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 시즌, 유럽 축구도 어느덧 막판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는 이미 '명문 구단' 바이에른 뮌헨이 사실상 우승을 확정지었으며,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에서는 FC 트벤테가 팀 이름을 바꾼 뒤 사상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이렇게 각 팀들의 희비가 서서히 엇갈리기 시작하면서 시즌이 종료되는 다음주, 어떤 결말이 나올 지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현재 유럽 축구에는 4가지 전쟁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우승을 향한 전쟁과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내기 위한 전쟁, 그리고 강등권 탈출이 있습니다. 더불어 선수 개인으로는 최고의 영예라 할 수 있는 득점왕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어 유럽 축구를 좋아하는 팬들 입장에서는 이번 주말(8,9일)에 있을 모든 경기를 흥미롭게 바라볼 것으로 예상됩니다.

▲ 첼시와 맨유의 우승 경쟁, 과연 어느 팀이 마지막에 웃을까 (사진-Picapp)

아직 끝나지 않은 우승 전쟁

현재 독일 분데스리가를 제외한 '빅4' 3개 리그는 아직 우승의 향방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모두 1-2위 승점 차가 1-2점에 불과해 마지막 경기에 따라 우승 주인공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승컵을 각기 다른 두 개 경기장에서 대기시켜놓고,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주인공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을 맞이한 것입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4연패에 도전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막판 뒤집기냐 4년 만에 우승에 도전하는 첼시의 지키기냐를 놓고 뜨거운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둘 다 챔피언스리그를 조기에 탈락해 리그 우승만이 올 시즌,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보루로 생각하고 있어 어떤 결말이 나올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일단 맨유에 승점 1점 앞서 있는 첼시가 마지막 고비였던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2-0 승리를 거두면서 16위 팀인 위건과 마지막 승부를 갖게 돼 유리한 입장입니다. 그러나 부상에서 갓 회복한 루니를 투입하는 등 전력을 풀가동중인 맨유의 기세도 만만치 않아 맨유의 역전 우승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마지막 경기에서 맨유는 무조건 이겨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만약 첼시가 비기거나 지면 '대반전'을 이루고 리그 사상 첫 4연패가 탄생할 수도 있어 맨유 입장에서는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는 두 거인,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우승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올 시즌 단 1패만을 기록하며 승승장구를 거듭한 바르셀로나와 '갈락티코 2기' 첫 해로서 이번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겠다는 레알 마드리드의 자존심 대결이 꽤 볼 만 합니다. 각각 2경기씩 남은 현재 레알 마드리드를 승점 1점 차로 앞서 있고,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에 실패해 리그 우승에 온 역량을 결집할 수 있게 된 바르셀로나의 우승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곤살로 이과인 등 공격진의 상승세가 뚜렷한 레알 마드리드의 기세도 대단해 우승 향방은 마지막에 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잉글랜드, 스페인보다 한 주 늦게 16일에 시즌이 종료되는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는 인터밀란과 AS로마의 우승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5연패를 노리는 인터밀란과 2000-2001시즌 이후 9년 만에 정상 탈환에 도전하는 AS 로마의 우승 경쟁은 모처럼 세리에A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고 있는데요. 로마에 승점 1점 앞서 있고, 골득실에서도 크게 앞선(인터밀란 +39, AS로마 +24) 인터밀란의 5연패가 점쳐지지만 두 팀 모두 2경기를 남겨놓은 상황이어서 어느 팀이 우승할 지는 쉽게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놓칠 수 없는 매력, UEFA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잡아라

우승 경쟁에는 멀어졌지만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내기 위한 전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팀의 위상을 살리는 것은 물론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챔피언스리그는 분명히 유럽 유수의 팀들에 매력적인 대회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기 위해 경계선을 오가는 팀들은 매 경기 피말리는 승부를 벌이며,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 4장씩 각각 주어지는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에서는 4위에 들기 위한 각 팀들의 경쟁 구도가 막판까지 안개 속을 달리고 있으며, 3장씩 주어지는 프랑스, 독일 역시 아직까지 어느 팀이 티켓을 가져갈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리버풀이 첼시에 져 일찌감치 경쟁에서 멀어진 잉글랜드에서는 4위를 달리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와 5위의 맨체스터 시티가 승점 1점 범위 내에서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막판에 두 팀 모두 힘을 내면서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6일 새벽에 있을 토트넘과 맨시티의 맞대결은 4위 싸움을 완전히 결정짓는 중요한 경기로서 리그 마지막 판도의 최대 빅매치로 벌써부터 주목받고 있습니다.

