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폼은 그 나라의 이미지이자 상징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축구팀 애칭 가운데서도 '오렌지 군단', '카나리아 군단', '엘 트리' 같이 유니폼의 색깔에서 따온 경우가 많은데요. 우리나라 역시 1983년 멕시코 청소년 대회(U-20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르자 '붉은 악마'라는 별칭을 얻으며,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애칭으로 자리매김한 바 있었습니다.

60년이라는 세월동안 한국 축구가 많은 변화와 굴곡을 겪은 가운데, 유니폼도 많은 변화를 겪어 왔습니다. 초창기, 영세 업체에서 만들어 무겁고 통풍이 잘 안 되는 유니폼에서 이제는 최첨단 소재에 세련된 디자인을 갖춘 유니폼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지난 2월, 남아공월드컵에서 입고 뛸 새 유니폼 디자인이 확정, 발표된 가운데, 원정 유니폼이 3월 3일,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에서 첫 선을 보였는데요. 호피 무늬가 그려져 도전적이고 용맹스러운 이미지를 엿보인 축구 대표 팀의 새 유니폼은 기능 면에서 선수들의 경기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데 중점을 둬서 종전보다 13% 가볍게 하고, 통풍이 용이하게 디자인돼 선수들 입장에서 더 가벼운 몸놀림을 보일 수 있게 됐습니다.

바로 내일(30일), 대표 팀의 새 홈 유니폼이 선보이는 가운데, 과연 한국 축구 유니폼이 어떤 변화를 겪어 왔는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 대표 팀 새 원정 유니폼 (나이키 블로그 제공)

건국 이래 한국 축구 유니폼의 메인 색깔은 붉은색이었습니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 급하게 만들어 입은 파란색 상의-흰색 하의를 비롯해 1970-71년에 청룡(국가대표 1진), 백호(2진)가 각각 청색, 흰색 유니폼을 입고, 1994년 미국월드컵 본선에 흰색(홈), 푸른색(원정) 유니폼을 입었던 경우를 제외하면 홈 유니폼은 붉은색을 유지해왔습니다. 하지만 어웨이 유니폼은 흰색, 청색, 녹색 등 잦은 변화를 보여 왔습니다. 2001년까지 유니폼에 부착돼 왔던 태극 마크는 2002년 3월, 새 유니폼부터 축구협회 로고인 호랑이 마크로 바뀌면서 변화를 보인 바 있습니다.

유니폼 스폰서 역시 지난 1990년대까지는 잦은 변화를 보여 왔습니다. 1978년, 아디다스가 처음으로 유니폼 스폰서를 맡은 데 이어 위크엔드, 아식스, 엑티브, 프로스펙스 등 국내외 스포츠용품 업체들이 1-2년에 한번 씩 유니폼을 공급하다가 1987년, 국내업체인 라피도가 장기 계약을 하면서 8년간 유니폼을 공급하게 됐습니다. 라피도는 당시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상당한 호평을 받기도 했었는데요. 그러다가 1995년, 세계 최대 스포츠 용품 업체 가운데 하나인 나이키와 계약을 맺으면서 15년째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1972년 제19회 메르데카배 대회에 참가한 황재만 선수가 입은 유니폼. 청색 바탕으로 왼쪽에 태극기가 붙어 있으며, 어깨 부분에 무늬가 들어있는 것이 특징이다. (자료- 수원월드컵경기장 월드컵기념관, 김지한 2006)


제2회 박대통령 컵 대회에 출전한 박영태 선수가 입은 유니폼. 붉은색 바탕에 가슴 부분에 태극기가 붙여져 있는 단순한 형태로 되어 있다. (자료- 수원월드컵경기장 월드컵기념관, 김지한 2006)

형태는 단순하지만 유니폼을 만든 회사 로고가 들어가기 시작한 83년 세계청소년대회 당시 유니폼. (자료- 수원월드컵경기장 월드컵기념관, 김지한 2006)


제15회 대통령배 국제축구대회 때, 대표팀 선수들이 입은 청색 어웨이 유니폼. (자료- 수원월드컵경기장 월드컵기념관, 김지한 2006)

상하의를 붉은색으로 통일한 멕시코 월드컵 당시 유니폼. (자료- 대한축구협회, 김지한 2006)


이탈리아 월드컵 본선 때 대표팀 선수들이 입은 흰색 상하의 유니폼. (자료- 대한축구협회, 김지한 2006)

