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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로 공넘긴 고대영 카드, 과연 통할까구노조 파업 중단 선언 나왔지만 첩첩산중...금품수수 의혹 빗겨가려 안간힘
송창한 기자 | 승인 2017.11.09 14:28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노동조합은 역시 약한 고리였다. KBS노조가 8일 파업잠정 중단을 예고했다. KBS노조는 총파업을 진행중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언론노조 KBS본부)와는 달리 '방송법 개정안을 통한 고대영 퇴진'을 파업 목적으로 삼아왔다. KBS노조는 "고대영 사장이 '방송법 개정안이 처리되면 사퇴하겠다'고 거취를 표명했다"며 파업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고대영 사장이 방송법 개정을 통한 사퇴를 언급함으로써 자신과 관련된 의혹에서 빗겨나고 노조들의 파업대오를 분열시키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고대영 현 KBS사장이 2009년 보도국장 재임시절 국정원으로부터 불보도협조 요청을 받고 200만원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언론노조 KBS본부는 고대영 사장을 수뢰 후 부정처사, 방송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검찰은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을 피고인 자격으로 조사하는 등 관련 의혹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면서 위기에 몰린 고 사장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노조에서 찾은 것으로 보인다. '방송법 개정을 통한 고대영 퇴진'을 목표로 하는 KBS노조와 방송법이 개정되면 사퇴하겠다고 약속했다. KBS노조는 파업 중단을 예고했다. 국정원 금품 수수 의혹와 검찰 수사, 이에 따른 사퇴 여론을 방송법 개정 여부로 돌려세웠다. 하지만 KBS본부의 총파업이 중단될 가능성은 없으며 검찰 수사 또한 마찬가지로 고 사장을 둘러싼 KBS 사내외의 사퇴 여론은 변함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고대영 KBS 사장이 지난 달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KBS국정감사에서 눈을 감은 채 감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입장 변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 KBS·MBC 총파업과 맞물려 공영방송 이사회의 구여권추천 이사들이 사퇴를 거듭하면서 자유한국당의 입장은 돌연 '방송법 개정을 해야 한다'로 바뀌었다. 방문진의 경우 유의선, 김원배 이사가 사퇴해 여·야 구도가 역전됐고 KBS이사회에서는 김경민 구여권추천 이사가 사퇴했다. 구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이 수적 우위가 무너지기 시작하자 방송법 개정안을 통해 방송정상화를 막아보겠다는 계산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단시일 내에 성사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3당이 방송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주장하고 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당론임에는 분명하지만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당장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가 되더라도 KBS이사진과 고대영 사장의 임기는 상당부분 보장된다. 방송법 개정안 부칙에 따르면 개정안의 시행은 법 통과 후 3개월이고 시행 후 3개월 내에 이사진과 경영진 재편을 하게 된다. 최소 6개월의 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현 KBS이사회의 임기는 내년 8월이고 고대영 사장의 임기는 내년 11월이다. KBS이사회와 고대영 사장의 임기를 상당부분 보장한다는 얘기다.

원론적인 문제도 있다. 방송법 개정안은 공영방송 이사회의 여·야의 추천 비율을 조정하는 데 그친 법안이다. 공영방송사 경영과 관련해 정치권의 영향력 행사 방식이 달라졌을 뿐 정치권의 개입은 여전하다. 정치권력으로부터의 공영방송사 독립과는 거리가 멀다.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은 방통위의 고유권한이지만 정치권의 추천을 받아 구성되는 게 관행이다. 방송법 개정안도 이 관행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한다. 때문에 이러한 한계점을 보완한 제2, 제3의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나올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 8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방송법 개정안이 현안대로 시행될 경우 공영방송사 사장에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소신 없는 사람이 될 가능성도 있다"며 사실상 재검토를 시사했다. 특별다수제를 골자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의 특성상 여·야 모두를 설득할 수 있는 방송사 사장의 한계를 지적한 발언이다.

이와 같은 방송법 개정안의 한계는 국회선진화법과 비교되기도 한다. 다수당의 일방적인 국회운영을 막기 위해 2012년 도입된 국회선진화법은 쟁점 법안에 대해 재적의원의 5분의 3이상이 동의해야만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도록 한 국회법이다. 국회선진화법 시행이후 국회는 마비되기 일쑤였고 '식물국회'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방송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공영방송 사장 선출이 마비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러한 사안들을 감안했을 때 '방송법 개정을 통한 고대영 사장 퇴진'은 그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때문에 방송법 개정을 빌미로 한 이번 KBS노조의 파업중단 결정이 고대영 사장의 방패로 쓰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대영 사장은 KBS노조에게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사퇴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자신에게 쏟아지던 화살 일부를 국회로 돌리는 효과를 보게 됐다.

한편, 고대영 사장은 10일 KBS국정감사에서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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