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2가 목포를 찾았다. 목포는 일제의 수탈이 집중됐었던 아픈 역사가 서린 곳인 동시에 목포의 눈물로 대표되는 문화유산도 매우 풍부한 곳이다. 그 목포의 문화권에 있으면서도 사실상 목포보다 훨씬 거대한 문화의 저력을 이어온 곳이 작은 섬, 진도였다.

진도아리랑, 진돗개, 진도씻김굿, 진도홍주까지 작은 섬 하나에 다 담을 수 없는 엄청난 문화의 이력이 배어있는 곳이다. 그런 문화적 배경으로 인해 일찍이 진도에는 국립국악원이 설치되기도 했다.

tvN 예능프로그램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2>

그러나 2014년 4월 이후 우리들의 기억 속 진도에는 그런 것들이 모두 지워지고 말았다. 진도는 세월호의 아픔 속에 갇힌 것이다. 아직까지도 다섯 명의 미수습자 수색이 계속되고 있는 도저히 씻을 수 없는 국민적 슬픔만이 존재하는 장소가 된 것이다. 또한 세월호 참사를 방치한 박근혜 정권의 천인공노할 방해와 무시는 또 얼마나 큰 분노를 일으켰던가.

국민들은 아직도 세월호에 대해서는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약속을 지키고 있다. 그래서 추모의 의미로 아직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진도 팽목항을 찾고 있다. 그러나 그러지 않은 사람들은 진도대교를 건너지 않고 있다고 한다. 관광버스가 끊긴 진도는 수년째 힘겨운 상황을 견뎌내고 있다고 한다.

유시민의 조사에 따르면 진도는 작은 섬이고, 대파와 배추 농사를 주로 하며 약간의 어업을 영위한다고 한다. 그보다는 분명 문화의 보고 진도는 관광수입의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진도에서 관광이라는 단어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지워진 현실은 무겁게 진도의 살림살이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진도하면 떠오르던 많은 것들이 지난 몇 년간 다 보류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따지자면 진도 사람들은 단지 사고 해역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팽목항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다. 그런데도 진도 섬사람들은 그런 아픔을 대놓고 말도 하지 못하고 있다.

tvN 예능프로그램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2>

유시민은 그런 진도를 알쓸신잡2 멤버들 중에서 유일하게 다녀왔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까맣게 잊고 있던 문제를 조심스럽게 제기하는 모습이었다. 역시 유시민다운 통찰을 보인 순간이었지만 동시에 격하게 공감을 표할 수 없는, 여전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현실이 또 다른 아픔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유시민은 “진도군민들도 위로가 필요해요. 그게 말로 하는 위로가 아니라 우리들의 원래 일상을 회복해야 해요”라고 한 부분은 그 진심이 무겁게 전해졌다. 유시민의 수많은 말들을 들어왔지만 다른 어떤 말보다 진지하고 또 인간미를 담은 말이었고, 경청할 이유를 많이 담았다고 느껴졌다.

세월호 참사의 또 다른 피해자들은 그렇게 진도에서 숨죽인 채 살아가고 있다. 진도의 특색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특별한 제의인 ‘다시래기’와 ‘씻김굿’이다. 다시래기는 상주를 웃기는 매우 독특한 장례문화이며, 씻김굿은 세상에서 둘도 없이 슬픈 위령굿이다. 죽음에 대해 전혀 상반된 문화를 지켜온 진도이기에 잠시 세월호를 잊고 찾아도 저절로 추모를 거를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때문에 우리가 세월호를 잊지 않는다면 오히려 더 진도를 찾아야 할 이유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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