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MBC 방송문화진흥회는 김장겸 사장의 해임안을 가결했고, 거리에 모여 결과를 기다리던 조합원들은 환호를 질렀다. 그리고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모두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9월 초 시작된 총파업 이후 두 달 남짓이 걸렸다. 이번에는 패배의 눈물이 아니어서 무엇보다 속이 후련한 모습들이었다.

방송법 개정을 조건으로 내건 고대영 사장의 사퇴 의사를 진심으로 받아들인 KBS 노조의 파업철회로 인해 두 공영방송이 동시에 정상화를 맛보기는 어렵게 됐지만, 우선 MBC라도 정상화될 수 있다는 것은 큰 성과이다. 비로소 공영방송의 공정보도를 곧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반드시 KBS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김장겸 MBC 사장. Ⓒ연합뉴스

이렇게 좋은 소식은 흔치 않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이 갈수록 성과를 내고 법을 어지럽힌 인사들을 처벌하겠지만, 방송 그것도 MBC가 본 모습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좀 다른 의미를 갖는다. 물론 방문진의 이사 구성이 바뀌고, MBC 사장이 해임됐다고 해서 그 자체가 정상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선 예능과 라디오 등은 빠르게 정규편성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나 뉴스와 탐사보도 등은 제 모습을 갖추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내부 진통을 피할 수 없다. 그렇게 겪을 것을 다 겪은 후에야 제대로 된 진용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기다림은 더 이상 길지 않다. ‘보름 운 년이 한 달 못 울겠냐’는 말처럼 7년 여 끊었던 MBC 뉴스를 앞으로 몇 달 더 기다리지 못할 이유는 없다.

이제 MBC에게 요구되는 것은 이제 방송의 질이다. 아니 공정보도의 실천이다. 이는 투쟁보다 더 어려운 숙제라고 할 수 있다. 공정방송 아니 공정한 보도의 틀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이고 변화를 담을 참신한 형식의 개발까지 짧은 기간 내에 완성해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MBC 뉴스데스크가 JTBC 뉴스룸과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신뢰와 영향력을 회복하는 일이라 할 것이다.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에서 MBC 김장겸 사장 해임안을 의결하자 건물 밖에서 대기하던 MBC 노조 조합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그보다 앞서 생각만 해도 두근거리는 마봉춘과의 해후를 기다리는 시청자들에게 먼저 보여야 할 것은 MBC 구성원들의 공정방송, 낮은 방송에 대한 각오와 약속일 것이다. 지난 10월 시사인의 여론조사에서 가장 불신하는 언론매체 1위라는 불명예를 확인한 바 있었기 때문이다. 2009년에 1위였던 MBC의 날개 없는 추락이었다.

심지어 노조의 총파업을 지지하면서도 결과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한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신뢰를 잃기는 쉬워도 얻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시청자 70%가 파업에 찬성을 보내 응원한 사실 또한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불신의 아이콘으로 전락한 MBC지만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것은 MBC에 대한 기대를 다는 버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기대는 신뢰의 다른 표현이다. 또한 위로이다. 철저히 망가진 MBC를 포기하지 않고 여전히 신뢰한다는 것 이상의 위로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혹독한 시간에도 포기하지 않아 고맙다는 인사는 꼭 전하고 싶다. 만나면 좋았지만 오래 만나지 못했던 좋은 친구 마봉춘을 곧 다시 만날 설렘이 낯선 듯 반갑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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