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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시즌 투수진 운용 변칙작전, NC와 휴스턴은 왜 결과가 달랐나?[블로그와] 나루세의 不老句
나루세 | 승인 2017.11.12 23:11

일년 중 11월은 야구팬들에게 가장 공허하게 느껴지는 시기일 것이다. 바로 직전 10월의 뜨거웠던 가을의 기운이 11월에도 지속되기 때문이다. 2017 KBO와 MLB 모두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가을의 전투가 펼쳐졌다.

특히나 올해 MLB 월드시리즈를 보면서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MLB의 젊은 세대 감독들이 정규시즌과는 확연히 다른 투수 운용을 펼친다는 점이었다. 예전 포스트시즌에도 간혹 나오는 장면이었지만 (가장 단적인 사례가 2001년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6차전 선발로 등판한 랜디존슨이 구원으로 투입된 장면), 최근 2~3년 전부터는 선발과 구원의 경계를 넘어서는 투수기용이 트렌드로 자리한 듯 보인다. 올해 월드시리즈에 올라온 휴스턴이나 LA 다저스 모두 기존 상식을 파괴한 투수 기용을 단행하였다.

결과는 희비가 엇갈렸다. 특히 정규시즌 내내 팀 뒷문을 지키던 구원진이 처참하게 무너진 휴스턴이 결국 챔피언까지 거머쥔 것은 예상을 넘어서는 결과였다. 구원진을 과감하게 버리고 선발 투수요원들을 불펜으로 투입한 휴스턴 벤치의 과감한 판단이 팀을 살려냈다.

KBO리그에서도 휴스턴과 거의 동일한 형태의 투수운용을 펼친 팀이 있었다. 2017 플레이오프를 치를 당시의 NC 다이노스였다.

10월 1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NC와 두산의 플레이오프 1차전 4회말 교체된 NC 맨쉽이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NC는 플레이오프에서 시즌 내내 선발로만 등판했던 제프 맨쉽 (선발등판 21회, 12승 4패)을 불펜으로 전환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상대 두산 베어스의 강력한 타선을 봉쇄하기 위한 방편이자 시즌 후반기에 급격히 체력이 떨어진 불펜의 약점을 메우기 위한 시도였다.

결과를 놓고 보기에 앞서 김경문 감독의 맨쉽 불펜 전환은 탁월한 한 수였다. 맨쉽은 국내에 진출하기 바로 직전 2016 월드시리즈에서 클리블랜드의 불펜요원으로 활약한 경험이 있다. 경험 면에서 충분히 맨쉽이 제 역할을 해줄 것이라 판단한 선택이었다.

문제는 맨쉽의 몸 상태였다. 시즌 초반 7연승으로 쾌조의 질주를 하던 맨쉽은 팔꿈치 통증으로 마운드를 비우게 되고, 이는 결국 불펜진의 과부하로 이어졌다. 재활 이후 다시 돌아온 맨쉽은 전혀 다른 투수가 되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맨쉽의 구위는 결코 압도적이지 못했다. 하지만 타선이 활발하게 터져준 덕분에 맨쉽의 저하된 구위는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플레이오프 승부의 분수령이 된 2차전에서 맨쉽은 조기 투입되었지만 상대 타선에 기름을 부어주고 말았다.

그 승부를 기점으로 두산 타선은 시리즈 내내 NC 투수진을 초토화시켰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맨쉽의 빠진 선발 자리를 대체한 이재학 (119이닝, 5승 7패)이 제 몫을 못했고, 올 시즌 해커에 이어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선발등판을 했던 좌완 구창모 (25회 선발등판, 7승 10패)도 포스트시즌에서는 불펜으로 전환했지만 타자를 압도하지 못한 부분이다.

설상가상으로 불펜 비밀병기의 붕괴에 이어 기존 불펜요원 들 중에 이민호를 제외한 원종현, 김진성, 임창민 등이 난타를 당하면서 NC의 포스트시즌은 아쉽게 막을 내렸다.

MLB의 휴스턴은 포스트시즌에서 꿈에나 나올 법한 악몽 같은 상황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불펜 핵심요원인 크리스 데븐스키 (평균자책점 2.68, 8승 5패), 켄 자일스 (평균자책점 2.30, 1승 3패 34세이브) 등이 약속이나 한 듯 팀의 리드를 날리면서 패배의 원인을 제공하거나, 경기를 접전 상황으로 이끄는 상황을 초래하였다.

우승컵 들어올리는 힌치 감독[AP=연합뉴스]

두 선수의 월드시리즈 평균자책점은 각각 7.20 (데븐스키), 27.00 (자일스)에 도달했는데 정규시즌 활약이 믿겨지지 않는 참혹한 수준이었다.

결국 AJ 힌치 감독의 선택은 선발 요원의 불펜 투입을 통해 롱 릴리프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휴스턴은 1승 1패로 맞붙었던 3차전에서 (5-3 승) 선발로 등판한 랜스 맥컬러스 (5.1이닝 3실점)에 이어 또 다른 선발요원인 브래드 피콕을 투입하여 경기의 마무리까지 맡겼다.

정규시즌 21차례 선발등판하여 132이닝, 13승 2패의 성적을 기록한 피콕은 3차전의 숨은 수훈갑이었다. 3.2이닝 동안 다저스 타선을 상대로 단 한 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두 점차의 리드를 끝까지 지켜냈다. 투구수도 32개에 불과했다.

