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유승민은 남고 김무성은 떠났다. 바른정당 분당 사태 이후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와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두 의원 모두 방식은 다르지만 보수 주도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김무성 의원을 필두로 강길부, 김영우, 김용태, 이종구, 정양석, 주호영, 황영철, 홍철호 의원 등 9명이 바른정당을 탈당해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했다. 20석 의석으로 어렵사리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유지했던 바른정당은 이들의 탈당으로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하고, 군소정당으로 전락했다.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압박을 거부하고 바른정당에 남은 유승민 의원은 지난 13일 바른정당 당 대표에 선출됐다. 유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똘똘 뭉쳐서 강철같은 의지로 죽음의 계곡을 건넌다면 어느새 겨울은 끝나고 따뜻한 새 봄이 와 있을 것"이라며 독자노선을 걷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왼쪽)과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 (연합뉴스)

그런데 김무성 의원과 유승민 대표의 머릿속에는 같은 목표, 다른 계산이 서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들이 각각 다른 방식으로 보수 주도권을 노릴 것이란 얘기다. 김 의원의 경우 '계파'의 힘으로 보수 주도권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에서 바른정당을 탈당한 13명의 의원, 이번 2차 탈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한 9명의 의원은 김무성계로 볼 여지가 많다. 여기에 지난해 새누리당 집단탈당 당시 남았던 김무성계 의원들도 여전히 건재하다.

김무성 의원은 자의든 타의든 자유한국당 복당과 동시에 현역 의원 30여명을 안팎으로 하나의 계파를 구성하게 됐다. 자유한국당 소속 현역 의원이 116명인 점을 감안하면 1/4을 넘는 거대한 계파를 형성한 셈이다. 지난해 4·13총선에서 친박으로부터 '공천학살'을 당했던 점 등을 감안하면 실제로 잠재된 김무성계는 더욱 강한 영향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복당 직후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김무성 대표에게 던진 강한 견제구도 이 같은 영향력을 경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1일 홍 대표는 김무성계 등에 대한 계파 논란에 대해 "계파정치를 하려면 소위 친노처럼 이념으로 무장을 해야 하는데 지금 한국당에 있는 건 계파가 아니고 이익집단"이라면서 "자신의 공천이나 정치에 어떤 게 유리하겠다 이런 이익개념으로 뭉쳐있는 사람들은 계파라고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왼쪽)와 김무성 의원. (연합뉴스)

유승민 대표의 보수 주도권 획득의 시나리오는 김무성 의원과는 확연히 다를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은 바른정당을 어떻게든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는 게 당면과제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내년 지방선거 이후 와해된 보수를 규합할 수 있는 기회가 유 대표에게 돌아올 것이란 계산이 가능하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보수세력은 참패의 가능성이 높다. 현재 제1보수정당이라 할 수 있는 자유한국당의 경우 TK 외의 지역에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앞서기는 어려워 보이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10% 내외를 넘나드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상황인 반면 강력한 경쟁정당인 민주당은 꾸준히 50% 내외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독주'하고 있다.

한국 선거구제 특성상 선거철이 되면 거대양당으로 민심이 쏠리는 현상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자유한국당은 매우 불리한 상황에 처해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지지율을 모두 흡수한다고 해도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30%에 채 미치지 못한다. 현재로썬 자유한국당은 다음 지방선거에서도 패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 시점이 도래하면 유승민 대표가 중심이 되는 보수재편 시나리오가 실행 가능하다. 최근 자유한국당을 이끌고 있는 '친홍(친홍준표)'이 2선으로 물러나고, 유 대표가 통합보수정당의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 기회를 잡는 방법이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0년을 전후로 친박을 물갈이 하고, 2011년 비대위원장으로 등장하는 것과 비슷한 모델이다. 김무성 의원에게도 같은 시기에 보수당권을 노릴 기회가 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승민 대표가 지방선거까지 바른정당을 끌고 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주변의 희생일 클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4~7%의 지지율에 그치고 있는 바른정당 소속으로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스스로 선거 패배 가능성이 높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바른정당 탈당 사태도 지역을 중심으로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공포감이 팽배해지면서 생긴 일이란 분석이다.

변수도 있다.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에서 선전할 경우다. 홍준표 대표 역시 지난 대선에서 24%를 득표했던 인지도와 영향력을 중심으로 자신의 세력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시키고 친박 핵심 서청원, 최경환 의원을 내보내려는 일련의 과정은 구심점을 잃은 친박을 흡수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홍준표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예상을 깨고 득표력을 입증했고, 김무성 의원은 탈당과 입당을 거치면서 이미지가 많이 훼손됐지만 여전히 잠재적 세력화가 가능한 세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친박이 구심점을 상실한 상태에서 친홍과 친김이 양대계파로 커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엄 소장은 "유승민 대표의 경우 현 추세대로 지방선거 결과가 나오게 되면 보수재편 여론 속에서 기회가 올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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