미국월드컵 아시아예선 때 대표팀 선수들이 입었던 홈 유니폼. 파란, 흰색 무늬가 들어갔으며 선수들의 등번호가 앞면에도 들어가기 시작했다. (자료- 수원월드컵경기장 월드컵기념관, 김지한 2006)

1994년 미국월드컵 때 상하의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축구대표팀 선수들. 왼쪽 어깨 부분에 전통 무늬를 연상케하는 문양이 들어있는 것이 특징이다. (자료-대한축구협회, 김지한 2006)

1995년, 애틀랜타 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에 참가한 최용수 선수가 입었던 홈 유니폼. 왼쪽에 태극기의 괘를 상징하는 무늬가 들어가 있다. (자료-수원월드컵경기장 월드컵기념관, 김지한 2006)

붉은 색 바탕에 태극 문양을 연상케하는 물결이 가운데 부분에 들어가 있는 1997년 당시 대표팀 유니폼. 당시, ‘도쿄 대첩’이라 불린 한일전 승리 이후 상승세를 탔던 대표팀의 인기에 걸맞게 이 유니폼은 많은 인기를 받았다. (자료- 대한축구협회, 김지한 2006)

프랑스월드컵 유니폼은 붉은색 상의에 파란색 하의로 태극 문양 색을 그대로 딴 디자인으로 제작됐다. 이 유니폼은 시드니올림픽을 거쳐 2002년 2월까지 대표팀 유니폼으로 사용됐다.
(자료- 대한축구협회, 김지한 2006)

2002 한일월드컵 때 새로 선보인 대표팀 유니폼. 깔끔한 디자인과 다양한 기능성이 들어가 ‘과학적 유니폼’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자료- 대한축구협회, 김지한 2006)

2004년 3월에 새로 선보인 대표팀 유니폼. 기존 유니폼보다 30g이 가벼워지고 신소재로 기능성을 더 강화했지만 등번호에 새겨진 동그라미 때문에 ‘로또 유니폼’, ‘당구공 유니폼’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자료- 다음 카페 I Love Soccer, 김지한 2006)


2006년에 이어 4년간 사용된 유니폼. 하의 색깔을 기존 파란색에서 흰색으로 바꿨고 상의 뒷면 오른쪽 아랫부분에 ‘투혼’이라는 글씨를 새겨 넣었다. 기능성 면에서도 신소재를 이용해 땀 흡수, 통풍이 잘 되도록 만들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유니폼이 진화하면서 가장 크게 변한 점은 역시 과학성입니다. 7-80년대 이전의 기존 유니폼들은 땀 흡수가 잘 안 돼 경기가 끝난 직후에는 선수들의 몸에 달라붙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선수들의 땀 때문에 아예 유니폼 색이 배어 나오기도 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러나 지금은 150g 안팎의 매우 가벼운 소재로 땀 흡수가 잘되고 다양한 기능성을 통해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에서 경기를 뛸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유니폼 디자인도 다양해졌습니다. 과거에는 단색으로 이루어진 평범한 유니폼이었지만 1994년 미국월드컵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특성을 반영한 무늬가 들어가기 시작하며 급진적인 변화를 보여 왔습니다. 특히 1997년 프랑스월드컵 예선 때 입었던 대표 팀 유니폼은 붉은색 바탕에 태극 문양을 연상케 하는 물결이 들어가 아직도 많은 축구팬에게 인상 깊은 유니폼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2006년 유니폼에는 유니폼에 '투혼'이라는 글자가 새겨지고 한복의 동정 깃을 연상시키는 'V넥'과 호랑이 무늬가 유니폼 옆구리 부근에 사선 형태로 새겨지는 등 혁신적인 모습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물론 그 직전 2004년 올림픽 유니폼에는 상의 전면에 새겨진 동그라미 등번호 때문에 '로또 유니폼', '당구공 유니폼'이라는 비아냥을 들어 축구협회가 나이키에 동그라미를 빼달라고 요청하는 해프닝이 있기도 했습니다.

지난 독일월드컵 유니폼부터 한국 유니폼에는 호랑이를 형상화한 것이 유독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이번에는 아예 전체적으로 호피무늬가 들어가 '호랑이 기운'을 느낄 수 있게끔 디자인됐는데요. 호랑이와 투혼 정신을 바탕으로 한 새 유니폼을 입고 허정무호의 힘찬 비상이 남아공에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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