휴스턴은 한 술 더 떠서 아예 7차전에서는 브래드 피콕, 프랜시스코 릴리아노, 찰리 모튼 등의 선발요원을 구원으로 대거 투입하면서 기존 불펜요원들을 철저하게 배제시켰다

팀의 또 다른 선발요원인 찰리 모튼 (146.2 이닝, 14승 7패)은 3차전 피콕이 그랬던 것처럼 7차전에서 남은 4이닝을 책임지면서 팀 창단 최초 우승의 순간에 마운드에 서는 역사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KBO의 NC와 달리 MLB의 휴스턴은 구원진을 배제하는 파격적인 승부수로 결국 월드시리즈 정상을 거머쥐었다. 물론 고비 때마다 찬스를 놓치지 않고 득점지원에 성공한 타선의 공도 있었지만 비정상적인 투수운용에도 불구하고 휴스턴은 전혀 삐걱거리지 않았다. 성공요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가용폭이 넓은 선발진의 depth

벌랜더의 투구 모습 [AP=연합뉴스]

웨이버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두고 휴스턴은 디트로이트 에이스 저스틴 벌랜더를 영입하였다. 결과론적으로 '신의 한 수'였다. 기존의 원 펀치 댈러스 카이클과 더불어 저스틴 벌랜더는 휴스턴 선발진의 높이를 업그레이드시켰다.

카이클, 벌랜더의 원투펀치 형성은 기존 선발진 depth에 선택의 폭을 확실하게 넓혀주었다. 피콕, 모튼, 맥컬러스 중의 한 명을 롱 릴리프로 전환할 여유가 생겼고, 이 세 명의 투수들은 돌아가면서 이닝이터 마무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였다.

또한 피콕, 모튼, 맥컬러스 모두 정규시즌에서 타 팀의 어지간한 2,3선발 못지않은 성적을 기록했다. 평소에 이기는 경험을 확실히 터득했기에 포스트시즌에서도 갑작스런 보직의 전환에도 흔들리지 않는 내성을 보유할 수 있었다.

2. 충분한 체력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17 미국프로야구 월드시리즈(WS·7전 4승제) 최종 7차전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를 5-1로 꺾고 시리즈 전적 4승3패를 기록, 최후의 승자가 됐다. 기뻐하는 휴스턴 애스트로스 선수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2015년 KBO 리그에서 두산의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는 부상으로 인해 한국 진출 후 가장 최소이닝인 90이닝만 소화하고 시즌을 마무리하였다. 대신 포스트시즌에 초점을 맞춰 충분한 재활을 진행했고 체력을 비축하고 마운드에 올라선 니퍼트는 정규시즌과는 전혀 다른 투수가 되었다.

완전체 니퍼트의 가세는 정규시즌과는 전혀 다른 두산의 마운드를 구축하게 하였고, 준플레이오프부터 격전을 치르고 온 두산이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패권을 거머쥐는 원동력이 되었다.

2017 MLB에서 휴스턴 선발진 중에 정규이닝 (162이닝)을 채운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트레이드로 가세한 벌랜더 제외) 

에이스 카이클 (145.2이닝), 모튼 (146.2이닝), 피콕 (132이닝), 맥컬러스 (118.2이닝) 등 주요 선발투수들이 부상 등으로 인해 부상자 명단을 들락날락 하면서 정규시즌을 채우지 못했다. 하지만 오히려 체력 비축에는 더 큰 도움이 되었다. 디비전시리즈부터 월드시리즈까지 총 18경기를 치르는 동안 이들 선발진은 체력 면에서 경기를 덜 치르고 월드시리즈에 오른 다저스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올 시즌 휴스턴 선발진 중 최다이닝을 소화한 피어스 (153.1이닝)는 엔트리에서 제외되었는데 그마저도 정규이닝은 채우지 못하였다. 경기에 대한 집중도 및 체력소모가 정규시즌보다 훨씬 급격해지는 포스트시즌에서 기본체력의 뒷받침은 경기의 향방을 가를 큰 변수가 될 수 있음을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여실히 증명되었다.

10월 17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NC와 두산의 플레이오프 1차전 NC 장현식이 1회를 마치고 동료와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2017 KBO리그 NC는 2018시즌 대권도전을 위해서는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어느 정도 답이 보이는 듯싶다. 희망적인 부분은 장현식, 구창모 등 영건 선발투수 성장이 두드러진 점이다. 여기에 플레이오프 4차전에 깜짝 선발 등판해 가능성을 보인 정수민과 기존 에이스였던 이재학이 부활해준다면 MLB 휴스턴 못지않은 depth 구축이 가능해진다.

또한 NC 프런트는 내년 시즌을 앞두고 좀 더 내구성이 보장되는 외국인 선발투수로 교체를 검토 중이다. 결국 정규시즌에서 얼마나 출혈을 최소화하는가에 따라 포스트시즌의 성공여부가 판가름 될 수 있음이 증명되었다.

포스트시즌 투수진 운용에 대한 변칙 작전이 궁극적인 성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depth와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함이 올해 KBO와 MLB의 NC와 휴스턴의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었다.

대중문화와 스포츠는 늙지 않습니다(不老). 대중문화와 스포츠를 맛깔나게 버무린 이야기들(句), 언제나 끄집어내도 풋풋한 추억들(不老句)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나루세의 不老句 http://blog.naver.com/yhj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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