재했다.

기획 섹션에서도 다양한 쪼찡이 보인다. ‘김은경의 일점호화’라는 이름으로 게재되는 브랜드 평가 칼럼이다. 여기서 김은경 월간 럭셔리 편집장은 특정 스테인리스 보온병을 "한겨울 따뜻한 위로가 되어주는 마법의 병"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김은경 편집장은 보온병 브랜드의 역사와 미담을 다루며 ”튼튼하고 성능 좋은 보온병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라고 찬양를 이어간다. 그래도 이 기사는 부티크 섹션의 광고 기사와 비교하면 품격이 있다. 최소한의 ’읽을 만한 꺼리‘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의 저급한 광고 기사는 지면에 그치지 않고 대부분 포털을 통해 유포되고 있다. 

지난 3일 포털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기사로 위장한 광고 전송’에 대한 처벌규정을 개정했다. 제휴평가위는 ‘기사로 위장한 광고’를 “외견상 기사 형식을 띠고 있으나,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의 구매를 유도하는 이미지, 가격, 판매처 등의 관련 정보 전달을 주목적으로 하는 콘텐츠”라고 정의했다. 

광고성 기사 5건당 벌점 1점을 받고, 벌점 10점 이상이 누적되면 경고, 포털 노출 중단 등의 제재를 받고 이후 재평가를 통해 포털과의 제휴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난 3일 민중의 소리 등 8개 매체가 포털에서 퇴출되기도 했다. 

이날 조선일보 3개 섹션에 게재된 수십 건 달하는 기사는 단 하루 송출량만으로도 ‘기사로 위장한 광고’라는 이유에서 퇴출되기 충분해 보인다. 

도형래 기자  media@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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