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이 프로그램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처음에 흔들리던 프로그램도 시간이 지나면 점점 그 의도가 뚜렷해지고 향하고자 하는 방향과 목표가 명확해지기 마련입니다. 캐릭터는 강화되고 그 안의 관계는 질기고 확고해지면서 그것만으로도 어떤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깊이와 안전성을 확보해주죠. 초반의 어수선함을 견디고, 그 낯설음의 장벽을 뛰어넘어 살아남은 리얼 버라이어티가 가면 갈수록 속도를 낼 수 있는 것은 이 장르의 장점이 지속성과 친근함을 가장 큰 무기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것만큼 리얼 버라이어티의 성공 비결을 설명해주는 말은 없어요.

그런데 전 아직도 청춘불패의 정체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들이 명분으로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너무나 확연하고, 각각의 출연진이 보여주고자 하는 캐릭터도 이젠 익숙해 질만도 한데도 이 프로그램은 매주가 너무나도 다르고, 그 연결고리나 지나치게 미약할 뿐더러, 각각은 G7이라는 한 팀이 이전에 소속 걸그룹의 파견 홍보대사의 자리를 벗어나지 못해요. 이런 어색함, 어울리지 않음, 지나친 서투름은 청춘불패를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밍밍하게 만들고 있어요.

우리는 현재 청춘불패에서 가장 확고한 캐릭터를 자랑하는 시크릿의 선화가 무식한 백지 이미지를 가지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이젠 하도 노골적으로 문제를 틀리고, 아무리 봐도 다른 행동거지에서 나름의 똑똑함이 드러나기에 그녀가 정말 바보라고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리얼에서의 캐릭터는 굳이 본인과 동일한 100%의 자신일 필요는 없겠죠. 하지만 백지인 그녀가 청춘불패에서 맡고 있는 역할은 전체의 흐름에서 동떨어진 극히 독립된 문제내기 정도에서만 재확인되고 소모되기만 합니다. 그녀가 왜 굳이 백지여야 하는지, 그 무식한 컨셉이 청춘불패의 목표와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아무도 대답해주지 못해요. 그냥 그녀는 가끔씩 무식함을 뽐내며 웃음을 주는 것, 그 뿐입니다.

병풍 효민도, 성인돌 나르샤도, 러브라인을 추구하는 유리와 김태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가 저마다 추구하는 이미지와 캐릭터는 있지만, 그들의 특징은 그냥 존재만 할 뿐이에요.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각자가 매우 특수하게 조성된 공간과 사건에서만 빛을 발하다가 맥없이 꺾여버립니다. 서로의 관계 안에서 어우러지지 못한 제각각의 개성은 걸그룹으로서 피하고 싶은 굴욕, 혹은 의외의 매력만을 뽐내고 그냥 사라질 뿐이죠. 리얼 버라이어티의 꽃이어야 하는 캐릭터 쇼는 청춘불패에선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해요.

그것은 청춘불패 안에서 그녀들의 성장이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녀들은 모두 열심히 일합니다. 처음에 비하면 서로서로 모두 친해진 것이 눈에 보이고, 일도 예능도 그나마 나아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그 진정성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인공적인 발전에서 그쳐버리고, 그렇다고 교묘하게 잘 꾸며진 계획 하에서 일률적인 모습도 보여주지 못합니다. 바로 대전제, 아이돌촌에서의 농업 체험을 다루는 이 프로그램이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가 그 지속성에서, 그리고 진정성에서 너무나 심각한 한계를 보이기 때문이에요.

일주일, 혹은 이주에 한번 방문해서 성과물을 얻기에는 이들이 도전한 농업이란 아이템은 그 장벽이 너무나도 높습니다. 순수하게 일 자체에만 몰입하기에는 각자의 소속 그룹을 홍보해야하는 아이돌로서의 G7의 목표의식이 지나치게 강렬하죠. 땀의 소중함, 시골체험이라는 비교적 가벼운 접근이 아니라 자체 농산물 생산, 아이돌촌의 관광명소화라는 나름의 웅대한 목표를 설정하면서 오히려 청춘불패는 각 출연자들의 내부에 집중하지도, 그렇다고 노래 홍보를 포기할 수 없는 아이돌들을 데리고 농사라는 하나의 아이템에 집중하지도 못하는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프로그램이 되어버렸어요. 리얼을 추구하지만 리얼할 수는 없고, 예능과 홍보에 전념하기엔 진정성이라는 굴레에 다리가 잡히는 어정쩡함. 지금의 청춘불패는 그 사이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느낌입니다.

그러니 캐릭터의 즐거움은 일회적인 웃음거리에서만 머물고, 처음 방문한 게스트들조차 기존 멤버를 능가하는 익숙함을 보여주는 얄팍함만이 남을 수밖에요. 그런 가느다란 진행의 흐름 사이사이로 틈만 나면 이 소녀들의 노래이 흘러나오고 그 간격을 바로잡아주고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도록 조율해야 할 MC의 역할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러니 이런 어수선함 속에서 농업의, 아이돌촌의 존재 의미를 말하는 진지함은 느닷없다 못해 좀 생뚱맞아요. 지금 청춘불패는 그야말로 정체불명의, 여기저기서 본 듯한 풍경만 얄팍하게 스쳐가는 프로그램이 되어 버렸어요.

그러니 열심히 일도 하고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며 땀을 흘리는 그녀들의 모습에서 노동의 즐거움이나 농업의 소중함, 혹은 아이돌촌에 대한 관심을 발견하기보다는 왠지 어색한 농촌 홍보대사 G7의 홍보 놀이를 보는 기분만 들 수밖에요. 지금의 청춘불패는 무언가 성과를 만들어야한다는 공공성이란 의무에 밀려 지나치게 무거워졌고 그 무게를 감당하기엔 G7과 MC들의 능력과 한계나 너무나도 확연합니다. 무언가 그 무게감과 목표에서 벗어나, 차라리 그녀들이 좀 더 편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훨씬 더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농촌에서의 모습에 집중할 수 있도록 풀어주는 것이 더 나아 보여요. 청춘불패가 얻을 수 있었던 가능성, 그 서투름만이 보여줄 수 있었던 걸그룹의 일원이 아닌 20대 초반 아이들의 자연스러움은 이제 사라져버렸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그 흐름이 너무나 어색한 아이돌 주연의 농촌 홍보 프로그램일 뿐이에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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