스페인에서는 올 시즌 완전히 물오른 레알 마요르카가 9년 만의 챔스 티켓을 잡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으며, 5위인 세비야가 승점 2점 차로 그 뒤를 쫓고 있어 마지막 2경기에 모든 향방이 갈릴 전망입니다. 또 이탈리아에서는 삼프도리아와 팔레르모가 승점 2점 범위에서, 독일에서는 베르더 브레멘과 바이엘 레버쿠젠이 역시 승점 2점 범위에서 챔피언스리그에 오르기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번에 무너지면 내년은 없다... 볼 만 한 강등권 싸움

우승 경쟁만큼이나 피말리는 강등권 싸움도 흥미롭습니다. 남은 경기에서 지면 내년은 없다는 마음으로 해당 팀들은 그야말로 죽을힘을 다해 싸우고 있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대결을 펼치고 있는 곳은 스페인입니다. 스페인 남부의 작은 섬에 위치한 테네리페는 막판 전력을 다 하면서 승점 끌어올리기에 성공, 2경기를 남긴 현재 강등권 탈출 순위인 17위 말라가와 승점에서 동률을 이루게 됐습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희망이 없던 테네리페는 최근 5경기에서 3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타 강등권 탈출에 힘을 얻게 됐습니다. 테네리페 아래에 있는 레알 바야돌리드도 17위와 승점 차가 2점 밖에 나지 않아 막판 온 힘을 쏟고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17위인 하노버 96과 18,19위인 뉘른베르크, 보쿰의 승점 차가 2점에 불과해 마지막 경기에서 운명이 엇갈릴 것으로 예상되며, 이탈리아에서는 아탈란타 BC가 승점 5점 뒤집기의 기적을 꿈꾸고 있습니다. 강등권 싸움이 매년마다 치열하게 전개됐던 잉글랜드는 포츠머스가 재정 문제로 승점이 삭감돼 강등이 확정되면서 일찌감치 김이 빠진 가운데, 18위 헐 시티가 1경기를 더 치른 웨스트햄과의 승점 6점 차를 넘어서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 리버풀전에서 득점을 기록한 디디에 드로그바 (사진=Picapp)

개인의 영광, 득점왕 타이틀을 잡아라

팀 간 경쟁만큼이나 개인 타이틀 경쟁 역시 막판까지 불꽃 튀는 접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공격수에게 큰 영광이라 할 수 있는 득점왕 타이틀 경쟁이 잉글랜드, 독일, 프랑스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어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있습니다.

당초 10년 만의 잉글랜드 선수의 득점왕 탄생이 점쳐졌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1위를 달린 웨인 루니가 부상으로 주춤하면서 안갯속 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바로 '드록신' 디디에 드로그바가 꾸준하게 득점을 기록하면서 마침내 26골로 루니와 동률을 이뤘기 때문입니다. 득점왕을 위해 부상에서 막 회복한 뒤 선덜랜드전에 출전한 루니였지만 드로그바의 기세가 만만치 않아 마지막 경기에서 득점왕 경쟁의 운명이 엇갈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독일에서는 '보스니안 폭격기' 에딘 제코와 바이엘 레버쿠젠의 비상을 이끈 스테판 키슬링의 득점왕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키슬링이 전반기에 12골을 넣으며, 1위로 나섰지만 지난해 최우수선수인 제코의 기세가 만만치 않게 이어지면서 결국 1골 차로 제코가 앞서있는 상황입니다. 또 프랑스에서는 마르세유의 골잡이, 마마두 니앙(16골)과 로리랑의 중흥에 앞장서고 있는 케빈 가메이로(15골)가 1골 차의 접전을 펼치고 있어 마지막 순간까지 가 봐야 득점왕 타이틀 주인공을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스페인에서는 아르헨티나산 두 골잡이, 리오넬 메시(29골)와 곤살로 이과인(25골)이 나란히 1-2위를 달리고 있으며, 이탈리아에서는 안토니오 디 나탈레가 26골을 집어넣으며 생애 첫 득점왕 타이틀 획득이 유력해졌습니다.

마지막까지 가봐야 모든 결말을 알 수 있는 유럽 축구 2009-10 시즌. 과연, 올 시즌 '유종의 미'를 거두는 팀, 그리고 선수는 누가 될 것인지 축구팬들의 관심과 흥미가 모아질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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