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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언론, 살림의 시행령 마련해야[전규찬 칼럼]
전규찬 /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승인 2017.11.16 08:30

김장겸 아웃. 그와 엮인 줄줄이 사탕들의 퇴출. MBC 싸움의 중요한 한 단락이 끝나가고 있다. 중요한 성과다. 그렇지만, 아직 남은 게 많다. 내부적으로 청산해야 할 과제가 태산 같으며, 지역 MBC의 문제는 전혀 별개다. 부역자들이, 적폐세력들이 대전에 춘천에 전국 경향 각지에 똬리를 틀고 있지 않은가? 그 모든 것이 다 정리될 때까지 MBC 투쟁은 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아직 그 어떤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KBS는 또 어떠한가? 고대영의 꼼수만 확인되고 있고, 내부의 배신만 반복되고 있다. 다행이도 이에 전혀 굴하지 않고, 외부의 사정에 미동조차 않은 채 강고히 고봉순을 되찾고자 하는 KBS 방송 노동자들의 결기가 더 높아지고 있다. 함께 어깨 걸고 우리 모두 공영방송 재정상화를 위해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KBS 싸움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인 게 맞다.

미디어 공공성, 미디어 생태계의 주요 고리들인 YTN의 사정은, SBS의 정황은 또 어떠한가? 연합통신은? 지역 민방들은? 모든 게 잠재적 화약고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모두가 오랫동안 쌓이고 썩은, 새로 추가된 적폐들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도려내지 않고서는 미래가 없다는 정당한 의식이 내부로부터 강력히 돋아나고 있다. 때문에 예리하게 지켜보도록 하자. 어떻게 될지, 어떻게 해야 할지.

그러나, 이런 상대적으로 큰 매체와 주요 채널에만 신경 쓰면서 작은 것, 그렇지만 여전히 중요하고 핵심적인 언론들을 간과하는 우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방송을 꽉 틀어막고자 했다. 종편채널을 띄어 거짓선전을 설파코자 음모했다. 동시에, 그들은 일반 대중의 기본권인 언론자유,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 일반의 자유 교통권까지도 철저히 진압했던 게 사실이다. 이 총체적, 체계적 플랜 설계를 망각하면 큰일이다. 

미디어스 자료 사진

인터넷 검열이다. 사이버 통제다. 그리고 그 연결고리로, 지난 박근혜 정권은 문체부를 통해 희한한 법령을 강구했다. 소위 5인 미만 인터넷 신문 통제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이 바로 그것이다. 박 정권이 준비한 너무나 고약하고 패악적인, 흉측하고 반민주적인 언론 장악, 대중교통 통제, 여론 검열 계획이다. 제 멋대로 정한 숫자를 갖고, 그 이상은 ‘건전 언론’으로 육성하고 그 이하는 ‘사이비 매체’로 정리하는 플랜이다.

시행령이기 때문에 입법예고하고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켜 대통령만 재가하면 바로 시행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다행이, 시민사회와 시민들, 4인 이하 소수 인터넷 매체 언론노동자 당사자들이 강력히 반발해 집행을 막아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잊지 말아야 할 건, 내용이나 형식, 절차 모두에서 국정원 냄새가 폴폴 나는 국가권력의 통제모의 그 자체다. 누가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는가? 왜?

민주주의 풀뿌리 언론, 민주주의의 가장 밑바닥을 이루는 언론채널에 대한 무서운 장악 시도였다. 위로부터의 KBS, MBC 등 공영방송에 대한 장악 시도와 맞물려 돌아간, 대안언론을 폐쇄하려는 전체주의적인 프로그램. 아래 위를 동시에 틀어막아 부정과 비리의 유포를 막으려는 권력 네트워크의 악의적인 계획. 철저히 조사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청산할 언론통제 적폐 중 하나로 분명히 꼽아야 한다. 

문화부 스스로 먼저 이에 대한 철저한 내부 진상조사를 회피하면 안 된다. 그러면서 문체부는 그와 반대되는 시행령의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소수 인터넷 신문을 육성하고 보호하는 개정안이다. 여론 시장의 진정한 소수자인, 다원주의 미디어 생태계를 책임진 바닥의 피라미들을 죽이는 게 아니라 살려주는 프로그램을 시급히 입안해야 할 것이다. 

죽임의 개정안이 아닌, 살림의 시행령이다. 절망의 시행령이 아닌, 희망의 개정안을 말이다. 물론, 임의의 숫자 놀음은 금물이다. 정확한 현황 파악을 통해 합리적, 상식적 차원에서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모든 매체를 보호하고 육성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 자유언론, 언론자유를 훼방하고 방해하는, 거짓과 선전 그리고 비방만 일삼는 것들은 걸러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당장에 시급히 마련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럼으로써 사실상 광장촛불의 근간이 된 작은 영웅들, 인터넷 대안 신문과 소수자 매체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인 저널리즘에 숨통을 터줘야 한다. 약자에게 차라리 먹고 사는 생존의 문제와 언론 자유 실천은 별개가 아닌, 하나로 겹친 결정적 운명. 그 지점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책임져 주는 것, 그게 지난 정권 때의 일에 대한 보상이 아닐까?

그게 진정으로 촛불의 정신을 잇는 일이며, 촛불의 혁명을 지속하는 길이 아닌가? 작은 촛불이 크게 발화했듯이, 언론자유도 시작과 끝은 거대매체가 아닌 소수매체일 수밖에 없다. 소수가 없으면 다수도 없다. 이 점을 문체부와 정부에, 국가에 강력히 피력할 때가 되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우리 스스로도 한번 성찰해 볼 것을 냉정하게 요구한다. 우리는 너무나 가끔 너무 큰 것에만 매달리지 않는가? 그게 권력의 의식, 무의식임을 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공영방송, 당연히 소중하다. 꼭 다시 일궈내야 한다. 우리의 책임이다. 그렇지만 MBC에서 김장겸만 쫒아내면 언론자유는 완성되는가? KBS에서 고대영만 해임시키면 미디어생태계는 복원될까? 천만에. 그리 단순한 언론자유, 그리 간단한 미디어생태계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주의의 꽃은 풀뿌리다. 큰 것만 주목하다가 작은 것들을 놓치는 우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우리부터 밑바닥의 비틀어져가는 약자들도 함께 챙기지 않으면 안 된다. 

전규찬 /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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