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꼭 한 두번 한국을 찾아 의리를 지키고 있는 '국민 영웅' 거스 히딩크 현 터키대표팀 감독. 살이 오르고, 흰머리도 많아져 이제는 '할아버지'가 다 돼가는 모습이지만 정감 있고, 자신을 지지해준 한국민을 위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하려는 모습만큼은 정말 '사랑스럽게만' 느껴집니다. 이번 방한에서도 예정에 없던 천안함 46용사 합동분향소에 가서 조의를 표하는가 하면 실의에 빠진 농가를 위해 지방에 내려가 판촉 활동을 벌이는 등 한국민을 향한 남다른 애정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히딩크 감독이 보여주고 있는 '또 다른 의리'는 바로 중요한 시점마다 한국 축구에 대한 '뼈있는 한마디'를 남긴다는 점입니다. 한국을 찾을 때마다 전임 감독, 그리고 기술 고문으로서 뼈있는 충고를 자주 남긴 바 있는 히딩크 감독은 남아공월드컵 본선을 앞둔 허정무호에도 격려와 더불어 채찍질에 버금가는 '쓴소리'를 남겨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히딩크 감독은 27일 오전, 네덜란드-벨기에 월드컵 유치위원회와 공동 기자회견이 끝나고 나서 아르헨티나의 간판 스타, 메시의 봉쇄 대책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지자 "메시를 막기에 앞서 첫 경기인 그리스전부터 신경 써야 한다"는 '우문현답'을 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물론 그가 다른 질문에 대해 "한국 축구에 대해 잘 모른다"며 이전과는 다르게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과정을 순탄하게 밟아나가야 목표 달성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그야말로 '뼈있는 한마디'로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떻게 하면 메시를 막을 수 있을까에 대해 온 힘을 쏟고 있는 한국 언론, 그리고 여론에 그야말로 '어퍼컷'을 날린 히딩크의 발언이었습니다.

히딩크의 발언이 주목받는 것은 그가 세계 축구의 흐름은 물론 토너먼트, 리그를 가리지 않고 어떻게 하면 팀을 잘 운영할 수 있는지 가장 잘 아는 축구 지도자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한국대표팀을 비롯해 호주, 유로2008 때의 러시아, 2008-09 시즌의 첼시 등 위기를 맞이한 팀을 구원해내는데 수완을 발휘한 바 있는 히딩크는 이번 발언을 통해 한 팀에 대한 집중이 전체적인 흐름을 망칠 수 있다는 것을 깨우치게 하며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팁(Tip)을 던졌습니다. 물론 허정무 감독도 어떻게 해야 가장 목표 달성에 쉽게 성공할 수 있을지 나름대로 복안을 갖고 있겠지만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조언을 통해 들었다는 점은 충분히 되새기며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히딩크는 지난 2006년에도 '족집게'같은 전망과 대표 팀 전력 향상 방안을 내놓아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당시 월드컵 개막 한 달 전, SBS 객원 해설위원으로 황선홍 현 부산 감독과 함께 출연한 특별 프로그램에서 히딩크 감독은 "첫 경기인 토고전과 동시에 예선 3차전인 스위스와의 경기가 아주 중요하다"면서 "헤딩이 좋은 센데로스(실제 첫 골 기록)를 경계해야 하며, 실수를 했을 때 의기소침하면 어렵다(오프사이드 판정 논란)"는 스위스전 관련 발언, "활발한 오버래핑을 하는 프랑스의 측면을 공략하면 골을 넣을 수 있다. 무승부만 해도 승리나 다름없는 것"이라는 프랑스전 예측을 하는 등 전체적으로 실제와 비교했을 때 80%가 넘는 적중률을 보이며, 뒤늦게 관심을 모은 바 있었습니다. 공개적인 발언을 통해서도 이 정도인데 '명장'이 한 한마디 조언을 그대로 흘려듣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면이 많기만 합니다.

코칭스태프 내 입장은 다르겠지만 사실 국내에서 월드컵 조 추첨이 있은 뒤, 언론이나 여론에서 쏟아낸 관심사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메시만 막으면 모든 것이 잘 풀린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메시를 비롯한 아게로, 테베즈, 디 마리아 같은 다른 선수들의 기량도 출중한 아르헨티나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동등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인식이 많았고, 상대적으로 그리스와 나이지리아는 우리의 '1승 제물'처럼 여겨져 소홀한 것 아니냐는 말들이 많았습니다. 어차피 어떤 상대든 쉬운 상대는 없고, FIFA 랭킹이 가장 낮은 한국을 다른 팀들도 1승 제물로 꼽고 있는데 우리 시각에서만 너무 치우쳐져서 보는 것은 아닌가 하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허정무 감독도 지난 20일, 월드컵 트로피 투어 행사장에서 "어느 팀이든 쉬운 상대는 없다"면서 철저하게 준비해 나가겠다는 발언을 해 일단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팀을 운영해 나갈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28일, 정몽준 축구협회장과의 만찬, 그리고 29일, 한 음식점에서 열리는 디너파티에 허정무 감독과의 만남이 예정돼 있는 히딩크 감독. 5박 6일의 비교적 짧은 일정이기는 해도 월드컵 개막 후에나 볼 수 있을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한국 축구가 남아공월드컵 16강 해법을 더 많이 얻어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덧붙여서 이전에도 한국 축구대표 팀은 물론 한국 축구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드림필드 건립, 유소년축구 육성 등 큰 족적을 남기고 있는 히딩크 감독에게 우리는 그저 고맙게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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