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는 말이다. 삼성은 ‘대국민사과’를 해야 하는데 언론은 여전히 ‘정부 탓’만 하고 있다. 주요 언론들은 이번에 유조선과 부딪힌 예인선 ‘삼성 T-5호’가 삼성중공업 소속이라는 ‘사실’도 잘 보도하지 않고 있다. 사고 원인을 두고도 상호공방과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 그런데 언론은 계속 정부 탓만 한다.

정부의 대응과 방제작업의 문제점 그리고 삼성의 ‘책임’

정부에 잘못이 없나. 물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정부에만 책임이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언론 보도의 문제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 사건은 인재에서 비롯됐지만 그 결과는 거의 국가적 재앙에 가깝다. 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 동아일보 12월12일자 3면.
하지만 대다수 언론은 국가적 재앙에 가까운 결과만을 놓고 정부 대책만 질타하고 있다. 정부의 부실대응이 국가적 재앙을 키웠다는 식이다. 물론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부의 부실대응 못지 않게 국가적 재앙을 만들어 놓은 ‘원인’에 대해서도 주목을 해야 한다. 하지만 대다수 언론이 이 점은 거의 주목하지 않고 있다.

오늘자(12일) 동아일보가 대표적이다. 동아는 3면 <정부 지휘체계 혼선… 방제작업 우왕좌왕>에서 “1만3400여 명이 방제 작업에 참여하고 있지만 부처 간 업무가 혼선을 빚으면서 이처럼 자원봉사자 관리조차 제대로 안 되는 실정”이라면서 “많은 부처가 참여하고 있어 지휘체계가 복잡하고 서로 연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현장에서는 ‘도대체 누구 말을 들어야 하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의 보도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일면 타당한 지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에서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어이없는’ 인재에서 비롯된 사고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고 있다. 오늘자(12일) 동아일보 어디를 찾아봐도 이번 사고가 발생한 원인에 대한 기사는 찾을 수가 없다.

한겨레, 예인선, ‘충돌위험’ 경보마저 무시

▲ 한겨레 12월12일자 1면.
오늘자(12일) 한겨레 보도를 주목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겨레는 1면 <‘충돌위험’ 경보마저 무시 / 항로변경·감속도 안했다>에서 “지난 7일 유조선 충돌사고는 해상크레인을 옮기던 예인선들이 충돌 위험을 알고도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은 채 항해하다 빚어졌다”면서 “태안해양경찰서는 11일 ‘충돌 1시간 20여분 이전에 전방의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와의 충돌위험을 알리는 레이더 경보가 울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한겨레 보도를 요약하면 이렇다. △선원일부는 ‘충돌할 때까지 엔진속도에 변함이 없었다’고 진술하고 있고 △예인선 관계자들은 15만톤급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를 “조명을 밝히고 조업 중이던 고기잡이배로 알았다”는 믿기 힘든 진술도 하고 있으며 △경찰은 예인선단이 충돌 위험을 일찍 알고도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은 채 항해를 계속한 이유와 충돌 직전 속도를 늦추지 않은 이유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굳이 경찰의 이 같은 조사가 아니라 해도 서해안 바다를 죽음의 바다로 만든 이번 기름유출 사고의 책임으로부터 삼성은 어찌 됐든 피할 수가 없다. 이번에 유조선과 부딪힌 예인선 ‘삼성 T-5호’가 삼성중공업 소속이라는 점 그리고 사고원인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건 ‘대국민사과’를 해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 원인과 관련한 보도는 찾기가 힘들다. 오늘자(12일) 국민일보와 세계일보 등에서 ‘다각도’로 짚고는 있지만 이 기사 어디에도 삼성중공업이라는 이름을 찾기는 힘들다. 한겨레의 보도대로라면 이번 사고의 원인은 삼성중공업 소속 예인선의 ‘어이없는’ 실수(?)에서 빚어진 국가적 재앙일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는데, 거의 모든 언론이 이 부분은 주목하지 않은 채 정부만 ‘두들겨 패고’ 있다.

중앙일보의 보도태도를 어떻게 볼 것인가

이 대목에서 관심을 모으는 건 중앙일보의 보도태도다. 중앙의 오늘자(12일) 1면 제목이 <‘검은 절망’ 걷어내는 자원봉사의 땀방울>이고, 관련기사의 논조 역시 ‘원활한 방제활동’을 위한 쪽에 비중을 싣고 있다.

▲ 중앙일보 12월12일자 1면.
정부만 질타하는 언론보다야 상대적으로 ‘포지티브’한 자세라고 볼 수 있는데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곤란한 면이 있다. 중앙일보와 삼성의 ‘관계’ 때문인데,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이번 기름유출과 관련해 삼성은 ‘전사적 차원’에서 움직이고 있다. 오늘자(12일) 한국일보에 소개된 기사 가운데 일부를 인용한다.

“유조선 충돌 사고와 관련이 있는 삼성은 사회봉사단을 중심으로 전사적인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물산, 삼성토탈 직원 1,000명이 사고 첫날부터 지원 활동을 편 데 이어 이날부터는 충남 지역에 사업장을 둔 삼성전자(탕정ㆍ온양ㆍ천안), 삼성SDI(천안), 삼성코닝정밀유리(탕정)에서 1,000여명이 가세하는 등 모두 2,000여명이 기름제거 작업에 참여했다. 삼성은 앞으로 일주일 동안 매일 2,000명의 직원을 피해 현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특히 사고와 직접 관련된 삼성중공업은 매일 350~1,000명의 직원들이 새벽 3시 경남 거제도에서 출발, 밤늦게 돌아오는 강행군을 계속 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13일부터 끼니마다 2,000명분 이상의 무료 급식봉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물론 이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지만 중앙일보의 ‘논조’와 삼성의 이 같은 ‘전사적 움직임’을 전혀 별개로 볼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역시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중앙일보에서 이번 사고원인과 관련한 기사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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