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홍석현 중앙일보 대표이사 맡은 후 신문시장 초토화 시작

김용철 변호사는 지난 달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중앙일보사의 삼성그룹 계열분리는 위장 분리”였으며 위장 분리된 이후에도 중앙일보에 대한 삼성그룹의 부당 지원은 계속됐다고 폭로했다.

삼성의 중앙일보에 대한 엄청난 지원을 바탕으로 중앙일보가 무가지와 경품을 무차별적으로 뿌려 다른 신문들의 잠재적인 독자를 약탈하고 신문시장을 초토화한 과정을 김 변호사의 폭로를 계기로 살펴본다.

중앙일보가 1999년 1월 22일 삼성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청했고 4월 1일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삼성의 중앙일보에 대한 무차별적인 지원과 중앙일보의 신문시장 초토화는 1994년부터 시작됐다. 홍석현이 삼성코닝 부사장에서 중앙일보 대표이사로 오면서부터 중앙일보의 약탈적 신문시장 파괴가 본격화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1997년 11월 21일.

한국 정부는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로 결정한다. 이른바 외환위기가 시작됐다. 이로써 거품경제의 실상이 드러나면서 경제(주체)에 관한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했다.

언론사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언론사 그 중에서도 신문사들의 거품경영이 가장 심각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김 변호사가 주장한대로 위장 계열분리 이후에도 삼성의 중앙일보에 대한 부당 지원이 계속됐는지 알아보기 전에 계열분리 이전에 중앙일보가 삼성 계열사로부터 어떤 지원을 받았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중앙일보사 1998년말 부채총액 6,513억원 (단기차입금 3,797억원)

중앙일보사도 예외가 아니다. 1998 회계연도의 중앙일보의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들여다보자.

1년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 3,797억원(억원 이하 생략)을 포함한 부채총액이 6,513억원에 달한다. 97년도에는 단기차입금 3,177억원을 포함한 부채총액이 6,015억원이었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지원이 없었다면 중앙일보사가 막대한 무가지와 경품을 살포하며 계속기업으로 생존이 가능했을지 의문이다.

1998년 중앙일보사의 매출총액은 2,253억원이었다. 전년도의 4,312억원에 비해 급격하게 줄었다. 1998년 매출액 중에서 신문구독료 수입과 광고수입을 포함한 ‘신문매출액’이 86.5%인 1,949억원이었고, 출판매출액과 기타매출액이 각각 144억원(6.4%)과 159억원(7.1%)이었다.

그렇다면 삼성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하기 직전 해인 1998년도에 삼성그룹 계열사들과 거래에서 중앙일보가 올린 매출은 얼마나 될까?

현재의 중앙일보 계열사인 중앙M&B 등 4계사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등 삼성그룹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올린 매출액이 368억원이다. 전체 매출액의 16.3%에 달한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아래 도표 참조>

도표를 보면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중앙일보사가 10개가 넘는 삼성그룹 소속 ‘관련회사’들과 거래를 통해 올린 매출액이 315억원에 달하는 반면, 중앙일보사가 이 회사들로부터 매입한 금액도 400억원에 육박한다는 점이다. 내부 거래가 상당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 1998년도 중앙일보의 삼성그룹 관계ㆍ관련회사와 중요 거래내역 (단위: 천원)

13개 삼성 계열사 중앙일보에 임대보증금만 1,294억원 지불

그 뿐이 아니다.

중앙일보사의 부채총액 속에는 건물 등을 임대해 주고 미리 받은 보증금 즉 예수(預受)보증금이 자그만치 1,464억원이나 된다. 그 전년도의 예수보증금은 1,385억원이었다.

이 막대한 예수보증금은 말하자면 이자를 낼 필요도 없는 돈이다. 이 예수보증금의 대부분이 삼성계열사가 사실상 지원해 준 것이라 해도 틀리지 않다.

1999년 2월 3일 중앙일보사는 부채 상환 목적으로 서울시 중구 순화동 7번지 본사 소유의 토지와 건물을 삼성생명에 매각했다고 발표했다. 대지 16,311.5m²(4,943평)에 건물은 22층짜리(지하 3층)로 매각 대금은 2,940억원이라고 밝혔다.

매각 당시는 외환위기 직후로 전국의 부동산 가격이 폭락했을 때였다. 따라서 삼성생명이 감정가보다 고가로 매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중앙일보측은 이를 부인했다. 매입가는 감정기관의 감정에 따른 것으로 공정거래위도 “삼성생명은 법률에 따라 가격을 평가한 두 감정기관의 감정가 중 낮은 가격을 택했다”며 특혜 매입이 아님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미디어오늘 1999년 4월 1일자 보도)

그런데 중앙일보가 삼성생명에 순화동 7번지 토지와 건물을 매각하기 전까지 중앙일보 사옥은 삼성전자를 포함한 13개 회사가 사무실을 임대하고 있었는데 그 임대보증금이 무려 1,294억6천4백만원이었다. 1998년말 당시 중앙일보의 천체 예수보증금 1,464억원의 88.4%에 달한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13개 관계사들이 중앙일보사 사옥의 사무실 공간을 어느 정도 임대해 사용하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전체 5천평 가까운 토지와 22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매각한 대금(2,940억원)과 비교할 때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결과적으로 전체 매각대금의 44%에 달하는 막대한 임대보증금을 지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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