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고대영 KBS 사장이 자신에게 제기되고 있는 국정원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고 사장은 특정 보도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국정원으로부터 200만 원을 수수하고, 국정원으로부터 정보를 얻어 편향적인 보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10일 오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KBS·EBS 국정감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금품수수 보도를 놓고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과 고대영 사장 간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신 의원이 "고대영 사장은 본인 말씀이 신뢰성이 높다고 보시는 것 같다. 기자나 사장할 때나 진실만을 말한다고 보시냐"고 묻자, 고 사장은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의원이 "박연차 명품시계 건은 보도국장일 때 관여한 바가 없느냐"면서 "소스가 문제가 됐다"고 하자, 고 사장은 "강 기자가 나중에 조사까지 받은 사안"이라고 답했다.

▲고대영 KBS 사장. (연합뉴스)

신경민 의원이 "소스가 누구냐"고 묻자, 고대영 사장은 "나도 모른다. 강 기자가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 의원이 "고 사장은 국정원과 참 친한 것 같다"면서 "그해 1월에 민주당 의원들이 태국에 가서 골프를 친 것을 KBS 방콕특파원이 보도했는데, 누가 제보했냐고 물어보니 당시 보도국장이 이름, 골프장까지 다 알려줬다고 했다. 그래서 리포트만 제작했는데, 당시 이 사실은 국정원 참사관만 아는 사실이었다"고 하자, 고 사장은 "제가 취재 지시한 건 사실"이라고 답했다.

신경민 의원이 당시 열린 보도위원회 녹취록을 틀었다. 녹취의 내용은 고대영 사장이 보도국장 당시 "내가 사이드를 통해 취재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고 사장은 "검찰 측에 물어봤다"고 답변했다.

신경민 의원이 "누구냐"고 재차 묻자, 고대영 사장은 "기자가 취재원을 밝혀야 하나"고 말했고, 신 의원이 "사이드라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하자 고 사장은 "얘기를 그렇게 한 모양"이라고 얼버무렸다.

신경민 의원은 재차 고대영 사장과 국정원과의 연관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신 의원이 "국정원이랑 친한 모양이다. 국정원 문건은 2009년 5월 8일 작성됐고, 조선일보 보도는 1면 톱이었고, 3면에도 나왔다"면서 "이 보도를 KBS는 한 줄도 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참고인으로 출석한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당시 제가 노조 중앙위원으로 보도위원회 자리에 있었는데, 취재원을 밝히지 않는다고 보도를 못하게 했다"면서 "'그럼 강 기자가 보도한 노무현 부부 명품시계 건은 어떻게 취재원을 알 수 없는데 보도했느냐'고 하자, (고 사장이) '내가 사이드로 취재했다. 나도 알고 있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경민 의원은 "이렇게 국정원과 친하게 지내신 분"이라면서 "국정원의 모 국장의 이름을 단 문건이 있다"고 지적하자, 고대영 사장은 "제가 분명히 취재원이 국정원 아니라고 했다"면서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신경민 의원이 "그리고 민주당 도청사건이 일어났다"면서 "국정원과 친하게 지내고 기자로서 해서는 안 될 짓을 하고, 아니라고 설명해보라"고 하자, 고대영 사장은 "신경민 의원도 언론계에 몸 담으셨는데, 취재원을 단정해서 사람을 엮어가는 거 온당치 않다"면서 "제가 분명히 말씀드렸다. 국정원이 아니다. 그건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도 국정원과 고대영 사장의 관련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추 의원은 "가장 비참한 것은 공영방송 간부(고대영 사장)가 등장하지 말아야 할 곳에 들어가 있다는 것"이라면서 "국정원과 관련해 빈번한 이런 부분들이 도처에 깔려있다. 이렇게 사실 여부에 관련해 이름이 올라간 분이 있느냐. 그렇게 기자생활 하셨냐"고 따져물었다.

고대영 사장은 "정보파트 만나서 얘기해서 전문 하나 나온 것"이라면서 "제가 정보원이냐. 제가 당시 정치국제 담당 해설위원이었다. 당연히 제 취재원이고 만나야 한다"고 항변했다. 추혜선 의원이 "부끄러워야 한다"고 지적하자, 고 사장은 "기자가 취재원 만나는 게 뭐가 부끄럽냐"고 반박했다.

추혜선 의원이 "왜 이렇게 빈번하냐. 한 번도 올라가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묻자, 고대영 사장은 "왜 기자가 취재원 만나는 게 문제냐"고 따져물었다. 추 의원이 "기자가 성역이냐"고 하자, 고 사장은 "기자는 누구나 만날 수 있어야 한다"고 항변했다.

고대영 사장이 국정원으로부터 200만 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에 대해 KBS 명의로 소송을 진행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민주당 김성수 의원이 "국정원으로부터 200만 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국정원에 의해 폭로됐다"면서 "그런데 개인 명의가 아닌 KBS 명의로 국정원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KBS 이름으로 한 이유가 뭐냐"고 묻자, 고대영 사장은 "하도 얼토당토 않게 해서"라면서 "통상 기사나 이런 건 검토하고 법무실 보내서 법률검토를 거치고, KBS에 대해 명예훼손을 한 경우에는 정책기획본부장이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성수 의원은 "200만 원 얘기까지 나올 정도면 갈 데까지 간 것"이라면서 "고대영 사장이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혔는데,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포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언론인으로서 명예가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지고 KBS의 명예가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면서 "회사를 망치는 일이다. 버티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고대영 사장은 "세상이 바뀌면 없는 일도 있는 일로 만든다는데 곤혹스럽다"면서 "그러나 KBS는 제가 평생 다닌 제 인생이 달려있는 직장이다. 정치적으로 중립된 KBS라는 국가기간 방송을 만들기 위해 제 자신이 수모당하는 건 참을 것"이라고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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