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문재인 정부 들어 진행되고 있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적폐청산'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여당이 개혁을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반면 자유한국당은 '정치보복'이라는 프레임을 덮어씌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유독 갈피를 못잡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지난 3일 독일을 방문했을 당시 안철수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에 대해 "정부가 이전 정권을 때려잡느라고 정신이 없다"면서 "국가의 미래가 없다"고 비난했다. 안 대표는 "지금 서로 전, 전전, 전전전 (정권을) 때려잡느라고 완전히 정신이 없다"면서 "복수하려고 서로 정권을 잡느냐. 나라를 잘 되게 해야지 무슨 복수를 하려고"라고 꼬집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연합뉴스)

그러나 안철수 대표의 '적폐청산은 복수'라는 취지의 발언과 국민의당 호남 중진의원들의 생각은 차이가 많아 보인다. 안 대표의 발언에 앞서 지난 1일 김동철 원내대표는 "적폐의 총본산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수사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면서 "이 전 대통령을 법정에 세울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난 4일 박지원 의원은 정치보복 프레임을 씌우는 자유한국당을 두고 "적폐청산과 정치보복도 구분 못하는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출당으로 눈감고 아웅하려 한다"면서 "적폐청산의 피로증이 오지 않도록, 적폐세력과 그 후예들이 집권하겠다고 하는 시도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5일에도 "촛불혁명의 진정한 의미는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과 국가 대개혁"이라면서 "이를 위해 적폐청산이 시대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대표의 적폐청산이 복수라는 발언과는 딴판이다.

안철수 대표의 발언을 두고 국민의당 호남 중진의 한 축인 유성엽 의원은 "정부에서 또 잘하고 있는 방향들이 있다"면서 "(안철수 대표가) 적폐청산을 복수라고 표현하는 걸 보고 이거 지금 현재 우리 안철수 대표가 지향하는 것이 바른정당을 넘어서 자유한국당까지 바라보는 것 아니냐는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대표는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느 분은 제가 적폐청산을 반대한다며 '중대결심'을 언급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인터넷 비방문이 돌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어떤 이들은 제가 적폐청산을 반대한다고 공격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대표는 "저는 청산과 결산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적폐청산은 그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적폐를 청산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적폐청산'이란 정치기술을 배척한다"고 재차 밝혔다. 말은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사실상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13일에는 입장이 바뀌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철수 대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안 대표는 "어제 이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 기사를 보고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더구나 기자들께 '상식에 벗어난 질문을 하지 말라'고 역정을 내고, 그 측근들은 '품격을 생각해달라'고 했다니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안철수 대표는 "대선개입 댓글의혹, 유명인 블랙리스트 의혹,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상 취소 청원 공장 의혹,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온라인 여론조작 활동 의혹 등은 국민의 상식을 무너뜨리고, 국격을 훼손하고, 법 질서를 위배하는 것"이라면서 "상식과 품격을 입에 올릴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직 대통령도 법을 위반하면 처벌 받는 세상"이라면서 "전직 대통령도 철저한 수사와 엄정한 처벌에 예외일 수 없다"고 말했다.

안철수 대표의 이러한 '오락가락' 행보는 결국 국민의당이 나아갈 방향을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안 대표가 스스로 표방한 '극중주의'의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안철수 대표가) 방향을 못 잡고 있다. 어떻게 해야 당이 사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보인다"면서 "중도를 어느 경우에도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중간을 지킨다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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