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에게 꿈을, 프로야구 원년 구호의 시작이다. 어린이날은 그래서 야구에게, 프로야구에게 왠지 각별한 날, 어린이에게 꿈을 주면서 시작했기 때문에 더욱 그런 듯하다.

내일은 어린이날! 프로야구도 어린이날은 지난해 4개 구장 매진이란 기록을 보여줬고, 그것이 아니라도 어린이날 행사가 늘 많았던 기억이 있다. 아무래도 어린 야구팬들이 야구의 미래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과거에 비해 어쨌든 줄어든 어린이들의 야구열기, 분명 부활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일까? 매년 어린이날에는 그 어렵고, 힘들다는 낮 경기를 특별히 펼쳐 보이는 성은을 보여주신다. 평소에는 2시 경기를 하면 선수들이 집단으로 쓰러질 것이라 생각하는지, 도통 낮 경기를 보기 힘든 우리 프로야구지만 어린이날은 예외다. 뭐, 정확히 따지면 1년 중에 어린이는 어린이날과 개막 2연전, 어린이는 이 사흘 동안만 야구장에 와도 된다는 건지 어린이날이라서 낮 경기를 한단다. 낮 경기가 문제가 있으면 매일매일 이 문제가 있고, 낮 경기가 어린이에게 의미있으면 크게 더워지기 전까지는 낮 경기를 종종 해야 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이 낮 경기 덕에 잠실경기와 문학경기는 오랜만에 야구중계 없이 수도권 지역 팀끼리의 맞대결을 펼치게 생겼다. 물론, 사정을 따져보면 중계방송에서 빠진 채널을 욕할 수도 없다. 한 곳은 프로야구의 근간이라 할 고교야구 결승전 중계, 의미 깊은 일이다. 또 다른 곳도 K리그 중계다. - 이 채널은 월드컵을 앞두고 전에 없이 공중파와 케이블 할 것 없이 축구를 중계하는 듯해서 어색하기도 하지만 뭐.-

늘 어린이날 야구장은 행사도 풍성하다. 뭐, 그 행사는 올해도 나름 많다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크게 의미 있게 보이진 않는 행사가 늘 이어진다는 거다. 끽해봐야 아이들 얼굴에 몹쓸 물감으로 그림 좀 그리고, 선물이나 주는 정도. 뭐 그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하는 걸 좋게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나마, 광주구장에서의 야구체험 이벤트나, 어린이와 선수가 함께하는 '99초를 잡아라'. 그리고 잠실구장의 어린이 회원 시구, 문학구장의 선수와 함께하는 이벤트 등은 의미 있지만, 나머지 행사는 어린이날과 야구의 만남을 크게 느끼기 힘들다.

심지어, 어린이날과 별 상관없는 이벤트가 더 많이 펼쳐지는 대구구장도 있다. 우리아이 지키기 홍보대사 위촉이나, 음료수 증정 같은 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으며, 게임으로 선발된 가족에게 주는 선수단과의 스킨십은 포토타임이 전부, 경기에 앞서 펼쳐지는 시구와 시타. 어린이날, 범죄예방위원회 회장이 시타를 하며, 최근 시끌시끌한 검찰의 검사장이 시구를 하는 건 도대체 무슨 의미냐?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사람들을 불러주거나, 아니면 꿈과 희망으로 야구를 보는 어린이들에게 그 황금 같은 기회를 주지 못할망정, 야구장에 1년에 몇 번이나 오시는지, 어린이들을 위해 무엇을 하시는지, 의심스럽고 알 수 없는 분들이 만원관중이 확실해진 야구장에서 거들먹거릴 풍경,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 이 경기를 중계하며 과연 이 장면에 무슨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 지상주차장을 개조해 어린이들을 위한 새싹야구장을 만든 SK! 이런 노력이 중요해 보인다.

솔직히, 어린이들에게 선수들과 직접 만나고, 야구를 몸으로 할 수 있는 그런 이벤트가 너무나 필요할 듯하다. 직접 그라운드에 서고, 선수들과 함께 만드는 추억이 있는 어린이날, 그런 노력과 시도가 어린이를 위해 필요한 시간이 아닐까?

나아가, 이런 노력은 사실 1년 중 어린이날 하루에 그치는 것이 아니어야 할 것이다. 야구가 있는 모든 날마다 팬들을 위한 시간, 특히 어린이를 위한 노력이 늘 함께해야 할 터, 그런 야구의 모습은 정녕 어려운걸까? 어린이날을 맞아 야구의 꿈은 커지지만 현실은 여전히 답답한 모습이 많은 거 같다. 안타깝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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